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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피곤하다는 군인 남친, 여친의 현명한 대응법은?


우선, 군대에 있으면 실제로 몸이 엄청 피곤하다는 사실을 곰신들이 인지해 주길 바란다. 군복무 중이라는 걸 막연히 '군대에 가 있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곰신들이 있는데, 그건 어디에 출장을 가 있거나 유학을 가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가장 먼저 철저한 '계급사회'에서 생활하며 받는 스트레스를 이해해주길 권한다. 자대배치를 받아 갓 이등병이 되었다면 500명가량 되는 중대 인원 중에 5명 정도의 동기를 제외하곤 모두 고참이라고 보면 된다. 여기서 말하는 '고참'은 사회로 치면 '직장상사'다. 가끔 고참을 '대학교 선배' 정도로 쉽게 생각하는 곰신들도 보이는데, 학교 선배는 안 보고 싶으면 안 볼 수 있으며 마주쳐도 모른 체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고참은 같은 소대일 경우 하루종일 얼굴을 봐야 하며 잘 때도 한 생활관에서 자야 한다. 긴장의 끈을 한 순간도 놓을 수 없는 것이다.

 

군대가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단순히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이해해 주길 바란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저녁식사 이후 시간까지 마음대로 쉬거나 행동할 수가 없다. 8교시까지 있는 고등학교 수업시간을 매일 반복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물론, 위에서 이야기했듯 그 '수업'은 학교에서처럼 친구들이 모인 학급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직장상사 같은 고참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이루어진다. 때문에 한눈을 팔거나 대충 할 수 없다. 또, 전투기술을 배우는 군대의 특성상 그 '수업'들은 모두 몸을 움직이며 이루어진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자 그럼, 운은 이쯤 띄우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추천은 공짜입니다. 눌러도 손가락이 부러지지 않아요^^

 

 

1. 연락은 언제나 반갑게! 또 소중하게!

 

그대에게 두 명의 친구가 있는데, 한 친구는 그대의 전화를 "어, 왜?"라며 받고, 다른 친구는 "응~ 곰신아~"라며 전화를 받는다고 가정해 보자. 그대에게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그대는 어느 친구에게 전화를 걸 것 같은가? 간혹 "전자가 더 친한 친구끼리 할 수 있는 표현 아닌가요? 저 '왜?'에는 무슨 일이 있으면 도와주겠다는 뜻이 내포된 것 같은데요? 그래서 전 전자를 선택할래요."라고 말하는 곰신들이 있어 당황스럽긴 하지만, 어쨌든 대부분의 곰신들을 후자의 친구에게 전화를 걸 거라 생각한다.

 

전자가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 여자친구'라면, 후자는 '전화를 언제나 반갑게 받아주는 여자친구'다. 사연을 보내는 곰신 중에는 군화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적어서 보내는 곰신들도 있는데, 갈등이 최고조에 다다르기 직전 두 사람의 대화내용에서는 아래와 같은 말들을 볼 수 있다.

 

"어, 말해."
"아니, 됐어."
"몰라. 나중에."

 

기쁨도 감동도 재미도 즐거움도 찾아볼 수 없는 말들이다. 물론, 군화가 저러는 경우도 있다. 통화하려고 전화를 걸어 놓고 왜 저런 무채색의 말들만 뱉어내는지는 의문이지만, 여하튼 대화의 즐거움이 사라지면 둘의 전화통화는 그저 일상의 의무적인 절차가 되어 버린다.

 

특히 이해가 부족해 상대에게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들'이 많아져 있는 경우, 직접 말은 안 하지만 실망이나 짜증을 목소리에 덕지덕지 발라 전달하는 일이 많아진다. 그럼 전화통화를 하며 한 쪽은 이유를 몰라 문제를 못 풀고 있는 상황이 되고, 다른 한 쪽은 눈치를 줘도 못 알아듣는 상대 때문에 더욱 화가 난다. 둘의 관계에 서서히 금이 가고, 통화는 피곤한 일이 되어 버리고 만다.

 

기분 상하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과 별개로 연락은 늘 반갑게 받고, 또 소중하게 생각하길 권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으면 통화하며 이야기해 둘의 합의점을 찾으면 된다. 연락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마음대로 상대의 말을 자르거나 전화를 먼저 끊는 일은 없을 테니, 충분히 그 대화의 끝까지 가볼 수 있다. 편지 답장을 왜 아직도 안 하냐고 윽박만 지르다 감정이 상해 싸우고, 서로 자존심만 세우느라 퉁명스럽게 연락을 하다가 영영 헤어지게 되는 커플이, 더는 없길 바란다.

 

2. 휴가나온 남친 움켜쥐지 말기

 

서두에 말한 것과 이어서 좀 설명하자면, 군대에선 보통 저녁 10시에 자고 오전 6시에 일어난다. 8시간 자는 거니 많이 자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곰신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 사이에 불침번을 서거나 경계근무를 나가기도 한다. 보통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근무를 서는데, 근무 서기 15~20분 전 일어나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행정반에 가서 보고를 하고 외곽까지 걸어 나갔다가 근무를 선 뒤 다시 돌아온다.

 

부대에 방문해 본 곰신이라면 부대 입구에 군인이 총을 들고 서 있는 것을 본 적 있을 것이다. 그것만 따로 전담으로 하는 병사가 있는 게 아니고, 부대 내 군인들이 돌아가며 그 근무를 서는 거다. 부대 입구뿐만 아니라 생활관, 중대, 대대, 탄약고 등을 모두 지킨다.

 

일과와 경계근무, 그리고 작업 등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피로가 누적된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아, 피곤해.'라는 말을 하는 게 아니라, 10분의 쪽잠도 소중한 피로누적의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사회에선 그냥 몸만 쫌 찌뿌둥해도 피곤하다고 말하는 것과는 레벨이 다르다. 난 군복무를 하다가 군병원에 외진을 간 일이 있는데, 거기서 진료 받으러 병원을 찾은 군인들이 병원 대기 의자에 앉아 졸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솔직히 난, 외진 가는 차량 안에서부터 졸았다.)

 

이런 군인들의 생활을 모르곤, 군화가 휴가 나와서 졸기만 한다며 화를 내는 곰신들이 있다. 그녀들은 오랜만에 보는 군화가 너무 반갑고, 일 분 일 초가 아까워 함께 이것 저것 하고 싶은데 군화가 피곤하다며 자꾸 피곤해 하자 기분이 상한다. 늦게까지 함께 있고 싶은데 열 시가 넘자 집에 들어가려 하는 군화에게

 

"왜? 뭐가 그렇게 피곤한데? 몇 달 만에 보는 건데 왜 계속 피곤하다는 얘기만 해?"

 

라며 서운한 감정을 드러낸다. 군화가 달래보지만, 곰신은 실망한 표정을 풀지 않고 틱틱 대거나 툴툴거린다. 그렇게까지 하는 대도 군화가 정신을 못 차리고 계속 피곤해 하면, 곰신은 더더욱 기분이 상한다. 하루를 찝찝하게 보낸 다음 날, 곰신은 '어제 그렇게 대충 보냈으니, 오늘은 제대로 데이트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전화를 건다. 전화를 받은 군화는,

 

"나 조금만 더 잘게."

 

라며 여전히 정신 못 차리는 모습을 보인다. 깊어진 감정의 골은 군화가 복귀를 하는 날까지도 해결되지 않는다. 긴 통화나 만남으로 풀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에 찝찝한 기분은 계속 이어지고, 결국 둘 사이엔 '불만'이 크게 자리 잡아 두 사람은 멀어지고 만다. 맛난 거 먹는 것도 좋고, 좋은 곳에 놀러 가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휴가 나온 군화는 움켜쥐지 말고 좀 쉬게 해 주길 권한다. 함께 찜질방에 가서 잠들 때까지 이야기 하다 한 숨 푹 자고 일어나는 데이트도 있지 않은가. "졸린 거 참아봐."라거나 "내일은 자면 안 돼."라며 군화를 궁지로 몰진 말자.

 

3. 이등병 군화는 무조건 이해하기

 

군대는 시간이 지나도 군대다. 지금은 부조리들이 많이 사라졌겠지만, 내가 이등병일 땐 전화를 사용할 때 '차렷'자세로 해야 했다. 사회에서 전화를 할 때처럼 공중전화 박스에 몸을 기대거나, 편하게 서서 전화를 할 수 없었다. 그게 강제사항이 아니었고, 그렇게 편한 자세로 통화를 한다고 해서 누구에게 혼난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냥 자연히 그렇게 눈치를 봐야 했다.

 

회사 입사 초기, 업무를 보고 있는데 친구에게 사무실로 전화가 걸려 왔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대가 팀장이나 과장 부장급 직원이라면 별 거리낌 없이 큰 소리로 통화 하겠지만, 신입사원이라면 그런 행동은 '개념 없음'으로 보일 수 있다. 때문에 누가 뭐라 하지 않더라도 그 통화는 최대한 소곤거리는 목소리로 하게 되며, 용건만 간단히 파악한 후 얼른 전화를 끊게 된다. 이등병의 통화란 그와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하자. 그런 사정을 두루 살피지 못한 채,

 

"목소리가 왜 그래?"
"나랑 통화하기 싫어?"
"왜 빨리 끊으려고 그래?"

 

라는 이야기를 하면 두 사람만 괴로워진다. 군화는 군화대로 길게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괴롭고, 곰신은 저런 이야기를 해도 "이제 끊어야겠다. 내일 또 전화할게."라며 끊는 군화 때문에 괴롭다.

 

"사회에 있을 때에는 군화가 전화 먼저 끊은 적도 없고,

통화 끝에 늘 "사랑해~"라고 말해줬거든요. 근데 이젠 그러지 않네요."

 

군대의 공중전화란, 사회에서의 핸드폰 통화와 달리 조용한 곳으로 가 이야기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게다가 공중전화를 혼자만 쓰는 것도 아니기에 옆엔 다른 고참들이 전화를 쓰고 있고, 사람이 몰리는 시간엔 뒤에서 고참들이 전화를 하려 줄을 서 있다.

 

쉽게 말하자면, 명절 날 친척들이 큰집 거실에 다 모였는데 거기서만 그대의 휴대폰이 터지는 것이다. 방에 들어가거나 외부에 나가면 전화가 안 된다. 그런 상황에서 얼마만큼 깊고 진솔한 얘기를 할 수 있겠는가. 그저 '나도 지금 네 생각 하고 있어.'라는 걸 전달하는 짧은 통화가 최선이다. 그렇게 최선을 다하는 이등병 군화를 무조건 이해해 주길 권한다. '이렇게 통화할 거면 전화 왜 했지?'라는 생각 대신 말이다. 아직 적응도 잘 안 되고, 사람들은 시커먼 것 같고, 나는 누구고 여기는 또 어딘가 혼란스러운 남친에겐 그저 응원과 격려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도움을 주기 바란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또 메일로,

 

"기다리는 곰신은 뭐 편한가요? 곰신도 기다리느라 힘들어요."
"왜 곰신이 다 맞춰야 하죠? 군화도 노력해야 하잖아요?"

 

등의 질문을 보내는 곰신들이 있다. 그런 곰신들에겐 둘의 관계를 '계약'이라 생각하지 말길 권해주고 싶다. 두 사람 모두 노력해야 하는 건 맞지만, 그게 어느 상황에서나 그래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함께 산을 오를 때 체력이 강한 쪽이 약한 쪽의 배낭을 들어줄 수 있는 것처럼, '어려움'은 두 사람의 상황과 형편에 맞게 나누어 가지면 되는 거다.

 

또한 이 매뉴얼은 곰신들만을 대상으로 한 까닭에 '곰신들이 취할 수 있는 대응법'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 둔 것이다. 누가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 둘의 딱딱해진 관계를 조금이라도 말랑말랑 하게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이야기란 얘기다. 군화가 축축 쳐지면, 왜 그러냐고 따지는 것보다 힘내라며 토닥토닥 해 주는 것이 더욱 현명한 대응법이라는 걸 적어 두며,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