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두 사람을 갈라놓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다. 오해나 갈등같은 내적인 요소가 있고, 서로의 집안에서 반대를 하거나 사회적인 고정관념 등이 이별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그 중 가장 무서운 것은 '집착'이라 생각한다.
"집착은 사귀기 전에나 매달리고 스토킹하고 그런거 아닌가요?"
라는 이야기를 꺼낼지도 모르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귀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믿음이 부족하거나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껴 계속 결핍을 드러내게 되는 집착이다. 집착이 무서운 이유는, 사랑하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한쪽이 계속 갈피를 못잡는 까닭에 상대방까지도 자신의 페이스를 잃고 휘말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매뉴얼에서는 이 '집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곰신들의 경우 원하는 시간에 마음대로 연락을 하거나 만날 수 없으니 이 '집착'의 늪에 빠질 위험성이 크다. 뿐만아니라, 사회에 있는 여자친구에게 불안을 느낄지도 모르는 군화 역시 '집착'이라는 병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집착은 왜 생기며, 어떻게 자라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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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안
집착은 불안이라는 씨앗에서 출발한다. 솔로부대 대원들은 커플이 되면 모든 걱정에서 해방되고 놀이공원을 가거나 영화를 보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겠지만, 커플부대들의 속사정은 다르다. 커플이 된 직후야 '영원한 내편'이 생긴 듯 든든하고 행복하겠지만, 사귄다는 것은 공식적인 사랑의 시작을 의미할 뿐이다.
그 시작은 '결혼'이나 '영원' 이라는 역을 향하지만, 그 중간에는 수도 없는 '이별'의 역이 있다. 그렇기에 연인들은 입으로 소리내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그 '이별'에 대해서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상대가 어떤 징후를 보인다고 생각했을 때, 불안은 싹트기 시작한다. 이 단계에서 싹을 자를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무럭무럭 자라난 불안은 불신이라는 줄기를 뻗기 시작한다. 이쯤되면 둘이 타고 있던 시소는 완전히 한쪽 방향으로 기울어진다.
둘 중 하나가 '집착'이라는 병을 앓기 시작하면, 연락의 횟수나 반응의 신속성등에 지나친 관심을 보이게 된다. 평상시 3번 전화통화를 하는 커플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그 3번의 전화통화도 적다고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다.
곰신과는 조금 상황이 다르지만, 사회에서 연애를 하는 중이라면, 문자를 보낸 직후 답장이 오지 않으면 계속해서 핸드폰을 확인한다든지, 전화연결이 안된다든지 하면 불안의 싹이 자라나기 시작한다. 곰신과 군화의 경우, 전화통화가 안되면 수도 없이 부재중 전화를 남겨 놓는다든지, 겨우 연락이 닿으면 밀린 메세지 들어오듯 이야기를 퍼 붓는다든지 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2. 불신
불신이라는 줄기를 뻗기 시작하면, 그 때 부터는 손 쓸 방법도 없이 집착이 자라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의 믿음이 깨어진다는 것은, 헤어지자는 이야기만 하지 않았지 사랑이 깨어진 것과 같다. 물론, 일부 커플 중에는 한 쪽의 일방적인 집착에도 불구하고 다른 쪽이 그것을 '사랑의 증거'라 생각하며 이상한 모양새지만 둘의 관계를 유지하는 커플도 있고, 서로 집착하며 정으로 사귀는 커플들도 있다. 그렇기에 '불신'이 '이별'이라고 잘라 이야기 하진 않을 생각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믿지 못한다는 것은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집착의 병에 걸리 사람은 상대의 진심도 의심하는 까닭에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시소가 한쪽으로 기울어진 모양이라 흔히 이야기 하는 '밀고 당기기'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밀기'나 '당기기'를 하게 된다. 그럼 자연히 상대는 내가 의심하는 방향으로 가서 서 있게 되는 것이다.
쉽게 생각해보자,
"너 나랑 헤어지려고 거짓말 하는 거지?" 라고 반복해서 묻는 남자가 있다고 해보자. 여자는 그 남자에게 절대 그런게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남자는 믿지 않는다. 아무리 어르고 달래고 또, 화내봐도 여전히 불신의 위치를 고수하는 남자에게 여자는 지치기 시작한다. 결국 그 남자의 집착에 지쳐 둘의 끈을 놓아버리기로 작정했을 때, 남자는 이야기 할 것이다.
"거 봐, 그럴 줄 알았어."
당하는 사람도 괴로운 일이지만, 불신을 꺼내 놓는 상대도 절대 편한 상태는 아니다. 이 단계에 접어든 커플이 있다면 이해해주고 도우려 애쓰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속에, 또는 상대의 마음속에 '불안'이 첫번째로 들어있다면, '불신'은 자연히 따라가게 될 것이다. 자신도 제어하지 못할만큼 상대를 의심하게 될 것이다. 꼭 '의심'이 아니더라도, 꼬리에 꼬리를 물며 급한 마음을 만드는 '변심에 대한 걱정' 역시 한 몫 할 것이다. 그건 어떻게 막아야 할까?
3. 불확실
집착을 앓고 있는 당사자 뿐만 아니라, 상대방 역시 그런 행동에 대해 둘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는 '불확실'의 단계로 가게 될 것이다. '이게 사랑일까?' 부터 시작해서, '차라리 헤어지는게 낫지 않을까' 까지,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둘의 관계를 정리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이 불확실의 터널은 지나며 많은 커플들이 헤어진다 는 것이다. 이 터널만 지나면 집착이라는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이 보이지 않은 컴컴함과 상대가 내 옆에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혼란 속에 대부분이 기차에서 내려 다른 곳을 찾아간다.
한 번쯤 그 기차에서 내려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 터널을 조금만 참고 견뎠다면 다시 환한 세상이 다가왔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하지만 당시엔 그게 전부인 것 같고, 아무것도 약속되지 않은 미래는 불안하다. 게다가 상대에 대한 믿음이 깨어진 상태는 체인이 빠진 자전거를 타는 것 처럼 힘만 들 뿐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4. 제안
집착에 힘겨워 하는 커플이 있다면, 그리고 아직 경험하진 못했지만 집착의 징후가 보이는 커플이 있다면, 마음속에서 자라나는 불안의 씨앗은 '대화'가 그 성장을 더디게 해 줄 것이다. 아직까진 치료법이 알려지지 않아 많은 이들이 불확실의 터널에서 내리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순간에 둘이 맞잡은 손이 있다면 그 손에 힘을 더 꽉 주는 것이 서로를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대화'만으로 완치가 되진 않는다. 집착이라는 병은 마치 수두를 앓는 것과 같아서 대부분의 사람은 사랑을 시작하며 한번쯤 겪게 되는데, 열꽃이 피며 가려움과 싸워내야 면역이 생기는 것 처럼 집착 역시 혼란과 불확실의 터널을 지나야 '단단한 믿음' 이라는 면역이 생기게 된다.
이 기간을 가장 현명하게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상대를 잠시 마음속 첫번째 자리에서 내려놓는 것이다. 온라인게임이든 독서든, 공부든 뭐든 자신이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에 매달려 보는 것이다. 집착이라는 병은 자신의 축을 '상대'에게 놓았을 때 발병하기 쉬운데, 그 축을 잠시 다른 곳으로 옮겨둠으로 고통을 반감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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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안되는데' 또는 '이러지 말아야지'를 수 없이 반복하지만, 핸드폰에 손이가고, '내가 사랑하는 것 만큼 나를 사랑하지 않는건가..' 같은 생각이 찾아올 것이다. 기다림과 섭섭함과 불안, 여러가지 감정의 소용돌이 속을 지나야 하는 일이다.
집착에 대한 부분을 곰신생활매뉴얼에서 다루는 까닭은, 그 시기가 바로 순수하게 모든 걸 다 주어도 아까워 하지 않으며, 자신을 다 바쳐서라도 사랑을 위해서라면 아까워하지 않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맹목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누나나 형이 보기에도 철 없을 때나 가능할 것 같은 사랑을 하는 시기. 그대들의 사랑은 아름답다.
겁을 내며, 조심스러워 하고, 사랑 외에도 생각할 것들이 많은 그런 사랑을 하기 전, 열병과 같은 집착을 앓기도 하고, 사소한 문제가 산처럼 크게 느껴지기도 하는 그 풋풋함에 나는 오늘도 변함없이 화이팅을 외쳐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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