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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軍/현장취재 365

평화와 긴장이 공존하는 곳 GOP를 가다 - 6사단


전국 최고의 겨울철새 도래지인 철원평야에는 두루미 1천 마리, 기러기 5만여 마리, 독수리 200여 마리가 매년 찾아오고 있는 평화로운 곳이다. 하지만 지형 특성상 일단, 전쟁이 다시 난다면 북한군의 전차가 철새만큼이나 몰려들 곳이기도 하다. 철원이 뚫리면 중부전선은 적의 기갑사단의 주요 통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철원을 지키고 있는 “푸른 별”, 청성부대를 찾았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서 깜깜한 새벽, 가파른 언덕을 짚차로 올라 철책으로 가는 길은 부대로 오던 길의 철원평야와는 달리 험준한 산세였다. 철책의 초소에 가기 위해서는 짚차에서 내려 좁고 굽은 산길을 또 한참 걸어야 했다.



모퉁이를 도니 2중, 3중으로 꼬리를 문 긴 철책이 보이고 우리 측 초소에는 장병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좁은 초소를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따듯하다. 바깥은 영하 15도의 추위인데 초소 안의 온도계는 창이 뚫려있어 차가운 바람이 조금 들어오긴 했지만 영상 10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실내를 둘러보니 따듯함의 원천은 히터. 최전방 철책 초소에 히터가 들어오다니.. 상상도 못했던 시설이다. 게다가 장병들은 군에서 지급되는 핫팩까지 가지고 있었다. 순간, 필자는 ‘요즘 전방은 예전에 비해 많이 편해졌네.. 너무 편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하긴 군대가 고생하러 오는 건 아니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오는 건데, 적보다 나은 근무환경 속에서 더 나은 장비를 운용하며 근무한다면 더욱 본연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을 테니 그게 진정한 전투력 향상일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잠시 후, 우리는 산꼭대기에 있는 OP를 들렀다. “경계 작전 이상무!”라고 쓰여 있는 문을 열고 들어서서 미로처럼 좁은 통로에 크게 붙어있는 방독면과 탄약고 표지판을 배경으로 무장한 경계병들이 오가는 모습을 보니 최전방 분위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그 안의 내무반에서는 다른 내무반과 마찬가지로 평화롭게 쉬고 있는 장병들이 있었다. 군복차림으로 남성 패션잡지를 보고 있는 장병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휴가 나가면 한 벌 뽑아 입을 옷을 고르고 있는 건가...  교대로 철야 경계근무를 자주 하는 전방부대의 특성상, 전방부대 내무반엔 늘 단잠에 푹 빠져 있는 장병들도 보인다. 
 
OP 꼭대기에 있는 대공감시탑에 오르니 전방 산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커다란 유리창 안의 커다란 기관총 옆에서 한 경계병이 커다란 망원경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뭐가 보이는지 궁금해서 한번 보자고 해봤더니 건너편 산에 마주보이는 약 1.5km 거리의 북한군 GP와 북한군 두 명이 보였다. 지금까지 철책과 초소를 돌아다니며 북측을 향해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우리 육군 장병들의 모습을 계속 봐왔지만 무엇을 향해 그렇게 열심히 경계를 서고 있는지 알고는 있어도 막연한 감이었는데, 손에 잡힐 듯 보이는 “인민군”과 북한군 GP에 새겨진 별을 보니 최전방에서 눈을 부릅뜨고 철저하게 경계를 서고 있는 장병들과 OP에 휘날리는 대형 태극기, 그리고 태극기와 함께 휘날리고 있는 UN기에 의미가 부여된다. 한반도는 아직도 휴전국가, 즉 전쟁 중 잠시 쉬고 있는 나라라는 거다.






오후에는 수색대의 비무장지대 내 수색정찰이 있었다. 비무장지대의 수색정찰을 위해서는 남방한계선의 철책을 넘어서야 한다. 그리고 그 철책을 넘는 문을 “통문”이라고 한다. 북방한계선, 즉 북한군이 지키고 있는 철책 전에 있는 마지막 문이다. 비무장지대 내 수색정찰은 늘 실전이나 다름없는 만큼 통문에 들어서기 전에 수색대 대원들이 모여 팀장의 브리핑을 진지하게 듣고 실탄과 수류탄, 신호탄 등을 분배하고 대대장에게 보고를 한다. 대대장은 수색대 한 명, 한 명의 장비를 꼼꼼히 점검하고 적진에 한발 다가설 대원들의 긴장을 풀어준다. (DMZ 수색대대 기사 참조)


잠시 후, 통문이 열리고 수색대는 대대장의 배웅을 뒤로 하며 비무장지대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수색정찰을 마치고 수색대가 돌아오기 전까지 필자는 GOP 내무반을 들렀다. 깔끔한 신형막사에서는 경계근무를 마친 장병들이 자유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몇 십 미터 앞에 철책이 있는데, 이 곳 내무반은 어쩌면 이리 평화로운지.. 어떤 장병은 휴가 나가서 여자친구에게 줄 지갑을 바느질하고 있었고  다른 장병들은 마치 친구 집에 놀러온 듯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몇 시간 후, 수색대가 수색정찰을 마치고 무사히 부대로 복귀했고  그들이 수색대대 막사로 돌아가는 길은 철원평야에 모여든 철새가 맞았다. (DMZ 수색대대 기사 참조)

 

취재를 마치고 민통선을 나서다보니 꼬리에 꼬리를 문 GOP 교대병력이 전방을 향하고 있었다. 철원평야에 해마다 모여드는 철새와 후방 국민들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빈틈없이, 휴전선을 지키는 우리의 육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