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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의 아는 여자, 어디까지 이해해야 할까?


 곰신들의 사연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남자친구의 아는 여자'와 관련된 이야기다. 군인 남친이 '인맥'이나 '친구' 등을 주장하며 다른 이성들과 연락을 할 경우, 그것의 잘잘못을 따질 수 있는 뚜렷한 선이 없기에 곰신들은 가슴앓이를 하게 된다. 


남자친구의 전화번호부에서 여자 이름을 발견했다는 사연부터 남자친구가 휴가 나와 다른 여자와 단 둘이 만났다는 사연까지 사연의 종류도 다양하다. 대체 어디까지 이해해야 하는 것이고, 어디서부터 문제를 삼아야 하는 걸까? 다른 이성과는 연락조차 해서는 안 된다는 곰신이 있는 반면 연락은 허용하되 만남은 안 된다고 하는 곰신도 있기에 모두를 만족하는 기준을 정하기도 어렵다. 


결국 그에 관해선 두 사람의 '합의점'을 찾는 것이 제일 좋은데, 사연을 보낸 곰신들은 대부분 질투심과 분노에 사로잡혀 남자친구, 혹은 남자친구의 아는 여자와 싸울 생각을 하고 있다. 때문에 합의점을 찾진 못하고 감정싸움이나 비난으로 그치고 만다. 오늘은 그 '합의점'을 찾는 방법에 대해 함께 알아보자. 


1. 베스트 프렌드?


남자친구의 전화번호부에서 이성의 이름을 발견했다거나, 남자친구의 미니홈피에 이성이 글을 남겼다는 이유로 무작정 화를 내는 건 현명한 일이 아니다. 곰신이 솔로이며, 아는 이성이 군대에 갔다고 할 경우 그의 전화번호부엔 곰신의 이름이 저장되어있을 수 있고, 곰신도 그의 미니홈피에 안부 인사 정도는 남길 수 있다. 


문제제기는 '연락했다는 사실'보다는 '연락의 내용'에 초점을 맞춰서 해야 한다. 곰신이 솔로라고 가정했을 때 '연애 중인 남자'에게는 하지 않을 만한 일, 그걸 하고 있는 이성을 발견했을 때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이를테면 다른 여자가 '베스트 프렌드' 등의 이유를 앞세워 남친과 꾸준한 연락을 하는 것, 그건 분명 문제가 되는 일이다. 남자친구는 이렇게 얘기할 것이다. 


"걔랑은 그냥 친구야. 연애 했다고 친구도 다 정리해야 해?"


그 말에 뚜렷한 답을 못한 채 화만 내지 말고, 저 이야기를 하는 남친에게 '내가 만약 솔로라면'의 가정을 해 생각해 본 이야기를 전하기 바란다. 친구를 정리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내가 솔로라고 해도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 미니홈피에다 꾸준히 안부 글은 남기지 않을 것 같으며, 베스트 프렌드를 이유로 연인사이에 쓸 만한 다정한 표현들을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얘기를 하는 거다. 


다짜고짜 그 '베스트 프렌드'라는 여자에게 연락을 해 싸우진 말길 권한다. 그럴 경우 '곰신의 입장'에 대한 생각이 부족한 남친은 "왜 그런 짓을 해서 나를 난처하게 하냐."며 화를 내고, 상대 여성은 "네 여자친구 성격 이상하다."며 곰신을 이상한 여자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런 상황까지 가 버리면 '다른 여자 편들기'를 하는 남자친구를 증오하는 마음만 더 커진다. 둘 사이의 일은 두 사람이 먼저 해결한다는 생각으로 문제에 임하길 바란다. 


2. 인맥?


다른 이성과 연락하는 것에 대해 여자친구의 지적을 받을 경우, 많은 남자들이 '날 못 믿냐?'는 이야기를 한다. '예절'의 문제를 '믿음'의 문제로 바꿔 대답하는 것이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 아니야. 나 못 믿어?

난 걔를 이성으로 생각하지도 않아. 진짜야."


오래 전 난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는가?'라는 주제의 매뉴얼을 쓴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매뉴얼에서 이성의 우정은 동성의 우정과 달리 '가연성'이 있다는 얘기를 했다. 동성의 우정은 불꽃이 튀어도 불이 붙지 않지만, 이성의 우정은 작은 불꽃으로도 활활 탈 수 있다는 얘기였다. 


운전자의 "지금까지 무사고였다."는 말이나 "사고를 낼 생각이 없다."는 말은 "앞으로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다."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사고는 끊임없이 주의해야 나지 않는 것이며, 10년 무사고를 자랑하더라도 잠깐의 실수나 방심으로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걔랑은 그런 사이 아니야."라거나 "걔를 이성으로 생각하지도 않아."라는 말 역시 "나를 믿어야 한다."는 말의 근거가 될 수 없다. 


그런데 많은 곰신들이 저 얘기에 아무 대답도 못한 채 그냥 "난 그래도 싫어." 식의 대응을 하고 만다. 남자친구는 그걸 "믿음이 없다."고 해석하고, 곰신은 또 그 얘기에 화가 나 "아무튼 연락하지 말라고."라는 식의 주장만 한다. 감정만 상하는 악순환이다. 


'믿음'의 문제라 말하는 남자친구에게, 이건 '예절'의 문제임을 말해주도록 하자. 연애를 하고 있으면 다른 이성과 단 둘이 만난다거나, 다른 이성과 연인들끼리 할 만한 행동들을 하는 건 예절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말이다. 남친의 '인맥'이라는 다른 여자가 미니홈피 커플사진에 "(남자친구에게)야, 네 손이 더 여자손 같다." 따위의 댓글을 달거나, 그녀가 남자친구와 둘이 커피숍에 간 사진을 미니홈피에 올리는 건 분명 예절에 어긋나는 일이다. 그런 행동에 화가 나 항의 했는데 남자친구는 '믿음'의 문제라는 엉뚱한 소리만 한다면, 그 연애를 계속 이어나가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3. "너도 이성 친구들 만나."라고 말하는 남자


만약 내 여동생의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관련된 문제로 항의하는 여동생에게 "그럼 너도 이성 친구들 만나. 뭐라고 안 할 테니까."라는 이야기를 한다면, 난 즉시 그에게서 로그아웃 하라는 얘기를 해 줄 것이다. 종종 그런 얘기를 들은 곰신들이,


"저도 다른 남자들 만나가며 맞불을 놓아야 하나요?"


라고 묻는데, 그랬다간 두 사람이 놓은 불로 인해 연애는 재만 남게 된다. 서로를 아프게 하기 위한, 혹은 서로의 질투심만 부추기기 위한 연애를 즉시 그만 두고 서로를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연애를 하길 권한다. "난 내가 편한 대로 할 테니까, 너도 너 편한 대로 해."라는 말은 그대에 대한 존중이 바닥임을 보여주는 말이다. 여자친구를 존중한다면 저런 식의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의 이야기는 절대 할 수 없다. 


기다림을 위한 기다림만 하고 있는 몇몇 곰신들을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녀들은 남자친구를 이해하려 노력한다고 말하는데, 무엇을 위한 이해인지도 생각해보지도 않은 채 연인이란 이름 때문에 맹목적으로 이해를 한다. '맞춰간다'는 것은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것이지 한 사람의 일방적인 주장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다. 남자친구는 노력할 마음 없이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데, 홀로 사랑을 지키려 그 모습마저 품으려 하는 곰신들에게 위로를 보낸다. 


의견차이가 있다고 무조건 헤어지라는 얘기는 아니다. 위의 얘기는 물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단수'가 좋은 처방이 될 수 있다는 얘기에 더 가깝다. 노력하지 않고 마음대로 해도 유지되는 관계는 점점 가벼워진다. "너도 그럼 다른 이성 친구들 만나."라는 성의 없고 예의 없는 말을 해도 유지되는 관계가 되어선 안 된다. '마음대로 해도 그 자리에 있는 연애'가 아닌 '소중하게 대하지 않으면 놓칠 수 있는 연애'를 하기 바란다. 



합의점을 찾는 과정은 "너 그렇게 하지 마."라는 말 보다, "너의 그런 행동으로 인해 난 이런 마음이 들어."라는 말로 '내 감정'을 전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설득을 해야 한단 얘기다. 어려움을 호소하는 여자친구에게 "그런 거 모르겠고, 난 내 맘대로 할 거야."라고 말하는 남자친구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감정적인 공격으로 남자친구의 방어본능을 자극하지 말고, 어려움을 호소해 남자친구의 보호본능을 자극하기 바란다. 


설령 그게 '질투심'이라 하더라도 나의 여린 부분, 약한 부분을 연인에게 털어 놓는 것은 흠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로 하여금 그런 부분에 대해선 더욱 조심스레 다뤄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여리고 약한 모습을 털어 놓으면 지는 것 같아서 "나야 걔야, 둘 중 하나 선택해."라고 말하는 게 더욱 어리석은 일이다. 얼굴도 본 적 없는 남에게는 털어 놓을 수 있으면서, 왜 사랑하는 남자친구에게는 말을 못 하곤 속만 태우고 있는가. '말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줄여 나간다는 생각으로, 오늘은 남자친구에게 털어 놓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