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 취재] 육군 특수전교육단 조교들의 하루
대한민국 육군에 편성된 유일한 특수부대인 특전사!
여러분은 특전사라고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생각나시나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안 되면 되게 하라> 특전부대 신조를 떠올릴 것 같은데요, 명령이 떨어지면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두고 항공기에 몸을 싣고서 고립무원의 적진으로 달려가는 죽음의 두려움까지도 이겨내는 투철한 군인정신으로 무장된 이들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특전사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검은 베레로 상징되는 최정예 특전부사관을 양성하는 특수전교육단을 알고 계시나요?
체력을 바탕으로 인성과 자질을 겸비한 최정예 특수작전 전사를 배출하는 특수전교육단, 여기서 선글라스와 굳게 다문 입에서 나오는 절제된 말투로 언제나 신비주의의 대상이 되는 조교의 하루를 밀착취재했습니다.
언제나 무표정한 얼굴로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조교는 과연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는 걸까요? 모델을 능가하는 우월한 기럭지와 배우 부럽지 않은 외모의 윤효석 양성조교(교도중대 상병)와 함께 지금까지 자세하게 소개된 적 없는 특수전교육단 조교의 하루와 솔직담백한 인터뷰를 지금 여러분에게 공개합니다. ^^
06:30 아침점호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특수전교육단의 연병장...
아직 동이 채 뜨기도 전이지만 새벽을 깨우는 함성소리가 메아리칩니다. 그런데 특전부사관 후보생들 사이로 파란 모자를 눌러쓰고 선글라스를 끼고 목에 빨간 호루라기를 걸고 있는 이들이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특수전교육단의 훈련을 책임지고 있는 조교들입니다. 굳게 다문 입과 선글라스로 가린 눈 때문인지 윤효석 조교의 첫인상은 새벽 공기처럼 차가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기우라는 걸 확인하기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습니다. 잠시 후 후보생들의 몸상태와 건강을 체크할 때는 이내 자상한 얼굴로 변해 있었거든요. ^^
06:50 뜀걸음
특수전교육단 조교의 하루는 무척 긴 편입니다. 후보생들보다 먼저 기상하고 저녁점호가 끝나면 후보생들이 잘 자고 있는지를 확인하고서 가장 늦게 잠자리에 드는 이들이 바로 조교들이기 때문입니다. 아침점호 때 뜀걸음 통제를 하는 것도 조교의 몫입니다. 이날 아침기온은 영하 10도를 가리킬 정도로 무척 차가운 날씨였지만 후보생들과 윤효석 조교의 발걸음은 허공으로 사라지는 입김처럼 무척 가벼워보였습니다.
07:10 아침식사 이동
아침점호를 마친 후보생들이 통합식당으로 일사분란하게 이동하는 순간에도 윤효석 조교의 모습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연병장에서 식당으로 가는 길이 후보생들에게는 익숙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조교가 코너를 도는 장소마다 안내하고 있으면 무척 든든할 것 같죠? ^^
07:30 아침식사
후보생들이 식사할 때 조교들도 함께 아침을 챙깁니다. 선글라스를 벗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아침식사를 즐기는 조교들의 모습이 무척 밝아보입니다. 평소에 조교를 떠올리면 항상 긴장한 표정으로 웃음기 없는 모습이었는데, 이렇게 무장해제하고서 미소 짓는 조교들의 모습이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07:50 일과준비
조교들은 20분 정도로 짧은 아침식사를 마치고 장소를 옮겨 다시 모였습니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하루 일과를 앞두고 회의를 하기 위해서였는데, 새벽 6시 30분 아침점호를 시작으로 이후 단 1분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는 모습에서 조교들의 철저한 자기관리를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08:10 5감사운동
아침 회의를 마친 조교들이 학생단 앞으로 이동하고서는 뭔가를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신봉수 특수전교육단장 취임 이후 특수전교육단에서 후보생들의 인성을 함양시키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감사나눔 활동 중 하나인 '5감사운동'인데요... 감사노트에 적힌 내용을 릴레이로 발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조교들도 당연히 5감사운동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앞서 복도에 설치된 감사나눔 릴레이 게시판에서 형형색색으로 붙여진 포스트잇을 볼 수 있었는데, 여기엔 동기는 물론 훈육관에게 보내는 감사 글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이렇게 후보생들이 손수 작성한 100감사는 임관식 이후 받게 되는데 이 때의 감동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합니다. ^^
08:20 웃음체조
5감사 낭독이 끝난 후 조교들은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후 무척 특별한 체조를 시작합니다. 이름하여 '웃음체조!' **^^**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이 순간 만큼은 마음껏 웃으며 해피 바이러스를 서로에게 전하는 것인데요, 간부와 조교가 허깅으로 따뜻한 정을 나누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인상적인 모습이었습니다.
08:30 후보생 건강체크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훈련을 앞두고 윤효석 조교는 후보생들의 건강을 체크하느라 분주했습니다. 이 순간 조교와 후보생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그 소통을 통한 서로에 대한 존중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고요...
08:45 사격장 이동
줄이면 줄! 각이면 각!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후보생들이 사격장으로 이동하는 중입니다. 후보생들이 사격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조교들은 사격장에 미리 도착해 여러 준비작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특수전교육단은 공수기본 훈련을 포함해 최적화된 특수작전 훈련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230만 평이 넘을 정도로 그 규모도 엄청납니다.
09:00 안전기도문 낭독과 실탄 장착
오전 9시가 되면서 이 날의 첫 훈련인 개인화기 사격이 시작되었습니다.
실탄을 확인하는 윤효석 조교의 눈빛도 무척 진지해 보이는데요, 동시에 후보생들은 교육훈련 전 안전기도문을 낭독하며 긴장을 해소와 함께 집중력을 키웁니다. 한편, 사격 훈련장에서는 교육생 주도 참여형 교육(L&T, Learning&Teaching)이 실시되고 있었습니다. 현재 특수전교육단에서 실시하고 있는 특전부사관 양성과정 중 가장 큰 변화를 교육훈련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하는데, 주입식 교육에서 과감히 탈피해 교육생이 직접 말하고 행동하며 상호간 토의를 통해 교육하는 것을 말합니다.
09:20 부사수 임무
개인화기 사격이 진행되는 순간 조교는 부사수 임무를 수행합니다. 이 순간 조교는 후보생의 사격자세 교정을 위해 조언해 주기도, 탄피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실탄 사격이다 보니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조교 또한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순간입니다.
13:00 두번째 개인화기 사격훈련 부사수 임무
3시간에 걸쳐 진행된 개인화기 사격훈련이 끝난 후 12시부터 13시까지 점심시간이었습니다. 이날 오후 훈련은 오후 1시부터 부교대 연병장에서 서킷 트레이닝이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변경돼 오후에도 개인화기 사격훈련이 이어졌습니다. 오후 훈련에서 윤효석 조교는 PRI(사격술예비훈련) 교장에서 말 그대로 '숙달된 조교의 시범'을 직접 보였는데요,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은 후보생들의 눈빛이 번쩍이는 순간이었습니다.
16:30 체련단련
오후에 진행된 개인화기 사격훈련이 끝난 후, 조교들이 학생단 건물 앞으로 집합했습니다. 약 50분 동안 진행되는 체력훈련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는데, 5km 구보와 근력운동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후보생들을 지도하고 때로는 함께 뛰고 움직여야 하는 조교들이다 보니 강인한 체력은 기본적인 자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앗! 지금까지 한 번도 빈틈을 보이지 않았던 윤효석(오른쪽) 조교가 설마 턱걸이에서...?
▲ 그렇죠! 마치 자석처럼 철봉대에 붙어있는 윤효석(오른쪽) 조교... 조교의 정석으로 보이는군요. ^^
18:30 북카페 활용 자기계발
저녁점호가 끝난 후, 북카페에서 조교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특수전교육단에서는 장병들이 생활하는 건물마다 북카페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조교들은 일과를 마친 후 개인정비 시간을 활용해 독서를 하거나 자기계발의 시간을 갖습니다.
어떠세요? 새벽 6시 30분 아침점호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2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하루가 무척 짧게 느껴지지 않나요? 최정예 특전요원을 양성하는 무한한 사명감을 갖고 있는 조교들에게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특전부사관이 태어나기까지의 훈련은 그것을 받아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체계적이고 혹독한 훈련, 인간의 마지막까지 시험하는 인내력 등 그 어느 것 하나 포기하거나 좌절할 시간조차 없이 모든 과정을 이겨내야 검은 베레 특전부사관이라는 영예를 얻을 수 있는 것이죠. 지금도 세계 최강, 최정예 특전사 양성을 위해 가장 먼저 하루를 시작하고 가장 늦게 하루를 마감하는 특수전교육단 조교들에게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특수전교육단 윤효석 양성조교가 말하는 조교란?
Q. 어떻게 조교와 인연이 되었는지...
A. 조교로 생활한 지 이제 13개월째에 접어듭니다. 특전병에 지원했다가 40명에서 2명을 뽑는 조교에 선발되었죠. 솔직히 말씀드려 처음에는 선발조교로 뽑혔을 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무척 딱딱해 보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제식이라든지 화생방 훈련이라든지 다방면에서 많은 걸 경험하고 배울 수 있었거든요. 군생활을 하는데 조교만큼 멋진 직책도 없는 것 같습니다.
Q. 조교의 매력이 있다면?
A. 민간인이라고 할 수 있는 후보생을 실제 군인으로 만드는 군인화 교육과 후보생을 진정한 간부 부사관으로 만드는 신분화 교육을 통해 이들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나 감동적입니다. 처음에는 뜀걸음을 같이 하면 능력치가 떨어져서 뒤쳐지던 후보생이 시간이 지나서 함께 나란히 뛰고 있는 걸 보며 많이 성장했구나~ 라는 생각에 흐뭇하죠. 임관하는 날 이들의 모습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 없고요.
Q. 조교를 떠올리면 다들 비슷한 이미지가 연상되는데...
A. 흔히 카리스마가 있다고 하는데요, 일종의 신비주의라고나 할까요?(웃음) 조교는 후보생들 앞에서 물도 먹지 않고 쉬지도 않는 등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야만 합니다. 구두약과 구두솔을 항상 지참하고 다니는 건 복장에서부터 늘 단정하고 완벽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죠.
Q. 후보생들 앞에서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A. 실수로 반말이 나오지 않도록 언행에 주의합니다. 조교가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꼭 그렇진 않습니다.(웃음) 군인화 단계에서는 후보생들 앞에서 절대로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지만 임관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신분화 단계에서는 인간적인(?) 모습도 보이곤 합니다. ^^
Q. <진짜 사나이>를 보더라도 조교는 별명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자신의 별명을 소개한다면?
A. 조교마다 스타일이 조금씩 다릅니다. 저는 한 번 알려주고 못 하는 경우 소리 지르는 스타일이 아니라 계속 반복해서 습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는 편인데요, 그렇다 보니 잘 알려주는 조교 또는 착한 조교라고 부르는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 (별명에 대해서는 계속 부끄러워하며 답을 하지 않다가...) 별명은 '미남 조교'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ㅎㅎ
Q. 프로야구 코치들이 현란한 손짓으로 사인을 보내게 위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연습을 한다고 하는데 조교도 그러는지?
A. 비슷한 것 같습니다. 조교도 혼자서 구령, 발성법, 호각 부는 법 등을 꾸준하게 연습합니다. 발성은 짧고 강렬하게 전달해야 하고요, 자세는 말 그대로 숙달된 조교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니깐요.
Q. 아침점호 때도 선글라스를 끼고 나왔던데, 멋으로 끼는 건 아닌지...
A. 결코 그런 건 아닙니다.(웃음) 조교는 거의 항상 선글라스를 끼고 산다고 보시면 됩니다. 새벽이라도 잘 보입니다. 아침에 기상할 때 조금 피곤할 때도 있지만 조교 복장으로 갈아입고 나면 그 순간부터 힘이 나거든요.
Q. 실수한 적도 있을 것 같은데...
A. 조교도 사람이다 보니 실수할 때가 왜 없겠습니까. ^^ 예전 일이긴 하지만... 각개전투 훈련 때 200여 명 앞에서 선임 조교랑 함께 시범을 보였는데요, 제가 다른 포복을 보여주는 바람에 훈련병들이 무척 당황해 하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또 한 번은 시범조교를 할 때였는데요, 도수체조를 사열대에 올라가서 하다가 어느 순간 자세가 기억나지 않았던 순간도 있었죠. ㅎㅎ
Q. 끝으로 조교는 어떤 사람인가?
A. 한 마디로 조교는 남을 위해 헌신하는 직책입니다. 가끔은 실수도 하겠지만 항상 노력하며 그 이면에는 정도 많은 사람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글/사진: 김남용 아미누리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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