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보안~~~,GOP통신병입니다"
- 육군 제6보병사단 GOP부대 통신병의 하루 -
"수사불패 청성투혼"
강원도 중부전선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육군 제6보병사단! 청성부대로 불리는 사단은 6.25전쟁이 발발한 6월 25일부터 30일까지 벌어졌던 6일간의 춘천전투에서 북한군을 성공적으로 저지함으로써, 수도권을 조기에 우회 포위하려던 북한군의 남침계획에 큰 지장을 초래하게 만들었다. 춘천전투에서 6사단이 성공적인 방어로 북한군을 지연시키지 못했다면 6.25전쟁은 김일성의 야욕대로 결과가 이루어졌을지도 모른다는게 많은 전문가들의 평가다.
춘천전투 외에도 사단은 154회의 전투에 참가해 적 9만2,669명을 사살하고, 6,437명을 생포하는 혁혁한 전공을 기록한 명실상부한 육군 최고의 명문부대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전통과 명예가 남다른 청성부대 GOP를 오랜만에 방문하니 무척 설레였다. 특히, 이번에는 문행원 육군 명예기자가 동행취재를 하여 더욱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문 기자는 8사단에서 통신병(교환병)으로 근무하고 1985년 전역한 역전의 용사이며, 지금은 육군 명예기자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신 분이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6사단 용문산부대가 지키고 있는 전방GOP부대였다. 수많은 청성부대 용사들은 지난 반세기 넘게 중부전선 GOP를 굳건히 지켜왔다. 오늘은 이 중에서는 GOP부대의 중추 신경역할을 담당하는 통신소대를 찾아 통신병의 임무와 생활상을 알아보기로 했다.
초가을 들판에는 이미 고개를 숙이기 시작한 벼들과 색색의 코스모스가 가는 길목마다 우리를 반겨주었다. 드디어 GOP부대에 도착해 오늘의 주인공 김광식 상병을 만났다. 통신소대는 경계근무를 전담하는 다른 GOP소초 인원들과 조금 다르게 일과중에 GOP전역의 각종 유/무선 통신장비와 선로 등이 이상이 없는지 점검하고 수리, 운용을 담당하는 부대이다.
김 상병도 이제 막 오전일과를 시작하기 위해 생활관에서 본인의 관물대를 정돈하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를 만나자 조금은 쑥스러운 듯 옅은 미소를 짓는다.
본격적인 일과에 앞서 생활관에서 대기중인 소대원들이 TV를 시청 중인데, 역시 이곳에서도 걸그룹이 대세였다. 생활관과 복도와 주변에는 전투화건조기, 전자레인지, 커피포트, 소설 등 읽을거리 책이 빼곡히 꽂힌 책장 등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생활관에는 1인용 침대와 IPTV 등이 구비되어 있어 점점 개선되어가는 GOP병영의 환경을 느낄 수 있었다.
통신소대 가설조가 이제 전방지역의 통신선로를 점검하고 보수하기 위해 출동을 시작한다. 광범위한 최전방 경계작전에서 간단없는 24시간 지휘통신체계 유지는 필수다. 특히, 많은 과학화 감시장비들이 점차 늘어가는 추세에서 통신의 역할도 그 만큼 확대되고 중요해지고 있다.
소대원들을 태운 통신차량이 출동하고 차량안에서는 분대장에 의해 오늘 해야 할 과업들에 대해 자세한 설명과 개인별 임무 확인이 이루어졌다.
오늘 해야할 과업은 긴급가설 임무다. 긴급가설은 GOP지역의 통신선로를 신속하게 구성하고 점검, 보수하는 일이다. 통신병들은 통상 신병훈련을 마치고 나서 정보통신학교에서 주특기 교육을 이수후 야전으로 배치된다.
통신병 출신 예비역이라면 김광식 상병 등에 메인 것이 무엇인지 단박에 알아 볼 것이다. 일명 방차통이라고 불리는 전화기 연결선(야전선)이 둘둘 말려 있는 보관 및 운반용 도구이다. 방차통의 무게는 통상 30kg이 넘는데, 군장보다 더 무겁다고 한다. 등에 메고 평지를 걷기도 버거워 보인다. 하지만 김 상병과 같은 가설병들은 임무가 떨어지면 이러한 방차통을 메고 차량이 갈 수 없는 험준한 지역을 오르내려야만 한다.
앞서서도 언급했지만 군의 모든 작전에서 통신이 두절되면 기본적으로 지휘통제를 할 수 없다. 그만큼 통신망 유지와 보수는 시간을 다투는 긴급한 상황이다. GOP부대 통신소대원들은 언제, 어디서, 어떠한 통신두절 상황이 발생해도 신속히 투입되어 최단시간내 출동해 즉각 조치를 해야만 한다. 지휘통신체계의 기본인 통신소통은 작전과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철책을 따라 철조망 만큼 끝없이 연결된 각종 통신선로들을 하나하나 세심히 점검하고 보수하는 김 상병과 가설조 장병들의 능숙한 손놀림을 보면서,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가정이나 학교, 사회에서는 해보지 않았을 일들을 언제 저렇게 익혀서 전문가가 되었을까 하는 대견함과 고마운 마음이 절로 생긴다.
GOP의 지형은 어느 부대, 어느 곳을 가든 참 짖궂었다. 채 몇 미터를 평탄한 곳이 별로 없었다. 굽이 굽이, 오르락 내리락. 순찰로는 계단들의 연속이었다. 가설조 장병들의 숨소리도 시간이 갈수록 점차 거칠어지길 반복했다. 비록 장병들보단 나이를 더 먹긴 했지만 사진기 하나 달랑 메고 따라 가며 연신 땀을 훔쳐내면서도, 통신병의 등에 메인 방차통을 보면 미안스럽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장병들은 짧은 휴식에서도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오전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복귀하는 GOP 장병들. 동년배의 젊은이들이 서로 살아온 배경과 모습들은 각기 다르지만, 이제 전우라는 이름으로 만나 공동의 목표와 임무를 위해 서로 인내하며 배려하는 가운데 부여된 일들 함께 수행해 나가고 있다. 분명 힘들겠지만 이 시간은 앞으로 그들의 인생에 있어 큰 밑거름이 됨을 예비역 선배로서 확신한다.
오전 과업을 마치고 돌아온 그들에게 어머니를 대신해 소대의 취사병이 정성껏 준비한 점심을 다들 맛있게 먹었다. 매끼니를 위해 누군가는 저 산아래에서부터 부식을 날라다 주고, 누군가는 부모 심정으로 전우들의 식사를 말없이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만든 GOP 전방의 점심식사 모습이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시 오후 과업을 위해 통신병들은 이동을 시작했다. 오후에는 나머지 GOP지역 선로와 중계안테나 점검을 실시한다고 해서 다시 따라 나섰다.
통상 우리는 GOP라고 하면 경계병력들이 순찰하는 모습이나 초소에서 북녘을 응시하는 장병들의 모습에 익숙해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경계병력 못지 않게 수많은 손길들이 철통같은 GOP경계작전 태세를 완벽히 유지하기 위해 소리없이 땀흘리고 수고하고 있음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오후가 되자 어느새 중계안테나를 점검하는 김광식 상병과 동료들의 얼굴에서는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김광식 상병은 "군에서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이곳과 같은 GOP에서 각자가 맡은 역할 하나 하나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경계작전도 완벽해질 수 있다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그래서 작은 것, 기본적인 것, 그리고 바로 내가 지금해야 할 것들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청춘!
오랜만에 찾아온 GOP에서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땀방울을 보며 선배로서, 국민으로서, 그리고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참 고맙고 든든했다. 군생활! 누구나 힘들다. 때론 고독하다. 하지만, 전우들이 함께 하기에 또한 내 조국과 국민이 부여한 성스러운 소임이기 때문에 해내는 것이다.
중계안테나 점검을 끝으로 오후 과업을 마치고 소초로 돌아오는 GOP통신병들!
군에서는 전화를 받으면 가장 먼저 "통신보안~~~~, ○○입니다"라고 말한다. 오늘도 GOP의 대대부터 소초, 경계초소, 저 비무장지대 안의 GP에서도 누구나 "통신보안 ~~~"하고 소통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김광식 상병과 같은 통신병들이 24시간 구슬땀을 흘리며 아낌없는 수고를 다하고 있는 덕분이 아닐 수 없다.
오후과업까지 마친 통신소대원들은 이제 남은 시간 무얼할까 궁금했다.
역시 군대는 축구와 족구가 대세! 전방지역이라 축구는 좀 제한되고 대신 족구로...모든 예비역들들의 공통점 ..족구이야기만 나오면 모두 "펄펄 날았다"고 한다~~^ ^. 내 기억 속에서도 대학시절 족구가 캠퍼스에서 유행한 건 아마 군에서 제대한 예비역들이 보급했던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족구 후에는 영향보충 간식 타임!!!
김광식 상병은 물론 많은 병사들이 전역할때까지 반드시 식스팩을 만들겠다며, 시간 날때마다 열심히 체력단련장을 찾는다고 한다. 통신소대는 전방대대와 함께 있기 때문에 오락실과 노래연습장 등 복지시설이 나름 잘 갖추어져 있어 휴식시간에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짧은 오후 휴식시간이 끝나고 야간이 되자 김 상병은 교환대 근무에 투입되었다. 낮에는 가설조 임무, 밤에는 또 교환대 근무.... 이곳에서는 통신병들은 누구라도 야간근무로 교환대 근무를 서야 한다고 했다.
교환대 근무를 마치고서야 비로소 GOP 통신병의 하루가 마무리 되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더 나누고 싶었지만 하루의 피로에 고단할 그들을 생각하니 우리가 빨리 철수해야 푹 쉬겠구나 싶어, 아쉬웠지만 곤하게 잠든 김 상병 모습을 끝으로 GOP에서 내려왔다.
GOP가 점점 멀어지면서 국가방위를 위해 화려하고 자유분방한 청춘의 열정을 잠시 내려 놓고, 오늘도 전우들과 부여된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아름다운 청춘들에게 고마움이 물결처럼 일렁인다.
"통신보안~~~~, GOP장병 여러분! GOP 통신병 여러분! 아자 아자!!!"
국민들은 여러분을 늘 응원하고 있음을 잊지 마세요. 곧 있으면 즐거운 추석! 비록 고향과 부모, 가족들이 많이 그립겠지만 여러분이 있어 우리가 풍성한 명절을 보낼 수 있습니다. 모든 장병들이 건강하고 즐거운 군생활, 행복한 추석이 되길 빕니다.
<공동취재 : 임영식 육군 블로그 기자 / 문행원 육군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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