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 콘텐츠

군대에서 헤어지자는 말을 하는 남자친구, 어떡해?

상대에게 이별의 말을 들었거나, 이전보다 무뚝뚝해지고 무감각해진 상대의 모습에서 이별을 예감하고 있는 곰신들에게 난 늘 마음의 수도꼭지를 잠그라는 얘기를 한다. 그 당사자들은 그간 호의든 사랑이든 자신의 마음을 아무 조건 없이 상대에게 베푼 까닭에, 상대가 당연스레 받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언제든 틀면 물이 콸콸콸 나오는 수도꼭지가 있다고 해보자. 그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에 고마움이나 소중함을 느껴 물을 아껴 쓸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고마움과 소중함을 알게 될 때는, 수도꼭지에서 물이 몇 방울씩 떨어져, 한 그릇을 받으려고 해도 노력과 수고를 해야 할 때다. 


물론 위와 같은 완급조절의 실패로 인해서만 문제가 발생하는 건 아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유들로 이별을 생각할 수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상대의 '철없는 모습'이다. 군화가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거나, 사춘기 시절처럼 객기만 부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대는 어떨까? 그 철없음에 질려 둘의 만남에 대해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거라 생각한다. 군화도 마찬가지다. 곰신에게서 그 철없는 모습을 볼 경우, 그 연애를 계속 이어가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거나 이 연애를 왜 지속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군대에 있는 남자친구에게 차였다며 다급하게 사연을 보낸 한 곰신에게서 난 위의 두 가지 모습을 모두 볼 수 있었다. 헤어지자는 말을 들었기에, 그 곰신은 당장 둘의 관계를 예전처럼 돌릴 수 있는 방법을 묻는다. 하지만 근본적인 오해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시 만나도 둘은 비슷한 시나리오로 갈등을 맞게 될 것이다. 오늘은 그 곰신의 사연을 살펴보며, 심하게 얽힌 문제들을 하나하나 풀어보자. 



1. 군화에겐 너무 가벼운 곰신?


사연을 보낸 곰신이 첨부한 두 사람의 대화를 보며 난 깜짝 놀랐다. A4용지로 30장쯤 되는 대화의 내용이 너무 가벼웠기 때문이다. 연인이라고 해서 나누는 이야기들이 모두 진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난 연인의 대화엔 존중과 예의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아 왜~ 개오바하고 있네~"


"싸이 방명록에 글 남겼는데 왜 씹어?"

"긴장 타게 하지 말고 전화 하라고! 주말에 한가한 거 다 알어."

등의 대화가 전부여선 안 된다는 얘기다. 머리로만 알고 있는 예의나 마음속으로만 하고 있는 존중은 아무 쓸모가 없다. 그건 마치 '우리 집 금송아지' 얘기처럼 공허할 뿐이다. 직접 보여주지 않으면, 또 말하지 않으면 영영 모르는 것이 사람 아닌가. 


속으로는 낯선 군대에서 심란해 하는 군화를 걱정하면서도, 전화 통화로는 "있기 없기?" 같은 장난만 친 곰신이 안타깝다. 사연에 적어 보낸 그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이야기들을 왜 직접 말이나 글로 군화에게 전하진 못한 걸까. 가볍게 장난을 치는 것이 전부인 대화는, 둘 다 즐거운 마음일 때에는 활력소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고민거리가 생긴 상황에선 의미 없는 수다로 느껴질 수 있다. 기쁘지 않은 날엔 개그프로그램을 보면서도 회의감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군화가 부모님과 면회하고 있을 때 계속해서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려고 한 부분도 안타깝다. 군화의 부모님이 군화의 핸드폰을 가지고 오신 까닭에 면회시간동안 군화가 카톡을 하자,


"틈틈이 나한테 시간을 투자해."


라면서 수다를 떨려고 했던 곰신.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군화도 부모님을 오랜만에 뵙는 거고, 휴대폰은 다 정리하지 못한 전화번호부를 옮기고자 사용한 것 아닌가. 곰신이 남친에게


"왤케 답이 늦어~ 빨리빨리 대답 안 해?"


라면서 카톡으로 어리광을 부릴 때, 남친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2. 부담이 되는 행동들

헤어지기 전 곰신이 했던 행동들 중 군화에게 부담이 될 만한 행동들로는 '커플링 얘기''생일선물 얘기'를 한 것을 들 수 있겠다. 두 사람 모두 사회에 있는 상황이며 언제든 볼 수 있다면 그런 얘기들이 문제가 되진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군화가 군복무를 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게다가 군화는 이제 막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군대에 적응 중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해가 좀 더 빠를 것 같다. 곰신이 외국에 유학을 왔다고 해 보자. 낯선 도시에 와서 이제 막 머물 곳을 찾았으며, 내일은 영어를 배우기 위해 현지 학원에 등록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에 있는 남자친구가


"한국에 오면 우리 커플링 하자."


라는 이야기와


"모레가 네 생일인데 선물 뭐 받고 싶어? 사놨다가 나중에 한국에 오면 줄게."


라는 이야기를 한다. 어떤 기분이 들까? 그런 이야기를 하는 남자친구가 사랑스러우며, 그것만으로도 힘이 된다고 하는 곰신들도 있긴 하겠지만 대부분의 곰신들은 긴박한 상황에서 남자친구가 하는 그런 이야기들을 부담으로 느낄 것이다. 


헤어진 후에 곰신이 했던 행동들 중 부담이 될 만한 행동으로는 '우리 이야기 소포로 보내기'가 있다. 그간 둘이 찍었던 사진과 군화 몰래 써 놨던 편지들, 그리고 이별 통보를 받고 난 뒤의 심경을 기록한 장문의 편지. 곰신은 그런 '우리 이야기'를 모아 소포로 보냈다. 


안타깝지만 이등병에겐 군대에서 소포를 받은 뒤 혼자 감상에 젖어 있을 충분한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다. 사회에 비유하자면, 신입사원이 회사에서 헤어진 연인에게 '우리 이야기'라는 이름의 소포를 받은 것과 같다. 신입사원이라면 그걸 고스란히 가지고 집에 돌아와 감상에 젖을 수 있겠지만, 24시간 소대원들과 지내야 하는 군인은 그러기가 어렵다. 


난 곰신이 '회상 모드'로 접어들 생각을 한 거라면, 차라리 시간을 두고 하나씩 군화에게 전달하는 편이 나았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추억을 여기 다 담아서 보내니까, 이거 읽고 마음 돌려."

식의 접근이 아닌, 둘의 추억을 한 주에 하나씩 천천히 걸어 보는 식으로 말이다. 



3. 이상한 제의


곰신은 다시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묶이기만 하면 해결이 될 거라 생각했는지 군화에게 이상한 제의들을 한다. 곰신이 헤어진 후 군화에게 가장 먼저 한 제의는 아래와 같다. 


- 군대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여자친구로서 네 옆자리를 지키고 싶다.


지금처럼 남남으로 지내다간 잊힐 거란 불안감에서 한 제의일 것이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 헤어진 남자친구가 같은 제의를 한다고 생각해 보자. 못된 마음을 먹지 않는 이상 상대에게 유효기간을 부여한 채 연애를 할 곰신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사연에서의 남자친구도 그랬기에 그 제의를 거절한다. 그러자 곰신은 다른 제의를 한다. 


- 그럼 연락하는 친구로라도 지내자.


이 부분에선 선택이 갈리기 쉬운데, 여하튼 사연 속 남자친구는 이 제의에 응한다. 앞으로 다신 보지 않을 거라는 무서운 마음으로 한 이별이 아니기에 승낙했던 것 같다. 남자친구의 승낙이 떨어지자 곰신은 욕심이 났는지 또 다른 제의를 한다. 


- 친구로는 지낼 수 있는데 연인으로는 왜 안돼? 내 남자친구 해줘.


저 제의를 남자친구가 거절하자, 곰신은 매달린다. 처절한 내용들이 좀 많이 포함된 관계로 여기에 옮기지는 않겠다. 계속 매달려도 남자친구는 한결같이 거절한다. 그러자 곰신은 다시 작전을 바꿔 다른 제의를 한다. 


- 그럼 친구로 지내기로 한 거니까, 나한테 편지 쓰고 전화해. 나도 편지 할게.


남자친구는 "시간 나면."이라는 대답을 한다. 서두에 이야기 한 '수도꼭지'이야기를 떠올리면, 저런 제의를 한 곰신이 얼마나 바보 같은 행동을 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언제든 콸콸콸 쏟아지는 곰신의 마음을 받기만 하며 배가 부른 군화에게, 앞으로 더 열과 성을 다해 마음 쏟을 것을 맹세하다니. 그건 함부로 해도 괜찮으니 옆에만 있어달라는 얘기와 뭐가 다른가. 노멀로그를 통해 발행하는 매뉴얼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자존감 없는 여자는 완구(장난감)에 가깝다."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사연을 보낸 곰신은 면회를 가서 다시 고백을 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위에서 한 이야기들을 차분히 읽었다면 '면회 고백' 얘기는 더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무릎 꿇고 빌어서 '연인'이라는 타이틀을 다시 따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 연애에는 냉대와 무시와 함부로 대하는 남친만 남아 있을 텐데 말이다. 


헤어진 그 남친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남친이 전역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을 하고 있는 거라면, 현재 상황에서 그렇게 하면 된다. '다시 내 남자친구가 되어 준다면 그렇게 하겠다.'라는 조건문을 빼고 그렇게 하라는 얘기다. 이별만 없던 일로 해 주면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막무가내식 공약만 하지 말고, 그 긴 시간동안 마음을 증명하자.


아, 그리고 곰신이 사연에다가 내 여동생이 같은 상황이라면 어떤 조언을 하겠냐는 질문을 적었는데, 내 여동생이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도시락을 싸서 쫓아다니면서라도 넓게, 멀리 볼 수 있도록 돕겠다. 호의에 감사하고 배려에 감동할 남자도 많은데, 그런 마음들을 당연히 여기는 남자에게 매달릴 필요까진 없다는 걸 말해줄 것 같다. 헤어지는 것이 싫어 다시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말고, 상대가 정말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인지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 보라는 얘기도 해 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