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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軍/생생! 병영탐구

겨울 GOP의 또 다른 적(敵) 혹한 - 육군 21사단 GOP월동준비 이상무



겨울 GOP의 또 다른 () 혹한

육군 21사단 GOP 월동준비 '이상무!'


12월이 시작되면서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어제 오늘은 많은 눈도 내렸구요. 요며칠 영하로 떨어진 기온과 첫눈치곤 꽤 많이 내린 눈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겨울을 알리고 있는데요, 최전방 장병들은 물론 군인이라면 겨울철에 또 다른 적()이 생깁니다. 바로 '혹한'이죠.

그래서 이미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GOP의 장병들은 '혹한'을 대비해 월동준비를 마쳤고, 본격적인 겨울나기에 한창이라고 합니다. 겨울이면 온도계는 영하 3~14도를 가리키지만 실제 체감온도는 영하 30~40도를 육박한다는 GOP. 이렇게 혹한과도 싸워야 하는 우리 장병들은 과연 동장군에 맞서 어떻게 겨울을 준비했는지 육군 21보병사단 백두대대에서 그 월동준비겨울나기 생생한 모습을 취재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철책에서 경계를 서는 장병들의 모습을 간혹 TV의 뉴스에서 보게 됩니다. 도심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체감온도가 내려간다는  GOP의 장병들은 과연 어떻게 이 살벌한 추위와 맞서며 경계를 설 수 있는 걸까요? 그 이면에는 최전방에서 후방의 내 가족을 지킨다는 자부심과 정신력이 깔려있을텐데요,  GOP 장병들은 겨울이 되면 동계 방한피복으로 무장하며 체온을 유지하게 됩니다. 이 방한피복은 기온에 따라 착용하는 종류가 조금씩 달라지는데요,  GOP 장병들이 입는 옷은 과연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한 번 확인해 볼까요? ^^



■ 방한피복으로 단단히 무장

 

방상외피 상의/하의, 방한 두건, 방한 장갑, 안면 마스크, 귀마개, 목도리, 방상내피 상의/하의, 발열패드/발열조끼... 체감온도가 영하 30~40도로 차가운 곳이다 보니 장병들이 갖춰야 할 동계 방한피복도 다양합니다. 이것은 기온의 변화 또는 추위를 타는 장병들의 정도에 따라서 착용 기준이 조금씩 달라지는데요, 크게 4단계로 나눠집니다.



5도(체감온도 0도) 이상이면 동내의와 야전상의를 착용하고 안면 마스크, 귀마개, 전피수갑 등은 휴대하게 됩니다. 그러다 기온이 5~0도(체감온도 영하 1~9도)로 떨어지면 방상외피 상의, 귀마개, 전피수갑(목장갑 포함)을 추가로 착용하게 되는데요, 동상의 위험이 있는 장병이라면 추가로 안면 마스크를 사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장병마다 안면 마스크는 대개 2~3개는 갖고 다닌다고 합니다. 걸을 때 나오는 입김으로 마스크가 쉽게 젖기 때문에 수시로 교체해줘야 하기 때문이라는군요. 기온이 0~영하 5도(체감온도 영하 10~18도)로 더 내려가면 방상외피 하의, 방상내피 상하의, 안면 마스크, 목도리 등으로 무장하게 되는데요, 만약 영하 5도(체감온도 영하 19도 이하)로 기온이 더 떨어지는 경우에는 방한장갑과 특수방한화로 장병들의 체온을 보호하게 됩니다.



GOP 장병은 방한피복으로 무장하고서 또 하나의 적, 강추위와 맞서게 됩니다.



■ 따뜻하게 따뜻하게...꼼꼼한 월동준비


GOP의 막사는 1,000고지 이상에 위치하고 있다 보니 강풍으로 유리창이 파손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백두대대 소초의 막사의 유리창은 이미 실내온도 저하를 막기 위해 방풍작업이 모두 마무리되어 있었는데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깔끔하게 정비된 걸 보면서 GOP 장병들이 얼마나 철저함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런 방풍작업은 겨울이면 가정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인데요, 우리 사는 모습이나 장병들이나 전혀 다를 게 없는 것 같죠? ^^



소초 막사 옆 유류고에는 수십 여 드럼의 월동유류가 차곡차곡 준비돼 있었습니다. GOP라는 곳이 잦은 폭설로 차량이동이 쉽지 않은 상황도 곧잘 발생할 수 있다 보니 이렇게 유류는 미리 충분하게 확보해 놓아야 동계작전을 펼치는데 지장이 없는 것이죠.



또한 막사 주변과 도로에는 원할한 제설작업을 위한 도구들이 곳곳에 비치돼 있습니다. 언제 눈이 내리더라도 막사 주변에 비치된 제설도구를 활용해 신속하고 문제 없이 작업할 수 있도록 신경 쓴 것인데요, GOP 장병들은 겨울에는 추위뿐만 아니라 이렇게 눈과도 한판 대결을 펼쳐야만 합니다.



지난 해에는 가장 눈이 많이 내린 날 적설량이 69cm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철책을 점검하는 장병들이 사용하는 대기초소에도 온열기구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자그마한 대기초소 안에는 라디에이터와 온풍기가 장병들의 몸을 녹일 수 있도록 돕고 있었는데요, 차가운 바깥 공기와는 달리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철책점검 후 대기초소에서 맛보는 커피 맛은 과연 어떨까요?



철계단과 손잡이에도 미끄럼 방지를 위한 월동준비가 필요했습니다.



취재 당일은 그나마 따뜻한(?) 편이라는 영하 3도. 하지만 바람이 차가워서 그런지 체감온도는 훨씬 더 추웠습니다.



■ 전우의 따뜻한 마음이 가장 따뜻한 난로


작전에 투입되기 전의 GOP 장병들의 모습에서는 강인함과 포근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군장검사와 전투구호를 제창할 때만 해도 웃음기 없던 비장한 표정의 장병들이었지만, 작전 투입 전 서로를 껴안는 허그 타임에서는 따뜻한 미소를 가진 남자로 보였으니깐요.



작전에 투입되는 장병은 실탄을 받고서 총기를 철저하게 검사합니다. 총기검사대 안에 총구를 넣고 탄알집 확인, 노리쇠 확인, 약실 검사 등 안전검사를 마친 후 철책 경계에 투입됩니다.



21사단이 책임지고 있는 철책선은 사단급으로는 그 길이가 가장 길다고 합니다. 거의 2개 사단급의 철책에 맞먹을 정도로 길이도 길지만 표고차도 많이나 한 곳에는 비가 오는데 다른 곳에서는 눈이 내릴 정도로 기상과 일교차가 심하다고 하는군요. 그만큼 경계할 곳이 많은 만큼 장병들의 눈빛도 남달라 보였는데요, 항상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힘든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무척 밝은 표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영훈 경계병(왼쪽): 최전방에서 가장 먼저 적의 동태를 파악하고 조치할 수 있어서 군인으로서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GOP에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건강을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합니다. 아프면 다른 전우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죠. 만약 GOP에 지원하려는 장병이 있다면 휴가만 보지 말고 각오를 다진 후 도전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유병훈 경계병(오른쪽): 이렇게 최전방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후방의 가족과 친지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낍니다. 여기서 적의 GP까지는 불과 3.8km이기 때문에 GOP 장병이라면 무엇보다 긴장감을 유지한 가운데 반복적인 순찰과 철책점검을 위해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이 필요합니다. 



 

자, 그럼 GOP 장병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조금 더 가까이서 한 번 지켜볼까요? 최신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장병들이 즐겁게 식사를 하고 있군요. 사단장님이 가장 강조하는 게 소통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다른 부대 보다 좀 더 활기찬 분위기가 전해지는 듯 싶었습니다. 그런데 입구에 들어올 때 보니 북카페라고 쓰여져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된 걸까요?



네에~ 그러고 보니 그냥 식당이 아니라 온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이었습니다. 그냥 식사만 하는 곳이 아니라 편안하게 음악도 들으며 책도 보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책이 있는 카페 같은 공간으로 꾸며놓은 것인데요, 마땅히 휴식공간이 부족한 최전방에서 이곳은 GOP장병들에게 무척 인기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GOP 장병들의 생활관 분위기는 어떨까요? 전우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을 보는 모습이 무척 여유로워 보이죠? 생활관은 무척 따뜻해서 밖에서 고생하는 우리 장병들이 이곳에서는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걸로 보였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GOP 장병들이 여성보다 피부에 더 관심이 많다는 사실! 차가운 바람과 강추위, 그리고 여름에는 무더위와 땡볕에서 근무해야 하는 환경 때문에 저녁에 얼굴팩을 하는 장병도 많다는군요. ^^



GOP에도 이제는 과학적 경계시스템이 보급되면서 주야간으로 더 촘촘한 감시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장병들은 투입되는 작전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여건이 좋아졌다고 하고요. 얼마 전에는 부대개방 행사로 GOP에도 부모님들께서 직접 방문해 철책도 함께 걸어보며 세족식, 편지낭독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답니다. 

GOP의 월동준비를 마치고 내려오면서, 우리가 후방에서 이렇게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는 것도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최전방에서 밤낮 없이 경계작전에 헌신하고 있는 우리 국군 장병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소중한 사실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소중한 국민의 자녀,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젊은이들이 경계작전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더욱 응원하고, 그들이 필요한 것들이 제때에 제대로 보급되고 지원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나 예산적으로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 여깁니다. 

육군 21사단 백두대대 4소초 장병 여러분! 본격적인 엄동설한이 시작되었습니다. 따뜻하고 안전하게 올겨울을 잘 보내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글/사진: 김남용 아미누리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