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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軍/생생! 병영탐구

존중과 배려의 밝은 병영 만들기


존중과 배려의 밝은 병영 만들기

육군 감사나눔 우수부대로 선정된 

수도기계화보병사단을 가다



강력한 화력을 자랑하는 육군의 핵심 전력이자, 훈련의 강도가 매우 높은 부대로 잘 알려진 수도기계화보병사단(이하 수기사)을 방문하였습니다. 평소라면 장병들의 위풍 당당하고 멋진 훈련 모습이 주를 이루었겠지만, 이번 시간에는 병영 내의 따뜻한 감사나눔 운동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실제로 수기사는 육군이 선정한 감사나눔 우수부대로 밝은 병영 문화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답니다. ^^



수기사 포병여단 충무대대장(중령 한승만)은 틈틈이 편지지를 꺼내 대대원들에게 편지를 씁니다. 이미 사회에서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활성화로 인해 손편지는 유물아닌 유물(?) 취급을 받고 있지만, 우리 장병들에게는 여전히 최고의 통신 수단으로 사랑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지휘관이 직접 장병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슬쩍 편지지의 내용을 보니 서로 간의 호칭이 다름아닌 아버지아들!! 


이처럼 감사나눔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수기사 부대원의 병영문화 또한 획기적으로 달라졌는데요.. 훈련이나 작전 같은 임무 위주의 대화에서 벗어나 서로의 안부를 묻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이를 서슴없이 표현하자 자연스레 부대마다 존중과 배려의 문화가 생활화되어 있더군요.





수기사는 감사나눔 운동을 효과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매일 아침 체조시간과 저녁 점호시간을 활용해 다섯 가지를 감사하는 1·2·5 운동을 작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감사나눔 운동 초기에는 표현하는 것을 쑥스러워 주저하는 장병들도 많았지만, 이제는 자신의 행동과 생각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 무척 자연스러워졌다고 합니다. 으레 감사라고 하면 특별하거나 거창한 것이 떠오르는데, 수기사 장병들의 감사는 평범함 그 자체였습니다. 




<낮잠으로 피로를 풀어서 감사하다>, <먹고 싶은 메뉴가 PX에 들어와 감사하다>, <여친이랑 통화한 것에 감사하다> 등등의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선·후임 간의 감사 인사도 빠지지 않습니다. 충무대대에서는 장병들이 적극적으로 감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중대마다 감사나눔 트리나 알림판을 활성화해 우수 중대에는 지원금과 포상을 지급하기도 합니다. 덕분에 경계작전명령서나 주간 훈련 일정 등으로 빼곡했던 생활관 복도가 훨씬 정감나고 밝은 분위기로 탈바꿈 되었습니다.




감사나눔 운동의 최대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장병 간의 친밀감 향상이겠죠. 사소하지만 하루에 5가지 감사를 통해 상대방의 부정적인 모습보단 긍정적인 요소를 먼저 살피게 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마감함으로써 생활관이 더욱 훈훈하고 행복해졌다고 입을 모읍니다. 나아가 전투력 향상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임무에 대한 책임감이 자연스레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오후에 찾은 부대는 혜산진여단 기드온대대로, <존중해서 손해 볼 것 없고, 무시해서 득 볼 것 없다>라는 슬로건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점심 시간이 끝나 갈 무렵, 주임원사가 방송 마이크 앞에 앉았습니다. 기드온대대는 점심 시간을 활용해 지휘관과 주임원사가 번갈아 가며 대대원들이 작성한 감사나눔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기계화부대의 특성상 간부의 비율이 높고 단차 단위의 팀워크가 매우 중요하다 보니 감사나눔 운동의 효과 또한 현장에서 바로 느껴졌습니다. 여자친구의 헤어 스타일이 바뀌어도 쉽게 알아보지 못하는 남자들이 다수인데 한 장병은 간부의 안경이 바뀌어서 감사하다는 의미심장한(?) 멘트를 건네기도 했습니다.



1주일에 1번 이상 착한 일 하기, 1달에 2권 이상 책 읽기, 하루에 5번 이상 감사하기 등을 적극적으로 실천한 장병들의 포상도 이어졌습니다. 정말 군대에서 가장 감사한 순간이 아닐까 싶네요. ^^ 


▲ 기드온대대 장병들이 간부 휴대폰을 통해 밴드에 탑재된 자신들의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감사나눔 운동은 병영 내에서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모바일 커뮤니티 어플리케이션인 밴드를 통해 장병들의 가족과도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습니다. 포상수여가 끝나자 마자 발 빠르게 대대에서 운영 중인 밴드에도 해당 내용이 게재되었습니다. 군에 보낸 아들의 안부가 가장 궁금한 부모님에게 대대 밴드는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한 소식통으로 사랑받고 있었습니다. 올리자 마자 부모님들의 따듯한 축하 인사가 이어지는 것을 보고 역시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혜산진여단 기드온대대장(중령 김성하)은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니라 부대원들의 절박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감사나눔 운동만큼은 지휘관부터 솔선수범해야 모든 부대원들이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고, 최고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그는 갓 임관한 전문 하사에게도 하대하지 않고, 존중과 배려가 있는 병영 문화를 솔선하여 만들어 나가고 있었습니다. 지휘관의 존중과 배려를 받는 간부가 나아가 병사들을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수기사는 '행복해야 강해진다'는 감사나눔 운동을 바탕으로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병영문화혁신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결단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아무쪼록 많은 부대들이 수기사의 감사나눔 운동을 벤치마크하여 더욱 밝고 건강한 병영문화를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끝으로 혜산진여단 기드온대대 장병들과의 인터뷰를 담습니다.


Q. 감사나눔 운동 시행 전과 후의 병영 분위기가 어떻게 바뀌었나요?


김두한 하사 : 감사나눔 운동을 시작하면서 평소 선·후배 간의 사이가 더욱 가까워졌으며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조성되어 더욱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박지찬 상병 : 이전에는 저를 비롯해 일부 전우들이 군생활에 적극적이지 못했는데 최근에는 능동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임무 수행에 있어서 어려운 점이 있으면 서로가 도와가며 자연스럽게 감사를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Q. 현재 시행 중인 감사나눔 운동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김두한 하사 : 처음에는 교육훈련도 바쁜데 감사나눔을 작성하고 발표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매일 꾸준하게 작성하다 보니 감사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았고, 작은 일에도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전우들의 생각을 많이 알게 되어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박지찬 상병 : 대대에서 시행 중인 5가지 감사나눔 알림판이 있습니다. 꼭 5가지 감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감사했던 마음을 작성해 전할 수 있습니다. 한 번은 제가 어색했던 후임에게 먼저 감사한 마음을 전했더니 후임도 기다렸다는듯 저에게 감사해 하며 관계가 훨씬 좋아졌습니다. 


Q. 혹시 추가로 희망하는 감사나눔 운동이 있나요?


김두한 하사 : 감사포스터 경연대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직접 제작한 포스터를 서로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지며, 우수작 포상도 하면 감사나눔 운동을 더욱 활성화하고 좋을 것 같습니다. 


박지찬 상병 : 감사나눔 알림판뿐 아니라, 해당 전우에게 직접 전달해 주는 우체통 같은 방식의 운동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때론 모두에게 공유할 수 없는 이야기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때 유용할 것 같습니다. 



<글/사진 :  황현 육군 블로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