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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軍/생생! 병영탐구

캠퍼스에 나타난 007가방의 주인공은?



"캠퍼스가 나를 부르는구나!"

007가방을 든 후보생들이 일반 수업을 듣기 위해 강의실로 향하였다. 사실 007 가방의 정확한 명칭은 단가방이라고 한다. 학군단이다보니 모든 보급품에는 단이라는 명칭이 들어간다. 단복, 단모, 단화, 단가방처럼 말이다.

자유로운 캠퍼스 안에서도 그들은 단정한 모습으로 패기있게 생활하여야 한다. 문득,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다들 크게 개의치 않는 거 같았다.

"사람들이 많이 쳐다보지 않아요?"

"관심주시면 좋죠!"

"그럴 수도 있겠군요!"

"특히 여성 분이라면 적극 환영합니다!"

 


마침 취재기간이 중간고사 기간인지라 다들 학구열이 뜨거웠다. 일반 학생들 또한, 학점관리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하지만, ROTC 후보생들은 더욱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더욱 열심히 수업에 임하여야만 하였다.

"부모님께서 제일 좋아하십니다!"




학과 수업을 마치고도 도서관으로 바로 직행하여 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문득 그들의 모습을 보니,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시험기간도 마다하지 않고 음주가무를 즐기며 열심히 공부할려고 하는 지인들을 오히려 유혹하며 좋아하던 나의 모습이 말이다.

"참! 후보생들은 방학 때도 바쁘다면서요?"

"방학되면 제대로 빡세죠!"

ROTC 교육은 평상시에는 대학내에서 이루어지는 교내교육이 있지만, 방학기간에는 동, 하계 입영훈련을 실시하게 된다.

물론, 그전에 후보생이 됨과 동시에 실시하는 기초군사훈련을 받아야만 한다. 흔히 장병들이 훈련소에 받는 신병교육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기초군사훈련은 12월 말에 시작하여 다음년도 2월까지 학생중앙군사학교에서는 후보생들의 뜨거운 함성소리가 메아리 친다. 청운의 꿈을 안고 전국 각지에 위치한 각 학군단의 모든 학군사관 후보생들이 입성하여 젊은이들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기초군사훈련은 학생신분에서 학군사관 후보생으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특별한 훈련이다. 이 기간동안은 가족과 친구, 애인과 작별하고 오직 자기 자신만을 의지한 채 훈련을 받아야만 한다. 생소한 환경과 고된 훈련으로 인해 때로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후회도 하고,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다시 안락한 생활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자기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움을 전우들과 함께 서로 의지하며 극복해 나감으로서 조금씩 장교 후보생으로서의 모습을 찾아간다.

기초군사훈련은 1, 2차로 구분하여 2주 동안 진행되며 군인이 되기 위해 처음 받는 훈련이기 때문에 가장 기초적인 군사훈련과 후보생 생활 적응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전투복 착용요령으로부터 시작하여 1주차에는 제식훈련, 총검술 등 군인기본자세 교육을 중점적으로 실시하고, 2주차에는 기초전기훈련으로 개인화기 사격, 각개전투, 경계등을 실습하게 된다. 또한 훈련기간동안 가용한 시간을 활용하여 후보생 생활에 필요한 각종 행동요령과 예절 등을 습득함으로써 후보생 생활에 대한 적응훈련도 병행하게 된다.




"오호! 그럼 다들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인재들이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했나 몰라요!"

"후훗! 곧 여름방학이 다가온다능!"

"앜ㅋㅋㅋㅋㅋㅋㅋㅋ"

무더운 여름, 매년 6월 말부터 8월 말까지 학생중앙군사학교에서 3학년 및 4학년 후보생들이 군인화와 장교화에 중점을 두고 성숙한 장교 후보생으로서의 병 기본훈련 및 분소대전술훈련, 리더십 등을 교육받게 된다. 그 이름하여 하계입영훈련이다.

하계입영훈련은 6개월에서 1년간의 교내교육 및 훈육을 통하여 완성된 진정한 학군사관후보생으로서 받는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기초군사훈련을 통해 군인으로서의 첫발을 내딛었다면 이제부터는 의젓한 예비장교 즉 학군사관후보생으로서의 의미있는 교육을 받는 것이다. 이전의 훈련보다 내실있고 충실한 교육을 받음으로써 완전한 군인으로서의 모습과 장교로서의 기본자세를 확립해 나가는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하계입영훈련은 총 4주동안 진행되며 가입단 시기의 기초군사훈련과 교내교육을 통해 숙달된 군사지식을 토대로 병 기본훈련과 장교로서의 부대 지휘능력 및 리더십 등을 집중적으로 교육을 받는다.

한낮의 기온이 호흡을 곤란하게 할 정도의 무더운 여름에 때로는 힘든 고통과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벅찬 어려움을 부여하는 등 가장 힘든 상황에서 스스로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혼신의 열정을 다한다.




"파릇파릇한 꿈나무들입니다!"

그 시각, 학군단에서는 새로운 후보생들을 선정하기 위해 면접이 한창이였다. 다들 빛나는 단복을 입고 캠퍼스를 활보하는 모습을 꿈꾸며 면접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우리 연대장님이 생각나!"

학군단장님을 보니, 지난 시절, 용호연대를 지휘하신 우리 연대장님이 떠올랐다. 그 역시 지금은 학군단장으로 근무하고 계신다. 학군단장님은 면접생들의 자료와 면담을 통해 최고의 인재를 가려내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집중하였다.

최근 천안함 사고로 인해 군 입대자들이 줄어들지는 않을까 걱정하였지만,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내 조국은 내가 당당하게 지키고자 하는 대한의 젊음이들은 위기의 순간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처럼 강하고 따뜻한 젊은이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부디 편안한 곳으로 가십시오!"

교내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에서 그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천안함 용사들을 추모하였다. 후보생들 또한, 시간이 지나면 각자의 보직에 따라 맡은 바 위치에서 조국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야 할 것이다. 특히 자신의 소대원을 책임지고 통솔해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책임감 앞에 더욱 부담스러울 것이다.





"4학년 후보생들이  막 괴롭히지 않아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아!"

"에이~ 데이트도 못하고! 막 집합하고 그러지 않아요?"

"그런 일 없습니다!!"

뭔가 캐낼만한 정보가 있나 싶어서 3학년 후보생을 붙잡고 요리조리 떡밥을 던져 보았다. 하지만 3학년 후보생은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나의 질문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나 또한, 현역으로 근무하였기에 그들의 언행을 보면 진실인지 거짓인지 어느정도는 분간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취재가는 부대마다 정말 너무나도 밝은 모습에 신비롭기까지 하였다.

아니나다를까? 담소를 나누는 와중에 한 후보생의 여자친구가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웃으며 말하였다.

"남자친구 좀 빌려갈게요!"




"말...말도 안돼!"

떠나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자, 어찌나 부러운 지 몰랐다. 항상 교육받느라 바쁜 줄만 알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사랑, 운동, 학업 등 어느하나 빠지지 않는 그들은 정말 제임스 본드처럼 멋있기만 하였다.

마지막으로 후보생이 직접 말하는 RORC의 장점을 들으며 나는 열정과 꿈이 가득 한 캠퍼스를 뒤로한 채 그들과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posted by 악랄가츠(http://realog.net)
사진 백철(Chanerl@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