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 콘텐츠

동장군도 무섭지 않다... 30사단 혹한기 훈련현장


201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 때문일까요? 올해는 유난히 눈도 많이 오고 날씨도 쌀쌀합니다. 동장군(冬將軍)의 심술이 장난이 아니지만 155마일 휴전선, 비무장지대(DMZ)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국군장병들의 경계태세는 한 치 흔들림이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육군 각급부대는 정해진 계획에 따라 2010년 새해 벽두부터 혹한기 훈련을 한창 진행 중입니다.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구슬땀을 흘리며 실전 같은 혹한기 훈련을 실시 중인 육군 30기계화 보병사단을 방문했습니다. 기계화 부대의 혹한기 훈련은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강력한 기갑전력을 갖추고 있는 육군 30기계화 보병사단은 수도권 방어를 책임지고 있는 핵심부대 중 하나입니다. 혹한의 날씨도 육군 30기계화보병사단의 야전 기동훈련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정예부대 답습니다.

위사진 : 지방 국도를 빠르게 기동하고 있는 K1전차와 K281 박격포 탑재 장갑차, K30 비호 자주대공포

이른 새벽, 부대가 아닌 경기도 북부지역에 위치한 훈련지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지방 국도에서 조금 벗어나 언덕을 넘어가니 경계 근무 중인 병사들이 보입니다. 기계화 보병부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전차와 장갑차가 곳곳에 모습을 감추고 있습니다. 이곳이 바로 야전에 설치된 임시 숙영지입니다. 장병들이 바삐 움직이며 시동을 걸거나 차량을 점검합니다. 이제 곧 정해진 훈련계획에 따라 이동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훈련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미리 이동해, 약속된 지점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미국처럼 사단급 부대가 동시에 훈련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크기의 훈련장이 우리 군에는 아직 없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여러 부대가 같은 지역 내에서 훈련을 실시하고 이동시 도심을 통과하거나 민간차량과 도로에서 함께 이동해야하는 상황이 수시로 벌어지기 때문에 안전사고 예방은 훈련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입니다. 왜 그럴까요?

위사진 : 혹한의 날씨로 얼어붙은 하천과 주요 길목에 설치된 대전차 낙석장애를 돌파하고 있는 K1전차

주요 기갑차량의 무게가 일반의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K1 전차의 경우 평균 55t 내외, K200 장갑차의 경우 평균 13t의 자중을 자랑하는 만큼 부대 이동시 만에하나 민간 차량과 살짝 부딪치기만 해도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약속된 지점에 도착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부대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10분, 30분, 1시간... 아무리 기다려도 전차와 장갑차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확인해 보니 훈련지역 내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중간 중간 주요 길목에서 대기했기 때문이라고합니다. 오랜 기다림에 지쳐갈무렵 우렁찬 굉음과 함께 저 멀리 전차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오래 기다린 만큼 수십 톤의 전차와 기갑차량이 국도를 질주하는 모습은 장관입니다. 하지만 전차와 장갑차를 운전하는 운전병들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모든 정신을 집중합니다. 특히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는 장병들이 있습니다. 바로 훈련통제관들과 헌병입니다. 이들은 부대의 이동 경로에 미리 배치돼 적절히 교통을 통제해 일반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합니다.

위사진 : 훈련장에 집결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K1A1 전차


우여곡절 끝에 모든 부대가 아무 사고 없이 훈련장에 집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드넓은 공터에 수 십대의 전차와 장갑차가 속속 도착하는 모습이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 혹한기 훈련 과정은 전차포를 쏘고 적진을 돌파하는 등 영화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극적이지는 않습니다. 더욱이 일반인들이 보기에 멋있어 보일지는 몰라도 실제 혹한기는 기계화부대가 훈련하기에 매우 열악한 조건입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거대한 금속 덩어리인 전차와 장갑차는 쉽게 뜨거워지고 쉽게 얼어붙습니다. 특히 이동 중인 전차는 시계가 극히 제한되기 때문에 조종병뿐만 아니라 전차장과 탄약수는 상체를 전차 밖으로 노출시키고 한겨울의 칼바람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이렇게 시야를 확보하지 않는다면 언제 어디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지 모를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눈이 쌓이거나 얼어붙어 미끄러운 도로는 모든 기갑장비의 기동에 치명적입니다. 기갑차량의 궤도가 미끄러지기 때문입니다.

위사진 : K1 교량전차가 설치한 교량을 이용해 제방을 극복하고 있는 K1A1 전차


사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처럼 열악한 훈련환경을 극복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혹한기 훈련의 목적입니다. 적을 발견하고 격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환경을 극복하고 임무완수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것! 모든 병사들이 완벽한 전투대비태세를 갖추는 것이 진정한 혹한기 훈련의 목적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훈련의 연장선상에서 K1 교량전차가 설치한 교량을 이용해 장애물을 극복하는 훈련이 실시됩니다. 순서에 따라 K1A1 전차들이 차례로 교량에 진입합니다. 전차장의 수신호에 따라 조심스럽게 교량에 진입한 다음 신속하게 통과합니다. 어떠한 장애물도 기계화부대의 전진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잿빛 하늘에서 하나 둘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하늘 가득 눈이 쏟아지고 순식간에 훈련장 주변에 눈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큰일입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임시 숙영지가 가까운 곳에 있다는 점입니다. 지휘관들의 신속한 판단과 명령에 의해 전차와 장갑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임시 숙영지로 이동합니다.

위사진 : 하늘가득 내리는 눈을 맞으며 훈련장을 기동하고 있는 K1전차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눈이 내리는 가운데 전차와 장갑차들이 질서 정연하게 임시 숙영지로 진입합니다. 장병들의 움직임이 부산해 집니다. 시동을 끄면 순식간에 거대한 냉장고로 변하는 기갑차량에서 밤을 보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전술교리에 따라 숙영지를 조성하는 장병들의 움직임이 꽤 능숙해 보입니다. 이미 혹한의 날씨에도 체온을 보전하고 따뜻한 밤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채득했기 때문입니다. 혹한속 훈련의 진정한 목적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전투력을 유지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적을 격퇴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혹한기 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장병들을 뒤로하고 취재를 마쳤습니다. 직접 확인한 육군 30기계화 보병사단 장병들의 혹한기 훈련! 이상무~!

위사진 : 임시 집결지에 도착해 숙영지 편성에 들어간 장병들과 기갑차량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