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든든하軍/생생! 병영탐구

최전방 GOP 동계 부식작전! "모노레일로 부식을 옮겨라"



최전방 GOP 동계 부식작전! "모노레일로 부식을 옮겨라"


12사단 을지부대에서 1시간 30분 차량으로 이동하고서 다시 1시간 30분 동안 걸어서 도착한 최전방 GOP의 한 소초. 무려 4,000여 개의 계단을 올라야만 도착할 수 있는 곳으로 차량으로 갈 수 없는 GOP소초 중 한 곳입니다. 워낙 높고 험한 고지에 위치하고 있다 보니 도로 자체를 낼 수가 없는 것이죠. 그렇다 보니 이곳 소초에서는 부식을 운반하는 모습도 여느 GOP와는 다른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부식을 운반하는 건 차량이 아닌 바로 모노레일이라는 사실! 행여 눈이라도 많이 내리는 날에는 이 모노레일도 작동하는 게 불가능해 장병들이 직접 4,000여 계단을 오르내리며 부식을 옮겨야 한다는데요,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으로 무장한 대한민국 1% 장병들이 경계를 서고 있는 최전방 GOP의 동계 모노레일 부식작전을 한 번 만나보시죠!



차량 대신 오로지 걸어서만 갈 수 있다는 12사단의 최전방 GOP소초로 가는 길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보란 듯 눈앞에 펼쳐져 있는 4,000여 개의 계단이 쉽게 발걸음을 떼기 어렵게 만들기도 했지만 경사 또한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거든요. 세계 최초로 8,000m 16좌에 완등한 엄홍길 대장도 이곳 계단을 오르는 동안 몇 번을 쉬어서 올라갔다고 하니 저 같은 하체부실한 민간인이 이곳까지 올라가는데 스무 번 이상 쉰 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여기 계단을 오르내리는 거리는 63빌딩에서 계단으로 오르내리는 거랑 비슷하다고 하니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되시죠? ^^ 하지만 여기서 경계를 서는 우리 장병들은 거의 2시간에 걸쳐 올라갔던 이 계단을 오르는데 40분이면 충분하다고 하니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군요.



그런데 끝없이 펼쳐진 계단을 오르는 동안 그 옆에 나란히 설치돼 있는 모노레일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워낙 급경사가 많은 곳이다 보니 모노레일 또한 무척 다이내믹하게 놓여져 있었는데요, 바로 이 모노레일이 산 정상의 소초까지 부식을 운반하는 주요한 운반수단이었습니다.



4,000여 개의 계단을 걸어올라 모 소초에 도착하니 부식을 싣기 위해 모노레일이 막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모노레일은 장병 한 명이 운전하는데요, 한 번에 운반할 수 있는 무게는 최대 250kg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급경사 지역과 커브길이 많다 보니 모노레일에서 중심을 잡는 게 무척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때로는 커브를 돌 때 긴 막대기로 바닥을 짚어 무게중심을 잡아야 할 때도 있다고 합니다.



소초를 떠난 모노레일은 약 2시간이 지나서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내려갈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장병 뒤로 계란, 파, 우유 등 장병들을 위한 부식이 가득 담겨있었는데요, 이렇게 무사히 운반된 부식 뒤에는 모노레일 위해서 온갖 칼바람과 추위를 온 몸으로 이겨낸 장병의 수고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듯 보였습니다.



"부식이 왔다!!!" 마치 산타 할아버지가 모노레일에 선물이라도 싣고 온 것 같죠? 일주일에 3번, 이렇게 모노레일로 부식이 도착하는 월/수/금요일에는 최전방 GOP의 소초에 장병들의 뜨거운 환호성이 메아리칩니다. ^^



모노레일로 부식이 도착하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장병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운반을 돕습니다. 한 번 부식이 올 때마다 이틀치 식량이 담겨오는데요, 이렇게 운반이 마무리되면 이제부터 바빠지는 장병이 있으니 바로 취사병입니다.



취사병은 부식이 도착하면 할당량에 맞게 빠진 건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부터 합니다. 일주일에 세 번, 그것도 왕복 2~3시간에 걸쳐 모노레일로 어렵게 운반되는 부식이다 보니 주의깊게 볼 수밖에 없겠죠. 냉장고에 부식을 정리하고 나면 이제부터는 사단 식단표에 따라 취사병의 요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시계바늘이 오후 4시를 가리킬 무렵, 취사병의 손놀림이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40여 명이 넘는 장병들의 맛있고 건강한 저녁식사를 준비해야 했거든요. 이들은 GOP 소초에 배치받기 전에 이미 조리병 역량 향상 교육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이미 요리 실력도 갖추고 있었지만 '맛있는' 역할을 하는 최전방 GOP 취사병으로서의 자부심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모노레일로 운반된 부식으로 만들어진 식사를 즐기는 장병들의 표정은 무척 밝았습니다. 그런데 최전방 GOP 장병들이 무척 좋아하는 야식이 있다고 하는데 혹시 무엇인지 아시나요? 그건 바로 김치볶음밥이라고 하는데요, 남은 재료와 함께 계란까지 들어간 김치볶음밥의 맛은 상상을 초월한다는군요. ^^



매년 1월의 평균온도가 영하 20도, 체감온도 30도 이하를 기록하는 최전방이지만 장병들이 지내는 생활관 분위기는 온기가 넘쳤습니다. 다른 소초가 1인 침대와 관물대를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아직 구형 침상을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오히려 이 때문에 장병들이 좀 더 가깝게 대화하며 가족처럼 지내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이버지식정보방과 노래방도 장병들에게 꽤 인기 있는 공간입니다. 이곳은 근무가 아닌 장병들은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데요, 조만간 장병들의 체력단련을 위한 헬스장도 완공된다고 하니 힘든 여건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의 휴식시간이 좀 더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군견병 김건우 일병과 경계견 안도(세퍼트), 단아(피플). 장병들과 함께 순찰을 도는 경계견들은 사람이 못 보는 것도 보고 알려주는 일당백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최전방 GOP 중에서도 차량이 올 수 없을 정도로 힘든 환경에서 근무하는 이곳 장병들의 자부심은 대단했습니다. 근무하고 싶다고 해서 가능한 것도 아니고 체력과 인성을 겸비한 상위 1% 장병만이 선발돼 근무하는 곳이다 보니 눈빛부터 달라보였던 게 다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곳 GOP는 가장 높은 곳은 1,025고지로 영하 30도를 위협하는 체감온도와 함께 유독 바람이 맞이 분다고 합니다. 워낙 기온이 차가운 곳이다 보니 장병들이 입는 방한피복은 언제나 최고수준인 D형으로 중무장해야 할 정도이고요. 어디 근무하기 쉬운 GOP가 있겠습니까만, 이렇게 추운 날 4,000여 개 이상의 계단을 매일 오르내리며 경계를 서고 있는 장병들이 있다는 사실에 새삼 고마움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글/사진: 김남용 아미누리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