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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기를 현명하게 보내는 다섯 가지 방법

"우리 제법 잘 어울려요." 라며 시작한 연애가 "우리 쵸큼 오래됐어요."로 바뀌는 순간,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BG와 TR이라는 생리적 현상을 언제 텄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해질 때쯤 긴장은 풀리고, 전화기가 뜨거워질 때까지 통화하던 그들이 이젠 서로 연락이 없어도 "무소식이 희소식이지." 라는 경지에 오르게 된다.

그렇다고 '사랑'이라는 마음 자체가 변한 것은 아니다. 설렘이 편안함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시기에 "얘랑 난 인연이 아닌가봐." 라는 생각을 해서 등을 돌리는 사람도 있고, 사랑이 식었다고 생각해 이별통보를 보내기도 한다. 아무 노력없이 '권태기'를 방치해 둔다면 결국 둘 사이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아무리 말해도 바뀌는 게 없어."라는 생각을 하며 사랑스럽던 상대가 지겹게 느껴질 것이다. 노멀로그의 솔로부대탈출매뉴얼에서 [솔로부대원도 알아둬야 할 권태기 극복방법]이라는 제목의 매뉴얼로 기본적인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 한 적 있으니, 이번에는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섯 가지 방법을 함께 살펴보자.


1. 서로를 애칭으로 부른다.


이름의 한 부분을 활용해서 부르거나, 별명을 지어서 부르는 것은 연애 초반에 많이 하는 일이다. 그러나 더이상 데이트를 할 때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를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귀차니즘'이 찾아온 커플이라면, 애칭은 사라지고 "야""너" 정도의 호칭만 남았을 것이다. 두 줄 정도 써서 보내던 문자메세지 역시 "응"이나 "아니" 정도의 대답으로 바뀌었을 거고 말이다. 바로 이 때, 서로를 애칭으로 부를 수 있어야 한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큰 효과를 나타낼 것이다.

특히 참다참다 폭발해 싸움이 일어난 경우나 화가 나서 앞뒤 안가리고 말을 쏟아낼 때에도 이 약속은 꼭 지켜져야 한다. 모든 것이 순조로울 때 애칭을 사용하는 것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그러나 화가 나거나 감정이 상한 상태에서도 애칭을 쓰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호칭에 따라 뒤에 오는 말이 달라진다는 것을 기억해두자.


2. 존중이 없는 행동이나 말은 바로 지적한다.


사랑하니까 계속 참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까지 간다. 사랑하는 사이에는 당장 뜨겁게 불타며 "너를 위해 죽을 수도 있어." 따위의 감정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가까울 수록 서로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은 훌륭한 방법이지만, 현실에선 가까울 수록 함부로 대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시시콜콜 잔소리를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지금 상대의 행동이나 말을 통해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되었는지를 분명히 지적하란 얘기다. "말 다했어?" 식의 대응이 아니라, 그 말이 상처가 되었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그만해, 짜증나니까." 라고 한다면 다시는 '짜증난다'라는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 말을 하지 않은 채 "됐어. 끊어." 식으로 대응하면, 나중에는 짜증난다는 얘기보다 더 큰 상처를 낼 말이 날아올 수 있다. 사귄지 얼마 안 되어 "짜증나"라거나 "꺼져"라는 말을 하진 않을 거다. 그 선을 지켜가는 것은 둘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고, 한 쪽에서 그 선을 넘었을 때에는 분명하게 지적하는 것이 필요하다.


3. 예상되는 행동을 말해준다.


어느정도 연애기간을 가진 커플이라면 '레파토리'가 있을 것이다. 상황과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다리던 주말 마저도 상대의 늦잠에 이어 오후가 되서 만난 뒤 "뭐 먹을까?"로 동네 한 바퀴 돌고, 영화를 보거나 PC방에 가거나 찜질방에 가거나 하는 식의 진행이 될 것이다. 둘 다 부지런하면 산도 올라갔다 오고 맛집을 찾아다니기도 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늘 가던 식당에서 비슷한 메뉴로 끼니를 해결한 뒤 거리를 방황하다 발 닿는 곳에 들어가는 '레파토리'가 있단 얘기다.

상대의 집에 놀러 가거나 놀러 오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밥을 먹고 나면 TV시청이나 인터넷을 하느라 "얜 뭐하러 여기 온거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데이트만 할 수 있다. 사귀는 사이라고 늘 이벤트가 준비되고 여기저기 놀러다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몇 주 내내 같은 생활이 반복된다면 긴장은 풀어지다 못해 끊어질 위험이 있다. 그게 일방적이라면 예상되는 행동을 이야기 해보자. 어디로 오라는 상대의 말에 "거기서 밥을 먹고 넌 인터넷 하고, 난 티비를 보다가 어두워지면 집으로 돌아오잖아. 나 오늘 갑자기 인사동에 가고싶어 졌는데, 넌 어때?" 식의 대답을 해 보는 것이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4. 구체적인 둘의 '목표'를 적어본다.


유치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성공하는 사람(된사람)의 대부분은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고 일정을 기록하며 '목표'를 확실히 한다. 그것은 연애에 대입해 보는 것이다. 막연히 "그래도 우리 사랑하니까 아직 사귀고 있지."라고 위안만 할 것이 아니라, 둘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적어보자. 커피숍에 앉아서 친구 누구가 코수술을 했는데 티가 확 난다는 얘기만 할 게 아니라 이런 걸 해보자.

그게 어렵다면 '우리가 방문할 명소들'같은 리스트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얼빠지게 '보라카이, 알프스, 체코' 이따위 리스트 말고 현실적인 리스트를 만들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낯선 장소에서 옆 사람의 소중함이 더욱 느껴질 수 있다. 물론, 당신이나 상대역시 "귀찮게 뭘 그런걸 해."라고 할지 모르지만, 방바닥에 곰팡이처럼 달라붙어 있는 것 보다는 백배 즐거울 것이다. 꼼짝않고 집에 있고 싶겠지만 같이 손을 잡고 낯선 곳을 돌아다니는 일은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일이다. 가까운 곳 부터 계획잡고 다녀오길 추천한다. 숙소를 잡으면 숙소에서만 뒹굴다 올 수 있으니 무박 여행을 권한다.


5. 추억의 장소를 함께 가 본다.


당신은 아직 가슴이 뛰고 있는데 그는 배꼽을 파서 냄새를 맡아보라고 하는 상태라면, '자극'이 필요하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잔소리는 서로 지치기만 할 뿐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대와의 추억의 장소를 방문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된다. 그냥 다시 가본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당신이 느꼈던 감정들을 이야기 해 주는 것이다. 당신이 그만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단, 그게 이번 남자친구가 아닌, 이전 남자친구와의 추억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내가 당신의 남자친구라고 해보자. 그리고 당신은 나와 익숙해져서 이제 집에서 뒹구는 것이 더 편하고 시/군/구를 벗어나는 것이 새벽 두 시에 집에 들어와 자기 전에 씻는 것 보다 더 귀찮은 일이 되었다고 가정하자. 그런 당신에게 내가 당신과 갔던 곳의 입장권을 지갑에서 꺼내 보여주며 그때 음료수를 세개나 뽑아온 것이 너무 긴장되서 실수로 세개나 뽑은 거였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그리고 당신이 피곤해 보인다며 집에 돌아가기 전 준비한 비타민제를 건넨다.

낯간지럽다고 할지 모르지만, 내가 당신에게 "넌 잠만자냐?" 라고 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방금 말한 것 처럼 하는 게 나을까? 화장실에서 힘주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면 어느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금방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권태기에 접어든 커플은 "이렇게 계속 사귀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사회인이 되어 연애를 시작한 곰신과 군화 커플의 경우, 이러한 권태기를 상대에 대한 한계로 생각해 버릴 위험도 크다. 다른 누군가를 만나면 다시 설레는 감정이 생길거라는 어린 생각에 이별을 감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만나도 그 설렘이 계속 지속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 때는 이미 실수를 저질러 버린 후다.

더군다나 사회에서처럼 연락이 자유롭지 못한 군화와 곰신은 갈등이 생겨도 금방 해소하기 힘들며, 한 사람은 사회에, 그리고 한 사람은 군대에서 적응해가며 서로에 대한 편안함과 익숙함은 진부함으로 변할 위험도 있다. '오래달리기'라는 마음을 미리 가질 수 있길 권한다. 같이 길을 가다가 상대가 주저 앉았다면 빨리 일어나라고 다그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조용히 곁에 앉아보자. 권태기는 둘 앞에 놓인 오르막일 뿐이다. 평탄한 길 끝나고 오르막이 나왔다고 등 돌릴 것이 아니라, 서로 힘이 되며 한 걸음씩 더 더해보기로 하자. 정상에 둘이 설 수 있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