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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콘텐츠

우리아들이 육군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1989년 10월 30일 오후 2시 57분 20시간의 산고 끝에
그렇게 내 아들은
이 세상의 가장 소중한 나의 보물이 되었답니다.

초등때 유난히도 장난꾸러기여서 웃는 얼굴엔 장난기가 하나가득 , 사교성은 왜그리 좋은지 동네 친구들은 물론이고 새로 전학 온 아이들 까지 모두들 챙겨 우리집 냉장고를 바닥나게 했던 그런 아들 이었답니다.

항상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어느날 "엄마 나 군대 갈래" 그 한마디에
전 소스라치게 놀랐죠. 벌써 우리 아들이 20살이 되어 있더라구요.

마음이 참 무겁고 갈팡질팡했습니다.  가뜩이나 약한 우리 아들을 군에 보내놓고 살 수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고,  한편으로는 등급외 판정 나오면 행여라도 혹시라도 안갈 수도 있는 행운이 있을거란 생각을 했죠. 그땐 그랬답니다. 근데 신검후 우리 아들도 3등급 판정이 나오드라구요. 50킬로도 안되는 아들의 3급판정에 저도 우리 아들도 남가는 군에는 가긴 가는구나. 라는 생각에 인터넷으로 육군 홈페이지를 들락거리고, 병무청에 수십번 전화상담하고 의무병으로 지원하길 세차례, 모두 뭐가 결격이였는지 낙방했구요, 복학시기를 맞추다보니 4월 14일 의정부 306보충대 보병으로 군입소를 하게 되었답니다.

입대날 시간을 맞추려고 군 입대전야를
낯선 의정부에서 일박을 하기로 했습니다.
미장원에서 마지막으로 머리를 밀려고 의자에 앉은 아들의 모습을 거울로 힐깃 쳐다 보다 결국 참을 수 없이 밀려오는 뜨거운 눈물에 그 자리를 뜰 수 밖에 없었죠.  그 순간 미장원 라디오에서 흐르던 음악이 잊혀지지 않아요. "임창정의 오랜만이야" 란 곡이였죠, 어찌나 멜로디까지 가슴을 저미는지 아마, 말은 안했지만 우리 아들 마음도 나와 같지 않았을까 싶어요.

뜬 눈으로 날을 새다시피하고 306보충대로 향하는 차안에서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항상 옆에서 엄마의 영원한 게그맨일줄만 알았던 아이가 이제 신성한 군복무를 하러 2년이란 시간을 제 곁을 떠난다고 하니 입을 열면 눈물이 되어 울먹일것만 같아서 한마디를 뗄수가 없었답니다. 참으로 간단한 입소식 20여분이 지나고 보충대 운동장 흙먼지 바람을 일으키고서 우리 아들은 제 품에서 그렇게 갔습니다.
 
운동장 바닥에 얼마동안 주저 앉아 울었는지
그 많던 가족들도 어느새들 다 빠져 나가고 썰렁하고 휭한 그곳에
제 모습을 보게 되었답니다.

군복입은 사람을 붙잡고 아들의 추후 행로가 어찌 될건지 묻고 또 묻고 어찌할 수 없음을 알고 다시 목포로 내려 와야만 했구요 그 후 인터넷으로 올라온 신병 사진을 보고서 "울 아들이 살아 있긴 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참으로 다행인것이 우리 교육대 3중대장님의 친절한 훈련 후기들을 신교대 카페로 바로바로 올려주셔서 우리 엄마들도 다같이 눈물 범벅 콧물 범벅으로 그렇게5주 훈련을 받았습니다.

멈춰버린듯한 시간도 흐르고 흘러
8사단으로 자대배치 받고 또 다시 면박의길에 올랐습니다.

얼마나 맘 조리며 5주를 보냈던지 왕복 1096KM는 우리들 앞에선 아무것도 거칠것도 없었습니다. 새벽길을 달리는 차창으로 날파리 해충들의 작렬한 죽음에도 굴하지 않고 우린 시커먼 어둠을 헤치고 5시에 포천골에  도착했습니다. 면회신청을 빨리 하면 울아들 빨리 볼 수 있을까해서 어이없게도 새벽 다섯시에 경비서는 군인에게 면회신청을 했답니다. 정말 아마츄어 사병 엄마답게 말이죠. 그 새벽녘 마시는 공기와, 군부대 여기저기를 제집 마냥 들락 거리던 이름 모를 새들이 정말이지 부럽기만 했던 아침이였습니다.

중대장님과 함께 트럭에서 내리는 시커먼 사병 하나,
우리 아들이였습니다.

그야말로 새카맣게 그을리고, 손마디는 굵어지고 한국의 전형적인 이등병이더군요. 그간의 시간을 어찌 보냈을지 말도 필요없고 제 앞에 서있는 모습으로도  한눈에 읽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제 옆에서 한없이 작아 보이는 아이가, 글쎄 어느새 훌쩍 커서 군인 아저씨가 되어 있었죠. 군인들의 로망 "초코파이나무가 있음 좋겠다" 싶을 정도로 웬 초코파이를 그리 먹어 대는지..  식성도 끝내주고, 전에 알던 내 아들은 이제 없더라구요. 그 단시간에 이리도 변하더군요.

그렇게해서 울아들 면박의 원정은 입대한후 47일만의 극적상봉을 이뤄냈고,
7월  1일저녁 다시 부대복귀했습니다.

다행히 많이 철이 들어서 얼굴색 하나 일그러짐없이 나와 지내는 동안 항상 밝게 웃던 녀석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울타리 철문을 들어 가면서도 환하게 웃던 녀석~!  이제 제집인냥 울아들도 자신의 둥지를 향해 당당히 들어서는 모습에 참으로 맘이 편안했습니다.

남은 군복무동안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지내다가
멋진 추억 가득가득 안고 돌아오길 바라며.
마지막으로 이렇게 당당하고 멋진 대한의 아들로 키워 주신 사단장님 이하 대대장님, 중대장님, 소대장님까지 너무 너무 감사드립니다. 훈기가 넘치는 사람사는 군대로 계속 남아주길 바라며 아들과 함께 하는 오뚜기 8사단의 모든 우리 장병들~!  우리 엄마들은 항상 믿고 있습니다. 비록 힘든 훈련의 연속이지만 서로의 어깨 한번 두드려줄 수있는 아량있는 여유로움으로 서로의 멘토가 되어 주시길 바라며, 스마일은 옵션으로 지니시길 바랍니다. 우리 오뚜기 8사단과  아들이 있는 그곳 번개부대가 이제 우리 대한만국 군의 롤모델입니다. 이제 앞으로 갈길이 더 많은 우리 아들~!  군대 좋아졌다는 말답게 좋은 선임들 만나서 이쁨 받고 동기들과도 끈끈한 우정 나누며 남은 군복무 하길 빌뿐입니다.

감사합니다.

 8사단  이등병 김수민 엄마 박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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