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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신과 군화 사이를 멀어지게 만드는 세가지 대화

지금 연재되고 있는 이 글은 '곰신생활매뉴얼'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꼭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모든 커플에게 해당될 수 있는 이야기며 예방접종은 아프고, 약은 쓴 것 처럼 매뉴얼에서 나오는 어느 부분이 껄끄럽더라도 꿀꺽 삼켜주길 바란다. 

메일함으로 날아드는 곰신들의 고민편지를 볼 때 마다, 나는 손수건이 흥건히 젖을만큼의 눈물을 흘린다. 드라마로 치면 막장이 되버리는 이야기들과, <진실 혹은 거짓>에 보내야 할 정도로 기괴한 사연들이 많은 까닭이다. 그 중 오늘은 대화를 나눌 시간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그 몇 분 사이에 전화통화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이 매뉴얼을 읽고, 이미 물을 엎질러버린 느낌이 들더라도 절대 긴장할 것 없다. 중요한 것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라는 걸 미리 밝힌다. 

 1. 위로를 받으려는 대화 

수 많은 연애관련 책, 잡지, 블로그 등등에서 이야기 한 적 있듯, 남자와 여자는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 쉽게말해, 여자들은 어려서부터 인형이 두 개 있다면 친구로 생각하거나 소꿉놀이 하듯 부부로 생각하는 반면, 남자들은 '착한놈 vs 나쁜놈' 의 구도를 만들어 낸다.

어려서의 장난감놀이 얘기가 지금 왜 나오는지 궁금하겠지만, 아래의 스크립트를 살펴보자. 그리고 같은 상황에 대해서 남자와 여자는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되는지 비교해보자.


이 스크립트에 나오는 곰신(여자분)이 바랬던 것은 흔히 이야기 하는 '토닥토닥', 즉, 위로였을 것이다. 위로까지는 아니더라도 같이 '그 사람, 참 나쁜놈이네' 하고 자기편 들어 주는 것을 바랬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이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여자쪽에서 해결을 바라고 던진 이야기가 아님에도 남자는 마음속에서 '착한놈 vs 나쁜놈'의 구도를 만드는 것이다.

사실, 이 이야기는 남자들이 읽고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결국 흥분한 남자의 분노는 여자에게까지 튈 수 있으니 말이다. 아직 이러한 '착한놈 vs 나쁜놈'의 이야기를 모르는 남자자친구에게는 불평이나 불만등을 잠시 접어둘 수 있는 여자가 되는 편이 훌륭한 선택이다. 위로를 받으려다가 싸움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2. 남에 대한 대화 

군대간 남친과 기다리는 곰신 둘 다 알고 있는 상대의 근황을 전하는 것은 좋지만, 잘 모르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좋지 않다. 더군다나 그 대상이 남자일 경우 이야기를 듣는 군화는 본능적으로 자신과 비교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 예문을 보자.


비교를 위해 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생각도 못한 부분에서 남자는 자신에게 도전이 될만한 이야기들을 끄집어 내고 있을 수도 있다. 'S대,연구원,기다림' 등등, 여자는 그저 수다스럽게 한 이야기지만 남자는 어느새 자신의 마음에 '착한놈 vs 나쁜놈'의 구도를 다시 만들어 내고, 자신이 '나쁜놈'이 된 듯한 망상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는 얘기다. 

"우리 오빠는 내가 이런 얘기 해도 아무렇지 않게 다 받아 주는데요?"

당연한 얘기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예방약은 없듯, 이 매뉴얼 역시 모든 사람이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1번의 이야기에도 다독거려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거고, 지금 얘기하고 있는 2번에서 역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또, 20대 초반에는 예민하게 반응하던 일을 이십대 중반에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이 부분에 엮인 주의사항으로는 상대방의 자존심에 상처를 낼만한 말은 하지 않아야 한다 는 것이다. 외모, 학력, 집안, 돈 등등 직접 대 놓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은 없겠지만, 행여 둘이 싸우기라도 했을 때에는 방금 전 예로 든 이야기들이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여자든 남자든 상처받은 자존심은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싸우다 헤어져도 정 때문에 다시 만날 수는 있지만, 상처가 된 이야기는 흰 머리가 많이 나는 나이가 되서도 기억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항상 주의하도록 하자. 

 3. 과거에 대한 대화  
 
개인적으로, 둘이 회상하며 흐뭇하게 미소지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면 과거에 대한 이야기는 절대 꺼내놓지 않기를 권한다. 특히나 과거에 전과(?)가 있는 부분을 들추는 것은 문제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어떠한 해결책도 내놓지 못한다.

사람인 까닭에, 화가 난 상황에서까지 상대에게 예의를 갖추며 이야기 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괜히 과거를 들추어 아직도 자신이 그 일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줄 필요는 없으며,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과거 얘기를 꺼내 상대를 궁지로 몰 필요는 없다. 궁지에 몰린 남자는 진심으로 사과하기 보다는 얼른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을테니 말이다.

예전에 내가 참았다느니, 그 일을 그냥 넘겼다느니 하는 말을 꺼낼 필요도 없다. 갈등이 있을 때, 서로 대화를 통해 그 폭을 좁혀 놓고도 결국 '그래도 니가 잘못한거야' 라고 쉽게 대화를 뒤집어 버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누가 잘 했고, 누가 잘못했고를 따지는 일은, 절대 둘의 사이를 한 발짝도 가까워지게 하지 않는 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전에 사귀던 사람한테도 이랬어? 이랬냐고?"

이런 물음을 던진다면, 상대는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응, 이랬어" 라고 한다면 그 대답을 들은 곰신이 혈압으로 쓰러질지도 모르고, "아니, 안그랬어" 라고 해도 뒷목이 뻣뻣해 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위의 상황에 해당되는 커플들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듯한 상황이 될 수도 있고, 서로에게 상처를 준 말을 내뱉는 동시에, 둘 사이의 신뢰는 깨진 유리컵처럼 다시 붙이기 힘들어 질 수 있다. 더군다나 갈등이 있더라도 그것을 대화로 풀 시간이 충분치 않은 곰신과 군화 사이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치명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됐어, 끊어"

이 말을 하고 나서, 그날 저녁이라도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면 둘의 싸움은 아이들이 다 집으로 돌아가버린 학교처럼 다시 조용한 평안을 찾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음이 움직일 때 자유롭게 연락을 못하는 군화와 곰신은 시간이 지날수록 껄끄러운 사이가 되거나,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너무 늦은 시간이 될 위험이 있다.

이 외에도, '걸핏하면 헤어지자고 말하는 것' 이나 '몰라도 돼'와 같이 상대를 무시하는 말, 그리고 입에 욕을 달고 사는 건 자제해야 할 일이다.

연애를 쉬운 연애와 어려운 연애로 나누기는 힘든 일이겠지만, 상황에 따라 조금 더 절제하고 조금 더 이해가 필요한 순간이 올 수 있다. 그 순간을 극복했을 때, 둘의 영혼의 끈은 더 단단하게 묶어지고 세상의 어느 방해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깊은 사랑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매뉴얼을 읽는 여러분도 그러한 사랑이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