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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軍/현장취재 365

북한군도 도태시킨 500MD 공격헬기를 우리 육군은 아직도...

▪ 글 · 사진 :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손민석 사무국장



 지난 10일, 방위사업청은 육군의 '차세대 대형공격헬기' 도입사업의 사업 제안서 평가 결과 미국의 AH-64D 아파치, AH-1Z 바이퍼, 터키의 T-129 등 3개 기종을 시험평가와 협상대상 장비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여 년간 끌어온 AH-X 사업이 본격 가동된 것으로 이달부터 터기 TAI社의 T-129를 시작으로 8월과 9월에는 각각 미국 벨社의 AH-1Z와 미국 보잉社의 AH-64D가 시험평가에 들어가게 된다.


앞으로 한반도 공역을 누비며 육군 항공의 주축 전력이 될 AH-X 도입사업의 진행과정과 세 도입 후보기종들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아미누리’를 통해 간략히 정리해 보았다. (이 글은 군의 공식입장과 무관하며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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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사연 많은 AH-X 사업


FX3, KF-X, AH-X, FFX... 요근래 각종 미디어의 보도를 통해 한번쯤 접해봤음직한 요상한 영어 약어들은 모두 우리 軍의 전력 획득사업, 쉽게 말해 무기도업 사업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가령,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FX3’ 는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3차 도입사업’을, ‘FFX’ 는 해군의 ‘차기 호위함 사업’을 일컫는 식이다. 육군이 추진하고 있는 AH-X는 Attack Helicopter의 줄임말로 ‘육군 대형공격헬리콥터 도입사업’이라는 정식명칭을 가르키는 용어다. 각 사업을 지칭하는 용어 중 공통적으로 'X'를 사용하는 것은 아직 어느 기종으로 도입 또는 개발할지 정하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 FX1,2사업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우리 공군의 F-15K 전투기


 북한군이 다량으로 보유한 기갑전력과 공기부양정을 효율적으로 제압하고, 강력한 전쟁 억제력 보장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AH-X 사업은 어제 오늘 갑자기 이야기가 튀어 나온 사업이 아니다. 최초에 육군은 AH-X를 통해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약 2조 500억원을 투자해 대형급 공격헬기 2개 대대 규모를 전력화하려 했다. 하지만 당시 막대한 사업비용에 대한 다소 비판적인 여론과 후보 업체와의 실무적인 협상 지연 등의 이유로 유야무야 지연되기 시작했다.


갈 길을 잃고 표류하던 이 AH-X 사업은 한때 ‘중고 아파치 도입’으로 헤프닝을 겪게 되지만, 2011년 7월 열린 제 51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통해 ‘1조 8400억원을 투입, 36대 해외 직도입’의 내용을 골자로 화려한 부활을 하게 된다. 이러한 결정 뒷배경에는 육군이 기존에 보유한 공격헬기의 노후화에 따른 새로운 기종 도입이 시급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사건 등 북한의 전쟁 도발행위에 대한 적절한 대응전력 마련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큰 작용을 하게 된다.


세계 5위의 헬기 전력, 하지만 실속이 없다고?


 온라인 군사커뮤니티 ‘글로벌파워닷컴’은 지난 5월 발표한 ‘세계 군사력 비교 레포트’를 통해 한국군이 보유한 헬기 전력은 그 보유 대수만 놓고 비교해 볼 때 ‘세계 5위권’이라 밝힌바 있다. 해군과 공군이 일부 보유한 헬기들도 포함된 수치이긴 하나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육군 항공 전력은 겉으로 볼 때 화려함을 자랑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 육군이 보유한 공격용 헬기는 단 2개 기종으로 500MD와 AH-1S 코브라가 전부다. 최초로 도입한 ‘500MD 디펜더’는 소형급 공격헬기로 1976년 대한항공社에서 면허생산 방식으로 약 70대를 제조한 것을 보유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공격헬기의 수명주기를 30년으로 가정 할 때 이미 지난 2007년 전량 폐기 처분해야 할 기종들이다. 육군은 이 500MD의 도태를 최대한 막기 위해 운용수명 연장사업을 실시했지만  이마저도 2011년에 이미 그 효력이 끝난 상태다. 아이러니한 것은 북한군 역시 500MD 계열의 공격헬기 60 여대를 1980년 대에 도입했으나, 유지비 부족과 부품 수급 문제로 우리보다 훨씬 일찍 모두 도태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6월 군 관계자는 군사마니아들과의 정책 간담회를 통해 이 500MD의 도태와 관련해 ‘수명주기가 다된 500MD를 격납고에서 꺼내 이륙이 가능한지 공중으로 살짝 이륙만 시켜본 뒤 그대로 내려서 다시 격납고에 보관 중이다. 하지만 만약 전쟁이 나면 이 500MD를 타고 출격해 싸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공격형 헬기 도입이 얼마나 시급한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 육군의 주력 공격헬기 기종은 단연 ‘AH-1 코브라'라고 할 수 있다. 코브라는 미국 벨社가 개발한 중형급 공격헬기로 2007년까지 약 2,300대가 생산되어 터기·요르단·파키스탄·일본·이스라엘 등 세계 10여개 국가에서 운용 중인 베스트셀러 모델이다. 우리 육군도 1979년에 AH-1J형 8대와 1988년에 AH-1S형 70여대를 도입한바 있고, 현재 AH-1J형은 모두 퇴역시켰지만, AH-1S형과 일부와 1S형을 베이스로 야간사격장비인 C-NITE를 갖춘 기체인 AH-1S/F형을 보유 중이다. 코브라는 빠른 기동력을 바탕으로 수송용 헬기의 공중엄호, 지상군 화력지원을 그 임무로 하며, 특히 전차 킬러로 그 명성이 자자하다. 하지만 AH-1 코브라 역시 그 수명이 20년을 훨씬 넘어 2020년 경에는 순차적으로 도태될 것으로 전망된다.


▲ 빠른 기동력과 강력한 화력을 갖춘 AH-1. 하지만 그 수명도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AH-X, 유력한 도입 후보기종 살펴보니...


 지난 5월초, 논산에 위치한 육군항공항교에서 열린 ‘육군항공 전투발전 세미나 및 무기체계 소개회’ 행사에서 독특한 광경이 펼쳐졌다. AH-X 사업에서 가장 유력한 도입 후보기종으로 거론되고 있는 ‘AH-64D 아파치’와 AH-1Z 바이퍼‘가 나란히 전시된 것이다. 아파치는 현재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 운용중인 기종으로 한미연합훈련 또는 서울에어쇼 행사 때 종종 등장해 익숙하지만, 바이퍼는 이번 첫 방한일 정도로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기종이다.


▲ 육군 항공학교는 첨단 헬기전력에 관한 무기체계 소개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 올해 행사에서는 AH-X 사업의 유력한 두 후보기종이 나란히 전시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AH-64 아파치’는 미국 보잉社사 제안하고 있는 기종으로 1970년대 초 미군의 신형공격헬기사업을 통해 개발됐다. 미 육군뿐 아니라 네덜란드, 사우디아라비아, 그리스 등 전 세계 10개국에서 1100여대 이상이 제작되어 운용 중인 기종으로 현존 최강 공격형 헬기로 손꼽히고 있다.


현재 꾸준한 개량작업을 통해 현재  ‘롱보우’ 모델의 3번째 버전인 AH-64D 블록3로 진화했으며 로터 위 원형으로 생긴 이 롱보우 레이더(AN/APG-78)는 최대 256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탐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30초 안에 16개의 우선목표를 지정할 수 있다. 2세대급 FLIR(Forward Looking Infrared, 전방적외선감지장치)인 M-TADS가 장착돼 야간전투능력도 크게 향상된 것이 강점이다. 여기에 30mm M230 체인건, AGM-114 헬파이어 대전차미사일, AIM-92 스팅어 공대공미사일 등의 무장 장착력도 돋보이는 부분이다. 한때 일부 언론에서 롱보우 레이더가 탑재되지 않은 ‘깡통 아파치 도입론’이 제기 됐었지만, 현재 우리 육군에 제안된 아파치에는 롱보우 레이더가 포함되어 있다.


▲ 2011 ADEX 에서 시범기동을 펼치고 있는 AH-64D 아파치


▲ 화려한 스펙과 더불어 듬직한 외형으로 이미 많은 팬을 보유한 AH-64D 아파치


 또 다른 유력 후보기종인 ‘AH-1Z 바이퍼’는 그 생김새에서도 알 수 있듯 앞서 설명한 우리 육군의 'AH-1' 계열의 최종 진화형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벨社사에서 제조하고 있는 바이퍼는 전 세계에서 미 해병대만이 운용하고 있는 기종이다.


원래 미 해병대는 해상운용을 목적으로 별도의 대형급 공격헬기를 개발하려 했으나 비싼 개발비로 인해 기존에 보유한 ‘AH-1W 슈퍼코브라’를 개조하여 4매의 신형 로터블레이드(흔히 프로펠러라 부르는 회전 날개)와 T-700 엔진 2대를 장착하는 등 전폭적인 업그레이드를 단행했고, 그 산물이 바로 바이퍼인 것이다. ‘독사’라는 별명답게 바이퍼 역시 엄청난 공격력을 자랑한다. 아파치와 마찬가지로 헬파이어 미사일과 사이드와인더 미사일이 장착이 가능하며, 20mm M197 개틀링포가 기본 장착되어 있다. 특히 바이퍼에 장착된 AAQ-30 호크아이 목표조준장치는 현존 장비 중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3세대급으로 평가되는 바이퍼의 FLIR는 타 기종에 비해 더 먼 거리에서 교전이 가능함을 말한다.


▲ 미국 벨社는 AH-1Z를 마케팅 일환으로 약 20억원을 들여 일본 오키나와에 배치한미 해병대의 바이퍼를 분해하여 수송기에 싣고 왔다. 파란색 셔츠를 착용한 사람들은 벨社의 직원들로 행사 하루 전 일반인 공개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앞서 언급한 두 기종 외에도 터키의 TAI社 역시 이탈리아의 A-129를 베이스로 한 개량형 기종인 T-129를 이번 AH-X에 제안했다. 스팅어 미사일 장착이 가능하고 T-800 쌍발엔진을 장착해 고난의도 기동이 가능한 기종으로 알려져 있다. 항속 거리가 길고, 운용 유지비가 저렴하며 AH-X 사업에서 선정되면 시뮬레이터 개발까지 제안한 것은 큰 매력이긴 하지만 아직 실전에서 검증받지 않았고, 우리 군과의 상호 운용성 측면에서는 큰 점수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 이상의 지연은 곤란한 AH-X 사업


 필자는 현역시절 운이 좋게도 500MD를 직접 타본 경험이 있다. 바람이 그렇게 많이 분 날도 아니었건만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후방석까지 심하게 흔들리는 썩 기분 좋은 기억은 아니다. 더구나 어지럽게 배치되어 있는 단출한 아날로그식 계기판은 네트워크 중심전을 표방하고 있는 육군에서 과연 제대로 임무수행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얼마 전 모 케이블 방송사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자동차 전문 소개 프로그램에서 미국 현지를 찾아가 특정 스포츠카와 미 육군이 쓰다 도태한 공격헬기를 가지고 누가 더 빠른지 견주는 특이한 경주를 했다. 경주가 한창 진행되다 갑자기 그 공격헬기가 그만 땅으로 추락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그 헬기가 바로 우리 육군이 주력으로 사용하는 AH-1 코브라 기종이다.


▲ 지난 겨울 육군 5군단에서 실시한 통합화력시범에서 로켓탄을 실사격하고 있는 AH-1 코브라. 우리나라에서는 주력 전력이지만, 많은 AH-1 도입국가들이 교체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를 도입하는 FX3차 사업과 공교롭게도 선정시기가 맞물려 있는 점, 주한미군이 일부 철수시킨 AH-64D 아파치가 한국에 재배치 될 수 있어 대형공격헬기도업 사업이 설득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논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 등 AH-X 사업은 그리 순탄치 않은 길이 예상된다. 하지만 지난 23년 간 끌어온 이 사업은 육군이 더 이상 보유할 수 있는 공격헬기가 없다는 엄연한 현실 앞에서 어떤 이유에서도 지연은 불가하다. 안보는 곧 국민의 생명과 국가 존립과 직결된 문제다. 북한군이 자행해 왔던 국지적 도발을 생생히 지켜본 국민으로서 오는 10월 중순 개최될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반드시 이 AH-X 사업에서 ‘X’의 주인공이 선정되길 간곡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