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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환경대대, 반환미군기지 토양복원 현장을 가다


21세기 전 인류의 공통된 화두는 바로 환경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특히 미국 멕시코 만에서 발생한 해저유전 원유 유출사고는 아직 사고가 수습되지도 않았지만 현재까지의 피해규모 만으로도 금세기 최악의 환경재난으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미국 지질조사국(USCG)에 의하면 4월 20일 석유시추시설인 딥워터 호라이즌호의 폭발사고 이후 하루 1만2000~1만9000천 배럴의 원유가 매일 유출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1989년 알래스카 연안에서 발생, 알래스카 지역의 자연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하고 사고 수습과 환경복원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지출된 엑손 발데스호 사고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현대 인류의 물질적 풍요를 가능케 한 석유가 이제는 양날의 칼이 되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모습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크고 작은 환경오염을 이미 경험한 바 있습니다. 특히 기름 유출로 인한 환경오염은 오염된 자연환경 복원에 막대한 비용과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환경오염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재앙 바로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육군은 이러한 환경오염 특히 기름 유출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한 부대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미 앞서 소개한 바 있는 환경지킴이, 육군 공병단 117환경대대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반환된 미군기지인 의정부시 ‘캠프 시어즈’에서 오염된 토양을 복원하고 환경오염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육군환경대대의 활약상을 소개합니다.

육군환경대대가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현장을 방문하기 위해 의정부시 ‘캠프 시어즈’를 방문했습니다. 이곳 ‘캠프 시어즈’를 비롯해 지금까지 반환된 주한 미군기지는 1950년대부터 약 60년 동안 공여돼 왔습니다. 2002년 10월 한·미 연합토지관리계획(LPP, Land Partnership Plan) 협정에 의해 2003년 12월 용산 아리랑 택시 부지가 최초로 반환된 이후 2007년 4월, 5월 캠프 라과디아 등 총 23개 기지가 반환이 이뤄졌습니다. 반환된 미군기지는 지자체의 개발계획에 따라 지역주민 복지를 위한 공원, 도로, 구청 및 공공청사 등이 들어설 계획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대학 및 병원 등 지역발전을 위한 교육 및 보건시설을 설치할 계획입니다.


다만 2002년 한·미간 체결된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협정에 따라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약 3년에 걸쳐 반환된 18개의 미군기지에 대한 환경오염조사가 이루어진 결과 토양오염이 심각하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그대로 반환미군기지 부지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오염된 토양을 복원하기 위한 환경정화사업이 마련되었으며 육군환경대대 역시 일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미 주요 시설들이 철거된 이곳 ‘캠프 시어즈’의 풍경은 여느 재개발 지역처럼 삭막하기만 합니다. 뿐만 아니라 심각한 수준으로 오염된 이곳의 토양은 그대로 방치해둘 경우 주변지역의 생태계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기 위한 거대한 시설물들을 보는 순간 안심이 됩니다. 특히 거대한 비닐하우스처럼 생긴 오염토양 정화시설은 바로 육군환경대대 장병들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전장입니다.
 


거대한 비닐하우스와 같은 정화시설에 다가가자 불쾌한 기름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고 머리가 아파옵니다. 그러나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안전장구와 보호마스크를 쓴 장병들은 묵묵히 환경정화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덤프트럭이 오염된 토양을 쏟아 내면 굴삭기가 고르게 토양을 흩어 줍니다. 그리고 좌우에 배치된 병사들이 유용미생물(EM)이 혼합된 특수한 정화용액을 오염토양 사이에 골고루 뿌려줍니다. 현재 육군환경대대가 선택하고 있는 반환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방식은 바로 ‘부지 내 지상처리(On-site/Ex-situ Method)’ 방식입니다. 오염토를 굴착해 부지 내 별도의 처리시설에서 정화하는 방법은 과거에 주로 사용된 ‘지중처리(In-situ Method)’ 방법에 비해 오염토양을 신속하고 완전하게 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인구밀도가 높고 토지이용에 대한 사회적 욕구가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을 고려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육군환경대대는 ‘부지 내 지상처리’ 방식 중에서도 이미 국내·외에서 상용화 되어 그 효율이 입증된 토양 경작법(Land farming)과 토양 세척법(Soil Washing), 공기통풍법(Soil Vapor Extraction)을 복합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오염된 토양에 대한 환경정화 못지않게 얼마나 토양이 정화되었는지 정화된 정도를 측정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정화과정을 지속적으로 기록, 관리함으로서 보다 효율적이고 완벽한 환경정화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굴삭기가 정화 경작기의 토양을 퍼내면 환경대대 현장 작업반장의 지시 하에 병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토양 샘플을 채취합니다. 굴삭기로 흙을 퍼내자 약하긴 하지만 기름 냄새가 후각을 자극합니다. 한번 기름에 오염된 토양은 자연적으로 정화되기까지 수백 년이 걸린다는 이야기가 실제 피부로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취재가 아니라면 불쾌한 기름 냄새에 두 번 다시 오고 싶지 않았지만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육군환경대대원들은 오염된 토양을 완벽하게 정화하겠다는 일념으로 오늘도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육군도 환경대대와 같은 환경전문 임무부대를 더욱 강화해 현재 미 육군 공병단 소속으로 유해, 독성, 방사성 폐기물 처리의 첨병으로 활약하고 있는 전문기술센터 (Hazardous, Toxic and Radioactive waste Center of Expertise)에 버금가는 환경전문임무부대로 발전해 나가길 기원해 봅니다. 환경을 지키는 일이 곧 나라를 지키는 일이며 이제 환경주권은 21세기 국가 안보의 핵심 단어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