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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軍/생생! 병영탐구

유격의 추억 - 수도기계화보병사단 맹호유격장을 가다!

 


 


"유격! 유격! 유격!"


유격훈련은 한겨울에 실시하는 혹한기훈련과 더불어 육군를 대표하는 양대 훈련 중 하나이다. 강인한 체력, 담력, 정신력과 자연장애물 극복능력, 그리고 부대 단결력을 배양할 목적으로 부대별 연 1회 실시한다. 봄부터 가을까지 기간에 실시한다. 이미 많은 예비역들과 각종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된 유격훈련은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훈련이다.



 

 


 


"아직도 웃음이 나옵니까?  PT 8번 준비!"


하지만 수도기계화보병사단 재구대대 장병들에게 유격은 예비역들의 추억도, 방송에서 보여지는 프로그램도 아닌 엄연히 직면한 현실이다. 특히 이날은 전국이 폭염 주의보와 경보가 내려진 날이기도 하다. 날씨 때문에 연기? 아니다. 유격대장의 재량으로 새벽 5시에 조기 기상해 무더운 낮 시간을 피해 이른 아침부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장병들의 기대와 달리 유격훈련은 계속된다.


햇살이 본격적으로  뜨거워지기 전 유격훈련의 꽃이라는 유격체조를 실시하며, 긴 하루를 맞이하고 있는 그들을 <아미누리>에서 직접 만나고 왔다. 그럼 지금부터 글과 사진에만 집중합니다! 알겠습니까아!~~



 

 

 


 

"즐기지 않으면 이겨낼 수 없는 유격 훈련!"


유격체조. 일명 PT(Physical training)는 미 육군에 의해 최초로 개발한 근육 강화 운동 프로그램이다. 총 14개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8번 몸통 받쳐 온몸 비틀기는 전국민이 모두 알고 있을 정도로 악명 높은 동작 중 하나이다. 장병들의 자세가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어김없이 유격 교관과 조교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급기야 열외라도 당하게 되면 소수 정예(?)로 구성된 열외자들과 함께 보다 세심하고 디테일한 그들만의 특별한 PT 체조가 진행된다.


유격 훈련 기간 내내 하루 두 차례 실시되는 PT 체조와 산악구보, 행군 등으로 인해 온 몸의 근육이 뻐근하고 힘들지만 이 역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익숙해진다. 유격체조를 왜 이리 반복하는 걸까? 이거 조교들이 얼차려 주려는 속셈 아냐? 유격훈련을 받아 본 이는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고난도의 여러 기초ㆍ산악 장애물 코스를 안전하게 통과하기 위해 유격체조를 통해 근육은 풀어주고, 정신은 초집중하게 만드는 것은 필수다. 운동선수가 경기전 준비운동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불과(?) 4박 5일간의 짧은 일정이지만 유격훈련 전과 후는 하늘과 땅 차이이다. 그만큼 유격훈련은 고강도 훈련으로 장병들의 정신력과 체력을 증진시켜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나아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가 가장 와닿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유격체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누구나 공감하는 추억 하나!! 바로 마지막 구호 생략이다. 순식간에 전우애를 원수애(?)로 만드는 순간.

 


 

 

조교 : 다음은 팔벌려 뛰기 40회! 몇 회?


교육생 : 40회!


조교 : 30회 마지막 구호는 생략! 원기왕성한 목소리로 실시!

(꼭 조교는 처음에 40회라 말하곤, 두 번째는 30회라고 함정을 만든다)

 

"하나, 둘.........스물아홉!!~~~

(하지만 어디선가 꼭 이런 전우있다) ~~~서른!!!

 

 

 


조교 : (기다렸다는 것이) 아주 좋아! 서른 나왔다. 60회!!!

 

이렇게 30회는 60회가 되고 60회는 100회가 넘기가 일쑤다. 전체가 하나가 되지 않으면 마지막 순간을 딱 맞추어 끝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유격체조가 반복되면 자연스레 생존법을 익힌 장병들은 마지막 숫자에 다다르기 전 점차점차 소리를 높여 가다가 마지막 숫자에 목이 터져라 큰 소리로 외친다. '전우야! 마지막이다. 마지막 구호는 절대 말하면 안돼~~' 라고 부르짓듯이...그래도 어김없이 어디에선가 조교의 기대에 부응하는 목소리는 메아리친다.~~~"서른!"

 

 

 


 

"힘듭니까?"


"유격!"


"할 수 있습니까?"


"유격!"


모든 대답은 유격으로 통일되고 3보 이상 구보는 필수이며 장병들의 계급장은 모두 반납된다. 대신 신병교육대대에서처럼 자신에게 부여된 번호로만 불리게 된다. 선임, 후임 구분없이 모두가 똑같이 훈련을 받으며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강한 전사로 거듭나게 된다.

 


 


 

 

 

 

 


 "3보 이상은 무조건 구보로 이동합니다!"


몸풀기격인 유격체조가 끝나면 소대 별로 본격적인 종합장애물 극복과 산악지역 기동 기술 훈련이 실시된다. 각종 전장 상황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장애물들을 미리 체험하고 직접 극복해 봄으로써 자신감 배양 및끈한 전우애를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부분은 코스 이동 간에 실시되는 뜀걸음이다. 유격 훈련은 3보 이상 이동 시 뜀걸음을 생활화하기 때문이다. 물론 힘찬 유격구호도 빠질 수 없다.


 

 

 

 

 


"물 한 모금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유격훈련!"


시원함을 느끼기에는 미지근한 수통의 물일지라도 훈련 중인 장병들에게는 그 어떤 음료보다도 달콤하다. 처음 유격장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어떻게 한 주를 버티며 무사히 퇴소할 수 있을까 걱정했겠지만, 어느새 퇴소식이 오늘이라 다들 무척 들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주둔지와 달리 좁은 텐트에서 1주일 동안 생활하면서 힘든 것도 많았지만 그 만큼 이를 극복해나가면서 서로를 좀 더 의지하고 알아가는 유격훈련. 몸과 마음이 힘든만큼 뜻 깊은 추억도 많이 만든 시간이었다.


사실 누가 봐도 덥고 힘들고 짜증나고 배고픈 상황인데 밝은 표정을 유지하며 훈련에 임하고 있는 젊은 청춘들이 대견스럽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의 조국과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인내하고 보다 강해지는 법을 하나 둘씩 배워 나가고 있었다.



 

 

 

 


 "진짜 남자가 된 재구대대 장병들!"


마른 장마기간에 오히려 더 무더웠던 날씨 속에서 진행된 이번 유격 훈련. 재구대대 장병들이 강한 체력과 정신력 배양을 위해 똘똘 뭉쳐 누구하나 다치지 않고 유격훈련은 무사히 종료되었다. 유격훈련 퇴소식에서 재구대대 자랑스런 유격왕으로 이건국 상병이 표창을 받았다. 훈훈한 외모로 유격왕까지!!!!  신(神)이 이번에는 '좀 불공평한 것 아냐?"라는 생각이 들었다...(^ ^)


 


 

 

 


 

글/사진 :  황현 육군 블로그 <아미누리>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