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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말하는 남자에게 대처하는 방법

사랑하는 사람과 천년 만년 행복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지만, 아쉽게도 현실에선 사랑의 종말이 종종 찾아오기도 한다. 작은 다툼에서 시작해 큰 싸움으로 번진 갈등이든, 서로에게 조금씩 지쳐가다 결국 잡고 있던 손을 놓기로 한 것이든, 어떠한 형태로든 이별을 맞이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말 그만두고 싶은 사랑이라면 많은 연애조언자들이 이야기하듯, 깨끗하게 정리하는 편이 낫다. 하지만 온 몸과 마음다해 사랑했던 사람의 이별통지 앞에, 전기요금 내듯 딱 떨어지게 결재하는 것은 아무래도 힘든 일이다. 잊을 수도 없고, 돌아갈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이번 매뉴얼을 통해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1. 최고의 해답은 '침묵'

이별통보를 받고 정신줄을 놓아버린 사람이 있다면, 자신은 서서히 부서지고 있더라도 절대 그것을 상대에게 알리지 말길 권한다.


위의 물음에 대한 대답은 당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연인에게 이별통보 받은 사람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질문이긴 하지만, 저 물음에 대답을 하든, 하지 않든, 아무것도 나아지는 것은 없다. 간혹 "솔직히 말해주면 잊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답을 들어봤자 늘어나는 것은 상처밖에 없다.

자, 우리는 계획을 짜야한다. 다리에 힘이 빠지고 앞날이 캄캄하겠지만 슬퍼해봤자 피부만 상할뿐이다. 배신감이 뒷통수를 치겠지만, 절대 슬퍼하거나 노여워해서는 안된다. 일단은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다른 생각을 떠올린다. 무슨 생각을 하든 그와 연관된다는 사실도 안다. 하지만 최대한 의식적으로 그 생각을 막아야 한다. 상처를 계속 만지면, 치료가 되긴 커녕 절대 낫지 않는다.

막 이별통보를 받았다면,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한다. 뭐든 정리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이미 정리가 끝난 상대의 이별통보를 받은 거라면, 당신이 더 준비할 것은 남아있지 않다. 영업이 끝난 가게의 셔터를 내리듯이 그의 연락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도대체 이게 무슨 효과가 있는 거냐고?

그의 대사는 끝났다. 당신이 아무 대사도 하지 않음으로 아직 그의 차례가 남아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그가 당신에 대해 궁금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2. 범인(?)은 반드시 사건현장에 다시 온다 

당신의 침묵으로 인해 그는 궁금해질 것이다. 미니홈피를 닫거나 전화번호를 금방 바꾸어버리거나 의식적인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간혹, 일부는 슬픔이 절절하게 뭍어나는 글귀를 미니홈피 메인에 적어두기도 하는데, 절대 그러지 않는 것이 좋다.

이사를 가서 살다보면 옛 집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있다. 그 집이 아주 지긋지긋하고 금방 벗어나고 싶은 집이었다 하더라도 근처를 지나거나, 무언가 연관된 것이 떠올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을 때, 그 집에서는 지금 누가 살까? 하는 궁금증이 고개를 들 듯 말이다.

술이 촉매가 되든, 아니면 어떠한 사건이 시발점이 되든 분명 당신의 미니홈피를 들어가 보거나, 당신에게 발신자표시제한의 전화를 걸었다가 끊거나, 여러가지 방식으로 연락이 올 것이다. 범인(?)은 반드시 사건현장에 다시 나타나니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점에 다시 연락을해서 예전처럼 만나는 것에 대해 추천하지 않는다. 그가 반성하고 있거나, 진심으로 당신에게 용서를 구한다면 다시 만나도 별 문제는 없겠지만, 조금 전 이야기 한 것 처럼 '옛 집 그리워 찾아온' 마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순간의 감정싸움이라면, 여기서 더 질질 끌 필요는 없다. 그가 연락을 해 왔을때, 다시 눈물의 재회를 나눌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에 대한 판단은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에게 맡기고 싶다. 연애란, 케이스 바이 케이스 인 까닭에, 둘 사이를 가장 잘 아는 스스로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와 당신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파악해서 결정을 내리도록 한다.

 3. 나를 더 사랑하자 

자, 이제 당신이 그에게 이별통보를 받은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일순간의 감정싸움이라면 소제목 2번에서 이야기 한 것 처럼, 다시 예전처럼 지내며 "애정전선 이상없음"이라는 판결을 받았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본편이 아닌 번외편 같이 느껴지는 하루하루를 보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무엇이 본편이고 무엇이 변외편인가? 그가 없다면 나는 아무 쓸모도 없는 사람이 되는 걸까? 많은 유행가에 '니가 없이는 아무 의미없어' 따위의 가사가 적혀있지만, 의미부여란 자신이 하기 나름인 것이다. 입시에 시달린 학생들이 종종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는 기사를 읽게 된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공부가 뭐라고 목숨을..." 이라며 혀를 차지만, 그들에겐 그 '공부'가 가장 큰 의미였던 것이다.

당신은 어떤가? '사랑'혹은 '연애' 또는, '그 사람'을 당신 인생에서 가장 첫 번째로 놓고 있지는 않은가? 당신이 무엇을 제일 첫 번째에 놓을 것이냐에 따라 당신의 운명이 바뀐다. 앞에서 이야기 한, 학생들이 '공부'나 '성적'을 인생의 첫 번째로 놓지 않았다면, 과연 그들이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던졌을까? 백명에게 이 이야기를 해도, 대부분의 사람은 순간의 감정 때문에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한 명이라도 이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다면 이 이야기는 성공한 것이라 생각한다.

내 사랑은 특별하고, 그 사람 역시 특별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이 세상에 특별한 것은 없다. 결국 자신이 얼만큼의 의미부여를 더 했냐에 따라 나뉘는 것이다. 당신을 당신 인생에 가장 첫번째로 놓길 바란다. 그가 마음속에서 당신을 밀어내고 다른 것을 첫 번째에 놓았기 때문에 이별통보를 할 수 있었다면, 당신은 그의 마음속에서 밀려난 '당신'을 마음속의 첫 번재에 놓길 바란다. 그것이 당신 혼자서도 두 다리로 설 수 있는 방법이다.


노멀로그에 <솔로부대탈출매뉴얼>을 연재하며, 남이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당사자에게는 목숨이 걸린 일 처럼 생각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된다. 자신이 마음속에 첫 번째로 있지 않은 사람은, 모든 일에 예민하며 사소한 일에도 엄청난 반응을 보이기 마련이다.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손을 한 번 흔들어 줬다는 것 만으로도 잠을 못 이루는 것 처럼 말이다.

<곰신생활매뉴얼>을 연재하며 사랑 때문에 마음아파하고, 힘들어하며, 삶의 의미조차 놓아두고 조언만을 구하는 메일을 종종 받는다. 일반적인 연애와 달리, 군대라는 특수성이 있고, 의사소통을 마음껏 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연애란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만 바라보고 하는 연애는 결국 두 다리로 서지 못한 당신이 그에게는 부담스러워 질 것이고, 연락을 마음껏 할 수 없으며 당신 마음의 결핍을 채우기 힘든 상황에서, 둘의 갈등은 생길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이라는 얘기를 해 주고 싶다.

약속장소에 나오지 않은 친구가 한 시간쯤 늦겠다는 이야기를 했을때, 당신은 한 시간동안 도대체 이 녀석이 언제 오나 조바심을 내며 보낼 수도 있고, 생각지도 않게 생겨버린 시간을 다른 일을 하며 보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한 시간 후에 그 친구가 온다는 '믿음' 이다. 그 마음으로 당신에게 집중하며 하루하루를 보낼때, 아름다운 기다림의 끝도 찬란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