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곰신들에게, 기다려봐야 손해라는 걸 꼭 말해 달라는 한 곰신의 메일을 받았다. 그 곰신은 남들이 '고비'라고 말하는 '일말상초'를 목숨 걸고 사수했으며, 빼놓을 수 없는 고민거리 '아는 여자'도 천신만고 끝에 모두 물리쳤고, 남자친구가 제대하는 올해 3월까지 할 짓 안 할 짓(응?) 다 해가며 모든 곰신이 꿈꾸는 '꽃신(남자친구가 제대를 하면 고무신은 꽃신으로 바뀐다는 전설이 있다)'을 신었다고 했다.
그러나 제대를 한 남친은 "인생을 제대로 살아야 할 것 같아. 지금은 연애 같은 거 할 시간이 없다. 미안해" 라며 뒤통수를 쳤고, 이별 후 전화를 걸어 술에 취한 목소리로 "너랑 헤어지고 나서 이젠 누구도 사랑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정말 나 열심히 해서 성공할거야."라는 이야기까지 했지만, 두 달 뒤 복학한 학교에서 신입생 여자후배와 CC가 되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고 했다. 그 곰신은 절절한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문장으로 이렇게 말했다.
기다려도 '꽝'이 될 확률이 높으니 기다리지 않는 것이 현명한 걸까? 아니면 꽃신을 신고 평생 함께 하기로 한 다른 커플들도 있으니 불안감을 갖지 말고 잘 대처하며 기다리는 것이 나은 걸까? 선택은 이 글을 읽는 곰신들에게 맡기기로 하며, 난 "꽝이 나올 확률을 낮추는 현명한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를 적을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선 꼭 잡고 있어야 할 이것! 이것이 무엇인지 함께 살펴보자.
둘은 헤어질 수도 있다. 이별을 말하든 이별의 말을 듣든, 헤어질 가능성이 있단 얘기다. 군대에 있다고 해서 둘의 연애가 '일시정지'상태로 다시 '재생'될 때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국방부 시계가 돌아가듯 둘의 시간도 흐른다.
이 긴장의 끈은 곰신과 군화 둘 모두 절대 놓아선 안 된다. 훗날 군화가 제대해 곰신이 꽃신을 신는다고 해도 이 긴장의 끈은 계속 팽팽하게 유지해야 한다. 둘 중 한 사람이라도 이 끈을 놓는다면, 바로 그 순간부터 한눈을 팔 가능성은 높아지고 권태기라는 길에 발을 들여놓게 될 것이다.
일부 곰신들은 남자친구가 군대에 있고 자신이 사회에 있다는 것을 떠올리며 남자친구에게 맹목적인 이해를 보여주고, 이런저런 갈등도 다툼 없이 넘어가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건 둘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독이 되는 일이다. 며칠 전 본 <부당거래>라는 영화에 이것을 잘 표현한 대사가 나오길래 아래에 한 번 옮겨 본다.
- 영화 <부당거래>중 주양의 대사
꼭 호의가 아니더라도, 맹목적인 이해나 인내로 넘긴 순간들은 상대에게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그 '당연한 것'들이 만든 요행은 바늘도둑을 소도둑으로 키울 것이고 말이다. 하나하나 다 간섭하고 물샐틈없이 상대를 몰아갈 필요는 없지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들에 대해 '에이, 군대에 있는데 뭐.'라며 넘기진 말자.
서로 볼 수 없기에 힘든 것은 군화뿐만이 아니다. 곰신도 힘들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절대 둘의 관계를 한 쪽만 힘들거나 한 쪽만 어려움에 놓여있다는 식으론 생각하지 말자. 함께 타는 시소도 자기 쪽으로 기울 때 발을 굴러줘야 다시 상대방의 차례가 오는 것 아닌가. '상대가 알아서 하겠지'라고 생각하며 긴장의 끈을 놓고 있다간 어느 순간 상대가 시소에서 일어나 멀리 가 버릴 수 있다. 긴장의 끈은 언제는 꼭 쥐고 있도록 하자.
믿음의 끈을 놓는다는 것은 물을 쏟는 일이고, 유리컵을 깨뜨리는 일이다. 그 무엇보다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둘에게 가장 큰 상처를 입힌다.
곰신들이 가장 많이 보내는 '남자친구의 아는 여자'와 관련된 사연을 보면, 이미 곰신은 모든 것을 의심하기로 작정한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믿음의 끈을 놓으면 불신의 씨앗이 싹트고, 불신은 계속해서 자라 거대한 나무가 된다. 혹시 다른 사람과 전화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 다른 사람에게 편지를 쓴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 스스로 만든 이런 생각들은 몰아내기가 쉽지 않다. 다른 사람의 위로도 잠깐의 진통제 역할만 할 뿐, 머지않아 '배신당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은 곧 고개를 든다.
그리고 상대로 하여금 '믿음의 끈'을 놓게 만드는 일 역시, 상대에게 위와 같은 불신을 자라게 만든다. 외로움에 질려 잠깐 다른 사람과 소개팅을 했다거나, 친구들과 클럽에 갔다 만난 남자와 연락을 했다가 그 사실을 남자친구가 알게 되었다는 사연들이 있었다. "남자친구가 그렇게 화내는 거 처음 이었어요."라거나 "그렇다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요?"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믿었던 만큼 배신감은 더 클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아무리 후회해도 돌릴 수 없는 상황은 아예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믿음의 끈만 부여잡은 채 방관만 하라는 것은 아니다. 여자친구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꾸준히 군화의 미니홈피에 도를 넘은 글을 올리는 상대가 있을 경우라면 무작정 '싸우자'며 달려들기 보단 군화와 먼저 상의를 하기 바란다. 군화에게 얘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거나 "그냥 친군데 뭐, 너도 다른 친구들하고 연락해. 내가 뭐라고 안 하잖아."라는 이야기를 한다면 그 문제로 인해 둘 사이의 믿음의 끈이 끊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길 권한다. 그래도 그 문제로 인해 계속 갈등이 생긴다면, 그땐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깨끗하게 믿음의 끈을 놓아도 좋다.
남자친구가 군대에 있는 시간동안, 자신의 생활에 그 어느 때보다 바짝 달려들자. '기다린다'는 생각으로 지금의 생활을 재미도 감동도 없이 보내고 있는가? 지금의 생활이 본편이 아닌 번외 편 인 것 같고, 공짜로 받은 사은품 같은가? 남자친구가 제대를 해도 지금 가지고 있는 그 공허감이나 불만족은 모두 채워지기 힘들다. 연애는 한 쪽으로 완전히 기대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지탱하며 기대는 것이기 때문이다.
떨어져 있는 시간을 훌륭하게 보내고 꽃신을 신은 많은 곰신들이 바로 이 시기에 무너진다. 남자친구가 제대만 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고 기쁨만 가득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때는 또 그때의 문제들이 새롭게 찾아오는 것이다. 서로 반반씩 기대 평안을 얻던 연애는 사라지고 서로 더 기대려 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럼 결국 한 쪽이 지치게 되고, 연애는 힘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생활에 찾아오는 문제들을 모두 나중으로 미루지 말자. 그리고 지금의 외로움과 허전함을 모두 군대 탓으로 돌리지도 말자. 카운트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 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잔 얘기다. 1년 후, 5년 후, 10년 후의 모습도 생각해 보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들도 생각해 보자. 그리고 지금 찾아오는 문제들은, 미루지 말고 바로 지금 해결하자. 생활의 끈을 놓으면 생활은 점점 달아나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다시 생활을 찾기가 어려워지는 법이다. 넋 놓고 숫자만 세고 있다간 정말 힘들어 진다는 것을 잊지 말자.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가고 싶어 하지만 노력과 운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를 얻기 힘든 법이다. 대학에 가는 것도 이런 저런 어려움이 많은데, 노력으로 등가교환 되는 것이 아닌 사랑은 오죽 하겠는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저 '시간아 흘러라'의 태도로 방관을 한다면, 그 기다림의 순간, 그리고 그 후에 닥칠 어려움들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곰신들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연애 중인 커플들도 마찬가지다. 위에서 이야기 한 것들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그저 공짜로 사랑을 얻으려 한다면 '이별'의 길로 들어설 위험은 더욱 커진다. 자, 이제 당신의 차례다. 기다리다 헤어진 여러 선례들이 있으니 기다림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하는 희망만 가지고 기다림을 계속할 것인가?
기다리지도 말고, 포기하지도 말고, 현재 진행형의 연애를 하자. 남자친구가 군대에 갔다는 것 빼고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남자친구가 군대에 있는 것과 별개로 당신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며, 하고 싶은 일들은 여전히 계속 남아 있지 않은가. 그것들을 하나씩 해 나가며 '다음 이야기'를 준비하자. 그 '다음 이야기'가 더 행복하고 더 즐거울 수 있도록 말이다.
'지난 콘텐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군대 간 남친에게 보내는 크리스마스 선물 뭐가 좋을까? (9) | 2010.12.21 |
---|---|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곰신들이 겪는 문제들 (10) | 2010.12.17 |
23화 - 특공대 광고의 무리수 (14) | 2010.12.08 |
사상 최대의 공수작전과 멀고 먼 다리 영화 '머나먼 다리' (11) | 2010.11.23 |
군대간 남친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왜 그럴까? (17) | 2010.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