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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신이 알아둬야 할 세가지

오늘도 K양(25세,회사원)은 남자친구와 통화중이다. 그들의 대화는 이미 015B가 십여전 전에 발표한 노래 <아주 오래된 연인들>의 범주를 넘어서지 못하는 안타까운 반복이 된다.

모든 연인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환갑을 훨씬 넘긴 노부부가 다정스레 손을 잡고 걷거나 신혼이 한참 지난 부부들 중에도 연애하듯 재미있게 사는 커플들도 보인다. 주변에 부정적인 커플들만 가득하다면 "오래 사귀면 다 그래" 라고 성급한 일반화를 하겠지만, 분명 '아주 오래된 연인'이라고 해도 설렘을 감사함과 행복으로 키워 사는 커플은 있다.

그들은 과연 무슨 짓(?)을 하길래 오래달리기라는 사랑에 지치지 않은 것일까?

행여 권태기에 접어든 커플이 있다면, 이번 매뉴얼을 통해 사랑에 비타민을 공급하길 바란다. 비타민이 없다고 죽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 둘 결핍현상이 나타나는 것 처럼, 사랑에 나타나는 결핍현상들을 막을 수 있도록 말이다.

 1. 편안하다고 함부로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가 편안할 경우 소홀히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전 매뉴얼에서 이야기 했던 '헌신'의 이야기 처럼, 상대의 모든 것에 신경을 쓰며 챙겨줬더니, 애인이 아니라 엄마처럼 생각하게 되는 일 말이다. 커플사이에서만 벌어지는게 아니라, 부모님에게도 자주 쓰는 말들이 있지 않은가.

사귀기 이전,  전화벨 소리 한 번, 문자 하나에도 택배기사가 온 것처럼 상대의 연락에 마음이 맨발로 달려나갔을 것이다. 그 때에는 상상도 못했던 위의 대화들이 진행되며 사랑에 결핍이 일어난다. 저 말들을 들으며 잠깐 상처를 받고, 다시 얼굴보면 웃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 번 넘은 선은 계속 넘기 쉽듯 짜증과 귀찮음까지 닿으면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그와 전화통화를 하게되면 머리를 했다느니, 오늘 무슨 일이 있었다느니, 드라마 스토리가 어떻게 되었다느니, 길거리에서 연예인을 봤다느니 하는 말 보다 '약속'을 먼저하자. 둘이 아무리 편하고 잘 아는 사이가 되었더라도, 절대 함부로 하지 않도록 말이다. 

 2. 변한다는 것을 인정하자

오래달리기도 처음 스타트를 했을 때의 몸 상태가 계속 지속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 염려할 걱정은 아니다. 누구나 오래 걷거나 뛰면 지치는 것 처럼 말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며 그 모양이 변한다. 흔한 예로 '방귀를 트기 전'과 '방귀를 트고 난 후'의 사랑은 다른다. 그것은 모양이 변한 것이지 사랑이 식거나 상대에게 지친 것이 아니다. 사랑의 모양이 변했다고 해서,


이런 물음을 던지는 것은 바보같은 일이 될 수 있다. 그 말에 대부분의 솔직한 남자들은,


이런 대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별로 모난데 없어 보이는 대답이지만, 일부 예민한 여자들은 이 말에 실망하기도 한다. 그녀가 원하는 대답은,


이런 것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설렘이 편안함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 사랑의 초반에는 백미터 달리기를 위한 도약처럼 치고 나갈 수 있으나, 그 상태라면 오래지 않아 지치고 만다. '페이스조절'을 위한 단계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말로 확인받을 수 없는 마음을 그에게 물으며, 자신이 원하는 모범답안과 맞추어 가위표를 치지 말고 말이다. 


 3. 어떤 의미에서, 남자는 정말 단순하다

연애 상담코너가 있는 <노멀로그 응급실>에 올라오는 사연들을 보면, 많은 여성분들이 "도대체 이 남자 심리가 뭔가요?" 라고 묻는 것을 볼 수 있다. 정말로 뭔가 '꿍꿍이'가 포함되어 있는 행동을 궁금해 하는 사연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질문은 '남자의 단순함'을 간과했기 때문에 생겨난 고민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고민하고 계신 여자분만 겪는 증상이 아니다. 아마, 꽤 오래 사귄 커플의 대부분은 위와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남자친구의 집에 놀러가는 사이로 발전한 커플의 경우, 자기 방에 들어가 컴퓨터에 열중하거나 TV 스포츠 경기에 몰두하는 남자들을 볼 수 있다.

쉽게말해,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잘 못한다는 거다. 사랑이 식었다거나 이제 좋아하지 않는 수준의 일이 아니라 마음이 딴 곳에 팔려있는 상태다. 그런 그가 야속할 수도 있겠지만, 그 문제에서 사랑의 종말로 연관시키진 말길 바란다. 차라리 "나 갈게" 같은 충격요법으로 어느정도 치료가 가능하니 그 방법을 쓰는 것이 좋겠다.

전화를 하다가 말이 없어지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통화를 하며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이효리 패떴하차' 같은 기사를 읽게 되었거나, 없어진 물건을 책상에서 찾게 된 경우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말 못할 통화료의 고민도 있을 수 있으니, 어느정도는 이해해주는 것이 속편하다. 모든 행동에서 이별의 징조를 찾아내려 노력하는게 아니라면, 비틀즈의 노래처럼, 렛잇비, 그냥 두어도 된다.


오래달리기 이야기가 나왔으니 조금 더 덧붙이자면, 마라톤을 트랙에서 하지 않고 실외에서 달리게 하는 이유는 무얼까? 참가인원이 많은 것을 첫번째로 꼽을 수 있고, 그 외에도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두 시간 넘게 트랙을 도는 일은 달리는 사람을 더 지치게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계속 새로운 사람과 사물들이 나타나며, 저 곳을 지나면 결승선이 있다는 생각으로 한 발 한 발 내 딛기 더 원활하기 때문이 아닐까?

또한, 마라톤에서 '러너스 하이' 라고 불리는 상태. 즉, 몸은 지치고 힘든데 정신적으로는 안정되는 그 상태에 이르렀을 때,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몸에서 스스로 고통을 잊게 만들어 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 것 처럼, 사랑이라는 오래달리기를 할 때에도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들로만 둘의 관계를 생각하는 것이 아닌, 사랑이란 이름을 가진 여러 호르몬의 도움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