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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이별통보 하는 남친, 왜 그럴까?

무엇이 문제였는지, 어디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한 건지 뚜렷한 '이별사유'도 듣지 못한 채 어느 날 고지서처럼 날아온 남자친구의 이별통보에 힘들어 하는 곰신들이 있다. 하루 이틀 손꼽으며 기다려온 시간들이 산산조각 나고, 곰신은 기대거나 붙잡을 것도 찾지 못한 채 끝없이 가라앉는다.

그렇게 침몰하고 있는 곰신을 붙잡으려 이번 매뉴얼을 준비했다. 몸에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물에 기대면, 더이상 허우적 댈 일 없이 떠 있을 수 있다는 그 간단한 사실을 알려주려고 말이다. 당황해 허우적거리기 시작하면 허리깊이 밖에 되지 않는 물에서도 익사의 위험이 있는 법이다. 그냥 남의 얘기라고 생각하며, 군대에서 남친에게 일어났을 심경변화를 함께 살펴보자.  


1. 면회, 외박, 휴가 시 싹트는 갈등


현실은 늘 기대를 배반하기 마련이다. 전화통화 하며 잡은 계획, 휴가 때 뭘 함께 하자는 약속, 그리고 외로움과 일촌을 맺은 지금의 상황이 잠시나마 해소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이런 것들은 현실이라는 무대 위에서 예상과 달리 초라한 모습이 되기 쉽다. 마치 "바다 보러 가자!"라며 부푼 마음으로 떠났지만, 막상 바다에 도착하면 허무함이 찾아오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충족되지 못한 면회나 외박, 휴가에 대한 기대들은 안타깝게도 '상대에 대한 실망'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별 감흥없고 그닥 즐겁지 않은 분위기에, 채워지지 않은 기대가 실망으로 치환되는 것이다. 그 실망은 말이나 행동, 표정을 통해 드러난다.

군화 - 왜? 너 왜 그러는데?
곰신 - 내가 뭐?
군화 - 너 싫은데 이거 먹으러 온 거야? 싫으면 아까 말을 하지.
곰신 - 누가 싫대?
군화 - 근데 왜 계속 화난 사람처럼 그렇게 있어?
곰신 - 그냥 이렇게 있을 수도 있는 거지. 그럼 계속 웃고 있을까?
군화 - 됐다. 얼른 먹자.

  

이와 같은 대화가 오갔다면, 앞으로의 시간은 서로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게다가 좋지 않은 기억은 좋은 기억보다 그 생명력이 길기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그 실망을 되새김질 하게 된다. 진한 색안경을 낀 채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꼬여서 풀기 힘든 문제가 해결되기도 전에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그 문제에 손대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 다른 문제가 찾아온다.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계속 쌓이는 문제들에 압사의 위협을 느낀다. 잘못된 대화법과 앞세운 자존심, 부족한 이해심과 양보가 결국 '안녕'을 말하게 만든다.

이렇게 찾아온 이별에 대해서는, 무작정 '좋았던 기억'만 떠올리며 시간을 되돌리길 바라기 보단 상대와 그동안 무슨 이야기를 나눴고, 어떻게 이야기를 나눠왔는지 천천히 되돌아보길 권한다. 이 시기에 군화에게 전해줘야 할 것은 "나 너 없으면 안돼."라는 '애원'이 아니라, 그간 숨겨두고 잘 보여주지 않았던 곰신의 '진심'이다.


2. 손바닥 만한 권력이 군화에게 미치는 영향


언젠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나와 같은 병실을 쓰던 사람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관찰한 적이 있다. 다들 며칠 차이나지 않은 간격으로 입원한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 가운데 스스로 '방장'을 자처하는 억센 아줌마가 한명 나타났다. 냉장고에 누가 음료수를 넣어 놓으면 박스 채 넣지 말고 병만 넣으라고 참견하거나, 병실이 습하니 가습기 물을 교환할 당번 순서를 정한다거나 하는 일을 마음대로 진행했다.

참 신기한 것은, 뒤에서 '저 사람은 뭔데 저렇게 나대나.'라며 이야기를 하던 사람들도 하루 이틀 지나자 그 아줌마의 눈치를 보고, 그 아줌마에게 잘 보이려 음료수를 건넸다는 사실이다. 한술 더 떠 그 아줌마의 옆에 자리를 잡고 '대변인' 역할을 하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누군가 TV채널을 돌리려고 하면 "방장 허락 받고 돌리세요." 따위의 이야기를 해댔다.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군대에서도 병원의 사례와 똑같은 일이 벌어지곤 한다. 생활관에선 간부를 제외한 병사들끼리 생활을 하고 있으니, 그 생활관 '고참'이 곧 위에서 이야기 한 '방장'이 되는 것이다. 아래 후임들이 많아지면 보살피고 챙기는 고참이 있는 반면, 지구를 정복한 듯 후임을 '노예' 취급하는 고참도 있다. 그 손바닥 만한 권력이 판단력을 상실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전 매뉴얼에서 이야기 한 적 있듯 '내가 전역만 하면 소녀시대 같은 여자애들이 내 앞에 줄을 설 거야.'라는 헛된 망상에 시달리는 사람이 나오고, '나보다 짬 안 되고 어리바리한 저 후임도 예쁜 여자친구를 사귀는데, 내가 사회에 나가면 쟤보다 더 괜찮은 애 만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나온다. 한 마디로, 그냥 대책 없이 꿈만 꾸는 상황에 놓이는 거다.

이런 심리상태로 '이별통보'를 한 군화에게는 "너보다 괜찮은 사람, 정말 많거든요."라는 것을 알게 해 주는 것이 가장 좋은 대처방법이다. 당신이 군화를 기다리고 있는 이유가 군화 아니면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고, 소위 말하는 '군바라지'를 하고 있는 것이 군화의 매력에서 헤어 나올 수 없어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자.

상대가 자신감이 가득 차 안달이 나 있는 상태라면, 대화를 시도하려는 당신의 노력을 자신에게 매달리는 거라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애써 깨우려 해도 별 소용이 없을 테니, 꿈에서 깰 수 있도록 시간을 주자. 종종 복수 방법을 알려달라는 메일을 보내는 곰신들이 있는데, 가장 좋은 복수 방법은 상대가 없이도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다. 그보다 더 확실한 복수는 없다.


3. 인생에 대한 고민과 결혼에 대한 부담


오늘 자 노멀로그 매뉴얼에서도 잠깐 언급한 부분인데, 자신의 '새로운 시작'에 맞춰 '새로운 사랑'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앞부분 몇 장만 필기한 노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제대로 하겠다며 새 노트를 구입하는 것처럼, 자신의 연애를 그런 식으로 정리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작부터가 큰 의미 두지 않고 출발한 '차선책 연애'였기 때문에, 쉽게 정리할 수 있는 것이다. 상대가 애초부터 연애를 위한 연애로 곰신을 만난 거라면, 미안하지만 곰신에게 뭐라 해 줄 말이 없다.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며 연애를 정리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경우, 상대의 마음속에서 그간 1순위 였던 연애가 2순위로 내려오며 '걸림돌'이 되어 버린다. 제대 직후에는 지금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을 '스스로의 노력부족'에서 찾지 않고, '주변의 문제'만 탓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역시 '책임회피'에 접어든 군화를 쉽게 돌릴 방법은 없다. 스스로 깨닫기 전까진 '2차 성징'처럼 꼭 겪고 넘어가야 하는 '연애사춘기'의 모습이니 말이다.

그 외에, 자신의 현재 상황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해 곰신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특히 집안에 큰 일이 생기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면, 현재 상황에서 곰신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기에 곰신을 놓아주려 하는 것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런 순지한 멍충이(응?)들이 꽤 많다.

"저와 있으면 행복해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녀를 놓아 주려고요.."
 
 
이런 비련의 주인공 같은 사연을 보내는 남자들 말이다. 위축된 자신감은 마음을 쪼그라들게 만들고, 작아진 마음은 사소한 일에도 지레 겁을 먹게 만든다. 앞선 걱정과 불안, 염려, 미안함, 뭐 이런 감정들이 혼합되어 엉뚱한 '이별'이라는 결론을 내게 되는 것이다. 이런 군화 때문에 침몰하고 있는 곰신이 있다면, 군화와 곰신을 묶어 '우리'라고 한다는 것을 알려주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런 이유들 때문에 헤어지자는 얘길 하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바닥을 드러낸 자존감과 자신감은 누군가에게서 여유를 완전히 뺏어갈 수도 있다. 남친의 통보에 허우적대기만 할 것이 아니라, 곰신 먼저 여유를 가지고 그 여유를 군화에게도 나눠주도록 하자.


위에서 이야기 한 것들 외에, 예전 여자친구를 잊지 못해 군대에서 연락을 하다가 다시 만나게 되어 곰신에게 이별을 통보한 사연도 있고, 여자친구가 헤어지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그 말을 못 꺼내는 것 같아서 먼저 헤어지자는 말을 꺼냈다는 사연도 있었다. 전자는 위의 내용 중 '차선책 연애'에 대한 부분을 참고하면 될 것 같고, 후자는 '앞선 걱정'과 관련된 부분을 참고하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나 적어두고 싶은 얘기는, 남자친구에게 '이별통보'를 받았다 하더라도 즉각 '승인'을 하거나 바로 '처리'를 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당장 원인도 모른 채 받은 이별통보라면 "이유라도 말해줘."라며 상대를 추궁하기 보단, 당신의 마음이 잔잔해질 때 까지 서랍 속에 넣어두자.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감정을 앞세워 '최악의 마지막'을 만드는 것 보다 훨씬 둘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속상하고 답답해서, 혹은 홧김에 한 '이별통보'일 수 있으니 "그래? 알았어."라며 싸이 닫고 폰 번호 바꾸고 사진 다 지우고 집 정리 하며 맞장구를 치지 말고, 상대의 통보를 아주 큰 바다가 되어 받아내잔 얘기다. 작은 호수에는 돌멩이 하나 던져도 난리가 난 것처럼 파문이 일지만, 큰 바다에는 바위를 던져도 티가 나지 않는 다는 것을 기억하자. 자 그럼, 저 밑바닥까지 침몰하고 있던 곰신들이 매뉴얼을 붙잡고 다시 수면 위로 나올 수 있길 바라며 이번 매뉴얼은 여기서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