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이 독립문을 서서히 비추기 시작한다. 평소 같으면, 아직 단잠에 빠져있을 시간이지만, 난생 처음보는 독립문이 마냥 신기하여 출근하는 사람들의 시선도 아량곳하지 않고 연신 카메라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찰칵! 찰칵!"
얼마나 찍었을까? 멀리서 김교수의 차량이 위풍당당하게 등장하였다. 곧 이어, 지하철역에서 박대위가 부랴부랴 뛰어왔다. 취재를 위해 다시 뭉친 삼총사, 오늘의 목적지는 바로 수도 서울을 지켜주는 수호신 부대이다.
나는 강원도 깊은 산 속에서 근무하였기에, 평소 민간인을 볼 기회가 전무하였는데, 이들은 하루 수만 명의 인파가 지나가는 도심 한 가운데서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박대위님! 여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원래 수호신부대가 좀 빡세요!"
"앜ㅋㅋㅋㅋㅋㅋㅋ"
아니나다를까? 부대로 들어서자마자, 큰걸음으로 걸어다니는 장병들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전방인 우리 부대도 웬만해선 좀처럼 큰걸음을 하지 않았는데, 정말 군기가 바짝 들어 있는 모습이었다.
순간, 우리가 취재온다고 보여주기가 아닐까? 의심이 들기도 하였지만, 장병들의 표정을 보니 아닌 거 같았다. 그들에게는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모든 것을 해탈한 모습이었다.
"얼레! 저 녀석 좀 불안한데?"
"역시! 지못미!"
아니나다를까?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던 군기순찰 간부에게 딱 걸렸다. 애써 못본 척, 그들을 뒤로하고 연병장으로 나갔다.
대한민국의 심장, 수도 서울을 24시간 철벽같이 지키고 있는 수호신 부대에 온 이유는 바로 연병장에 있었다. 현재, 서울을 지키는 수호신 부대가 있다면, 과거에는 누가 있었을까? 바로 지금, 그 역사의 현장을 거슬러 올라가보자!
"뭥미? K-3 들고 있어도 모자랄 판에!"
연병장에는 사극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전통복장을 착용한 병사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바로 경복궁을 지키는 수문장 복장이었다.
조선시대 예종 1년부터 확립된 수문장 교대의식은 당시 4대문과 궁궐문을 지키는 책임자인 수문장이 절차에 따라 병력을 이끌고 임무를 교대하였다. 지금으로 치자면 교대장과 함께 근무교대를 하는 거다.
하지만, 지금은 문화재 보호재단에 고용된 민간인들이 고용되어 그 역할을 대행하고 있었다. 이에, 좀 더 절도 있고 패기 넘치는 행사를 위해 수호신 부대에 정식으로 제식교육과 행사 진행 노하우를 교육받으러 온 것이다.
"호오! 제식훈련 받으러 온 거군요!"
"암요! 수학의 정석이 있듯이, 제식의 정석은 군대이지 말입니다!"
이미 도착한 인원들은 회의실에서 소양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다. 대다수가 예비역이었기 때문에 전혀 낯설어 하지 않았다. 오랫만에 받는 정신교육이랄까?
"내가 다시 제식을 배우다니!"
"이건 꿈이야! 언빌리버블!"
소양교육을 마치고, 연병장에서 수호신 부대 장병들의 시범식 교육이 실시되었다. 철벽 수비를 자랑하는 수호신 부대답게 장병들의 포스는 우리 모두를 압도하였다. 마치 행사를 위해 하나같이 훈남들만 뽑아 놓았는 줄 알았는데, 원래 훈남들만 수호신 부대로 온다고 하였다.
"설마? 그래서 난 강원도로 간 건가? 어흐흑흑ㅜㅜ"
"완벽해! 이것이야말로 폭풍제식이야!"
숙련된 장병들의 시범은 마치 로보트를 보는 듯 하였다. 박력있고 절도있는 제식을 보여주었다. 사진을 찍는 나로서는 그냥 묵묵히 셔터만 누르면 화보가 되었다. 굳이 포커스를 따로 잡을 필요도 없었다. 나에게는 최고의 모델이었다.
"어쭈! 제법인데!"
참관하는 민간인들도 장병들의 시범식 교육을 보고 감탄하였다. 사실, 그들도 이미 지난 날, 이 같은 과정을 겪었을 것이다. 전역을 하고 자연스레 잊혀졌을 뿐이다. 곧 이어, 민간인들이 직접 교대의식을 행하고, 옆에서 장병들이 제식을 지도해주었다.
"왠지 긴장되는데!"
지금 이시간, 그들은 그동안 잊고 지냈던 제식세포가 하나 둘, 깨어나기 시작하였다. 그들 또한, 매일같이 경복궁에서 자랑스런 대한민국 전통의식을 세계에 알리는 국가대표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동작 하나 하나에 서울을 찾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환호하고 신기해한다. 그렇기에 오히려 군인들보다도 더욱 완벽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야 된다.
"형들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얼굴이라구요!"
"그렇지만 마주 보는 것은 당최 적응되지 않아!"
"누가 할 소리! 나도 부담스럽다구!"
그렇게 수호신 부대 연병장에서는 보다 절도 있고 패기 넘치는 수문장 교대의식을 위해 군과 민간인 모두 합심하여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선배님! 절도있게 움직입니다아!"
마지막으로 제식의 끝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자랑스런 수호신 부대 장병들의 군가실력을 확인해보자!
posted by 악랄가츠(http://realo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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