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이번 크리스마스에 남자친구가 휴가 못 나온대요."라는 메일을 보내는 곰신들이 늘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크리스마스에도 나라는 지켜야 합니다."라는 간단한 말로 대답을 대신하고자 한다. 그들이 크리스마스에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기에 우리가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는 것 아닌가. 실망 가득한 목소리로 전화통화하며 남친 마음 무겁게 만드는 일 없이, 사랑이 가득 담긴 크리스마스카드 하나 보내길 권한다.
몇몇 곰신들을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맞아 급증한 외로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에 TV특집극이나 챙겨볼 순 없다며 '일탈'을 선언한 사연도 있었다. 마음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친구들과 어울려 놀아도 큰 문제가 없지 않겠냐고 묻는 사연이었다. 바로 그 물음에 대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곰신들이 겪는 문제들"이란 매뉴얼로 대답을 대신하고자 한다. 자, 출발해 보자.
군대 간 남자친구가 있다고, 군대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하지만 종종 그 말을 들은 상대의 반응은,
따위로 나타난다. 어느 곰신은 남자친구가 훈련소에 있는 기간 동안만 다섯 명의 남자가 대시를 해왔다는 사연을 보내기도 했다. 대시 한 남자 중 몇몇은,
라는 크고 아름다운 멘트를 남겼다고 한다. 이 외에도 "기다림에 지치면 나에게 와. 내가 여기 있을게."라는 손발이 로그아웃 하는 멘트나, "오히려 기다리면 부담스러워 할 걸?"따위의 거만한 멘트를 들었다는 사연도 있었다.
칭찬도 계속 들으면 지겨운 법인데, 좋지 않은 위의 이야기들을 계속 듣다보면 곰신도 괴로운 법이다. 게다가 굳건하던 믿음이 주변의 푸쉬로 인해 흔들리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 나중엔 '정말 기다리면 부담스러워 하는 걸까?'라거나 '힘든데 잠깐 다른 사람 만나보기만 할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군화와 곰신 사이에 벌어진 갈등이 아닌, 곰신 내부에서 자라난 걱정 때문에 내게 보내지는 사연이 5할 정도 된다. 남자친구가 좋긴 한데, 자신에게 대시하는 남자에게도 끌린다는 뭐 그런 사연 말이다.
이 '혼돈의 시기'를 보내는 대원이 있다면, '일말상초'를 넘기기 전까진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그 시기까지만 흔들리지 않고 잘 버티면, 그 이후로는 주변에서도 더 이상 '남자친구 없는 여자'로 대하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곰신과 군화 둘을 더 인정해주고 격려해 줄 거란 얘기다.
이 시기에 다가오는 다른 남자에게 마음이 흔들린다면, 그 남자에겐 '거품'이 끼어 있음을 꼭 기억하자. 둘 다 솔로인 상황이라면 하지 않을 일들도, '군대 간 남친'에게 경쟁심을 느끼거나 당신을 꼭 빼앗겠다는 욕심 따위로 벌인단 얘기다.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던 몇몇 솔로부대원들의 회고록에 의하면,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지 몇 달 되지 않아 그 '다른 남자'는 그 대원들을 '흥미를 잃은 장난감' 취급했다고 한다. 일부는 "너는 다른 남자를 배신한 경험이 있으니까, 너를 온전하게 믿기가 어렵다."따위의 궤변을 늘어놓으며 연애에서 발을 빼기도 했고 말이다. 후회는 아무리 빨리 해도 늦다는 걸 잊지 말자.
위에서 이야기 한 문제가 시간이 지날수록 해결되는 거라면, 이 '의사소통'과 관련된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복잡해진다. 사회에 있는 곰신과 군대에 있는 군화 사이에 '모르는 말들'이 늘어나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관심사'가 바뀌는 것이다.
이전 매뉴얼에서도 한 번 이야기 했지만,
PX에는 이미 다른 소대에서 다 긁어가서 남아 있는 것도 별로 없고
애들 휴가 나갈 때 부탁해야 할 것 같아.
뭐 가서도 CP에 있을 거니까 너무 걱정 말고,
아차, 대종 끝나고 잘하면 상병정기 쓸 수 있을 것 같아."
이렇게 자연스레 '군대용어'를 쓰는 군화의 말을 들으며, 곰신은 외국인과 대화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군대에서 군화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모르는 곰신의 경우는, 왜 저녁에 짧게 밖에 전화할 수 없는지, 사정이 있다 얘기하곤 10시 넘어서 잘 수 있는 건 아닌지 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사회에 있을 땐 비슷했던 서로의 관심사가 점점 서로 공감하기 어려운 것들로 바뀌고, 모르는 말들은 늘어간다. 그런 의사소통의 문제가 계속되면 서운함이 커지고, 유대감은 작아진다. 자유로운 대학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는 곰신과 달리 군화는 조직생활을 하고 있기에 같은 문제에 대해 결론은 내는 방법 또한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니까, 점점 어려워진단 얘기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대화'보다 '배려'와 '노력'이 더 좋은 해답을 구하는 지름길이라는 걸 말해주고 싶다. 대화도 분명 중요하지만, 의사소통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대화는 서로가 각자의 이야기만을 늘어놓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이야기를 들을 상대를 생각하며 먼저 배려하고,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 왜 모르는 얘기만 해."라고 짜증을 내기보다 그 '모르는 얘기'를 '아는 얘기'로 바꿀 수 있는 '노력'을 하자.
크리스마스에 곰신을 괴롭힐만한 문제들은 이 두 가지의 '해결책'으로 대부분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서로의 마음을 맞춰볼 수 있는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둘 사이의 믿음이 마음에 굳건히 버티고 있다면 주변 사람들이 떠들고, 외로움이 와서 흔들어도 중심을 잃고 쓰러지진 않을 것이다.
홀로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한다는 곰신의 외로움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크리스마스를 군대에서 보내야 하는 군화의 외로움도 생각해 주는 것은 어떨까? 군화라고 왜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곰신과 보내고 싶은 생각이 없겠는가. 그 미안함과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군화의 마음도 헤아리는, 큰 곰신이 되길 바라며 이번 매뉴얼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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