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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간 남자, 여자친구에 대한 심리변화 2부


(1)부 보고 오기[클릭]

지난 시간, 보충대 입소부터 일병까지의 심리변화를 살펴봤다. 이번 매뉴얼에서는 예고한대로 상병 이후의 심리변화를 살펴볼 예정이다. 다시 한 번 이야기 하지만, 이 매뉴얼은 이유는 군대에 간 남친이 당신을 생각하는 지 생각하지 않는 지를 확인할 목적이 아닌, 군대라는 특수성과 그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변화들을 알리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요즘 좀 연락이 줄었다 했더니... 변한 거구나..." 라거나, "내 남자친구도 저렇게 변하겠지..." 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단 얘기다.

이 추위에도 총 들고 나가 근무서고 있을, 혹은 훈련받고 있을 군화를 생각하며 남은 이야기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7. 유격, 혹한기 훈련

집생각 - ★☆☆☆☆   여자친구 - ★☆☆☆☆   먹을거 - ★★☆☆☆

훈련의 꽃이라 생각하면 된다. 중대급, 대대급의 몇몇 훈련들은 잘 씻지 못하는 것과 야외에서 구르는 것, 아무 논 밭이나 배를 깔고 엎드리기도 하며 산을 기어오르고, 숨고, 달리는 정도에서 끝나지만 '유격'이나 '혹한기'는 차원이 다르다. 언젠가 유격 복귀행군을 마친 후임이 여자친구와 전화로 싸우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부대에 도착했는데 전화를 안 했다고 여자친구가 화난 것 같았다. 물집이 잡혀 까치발을 하고 사타구니는 쓸려서 걸음도 잘 못걸으며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후임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학교다닐 때, 체력장을 하면 윗몸일으키기 하느라 배에 알도 배고, 이런 저런 안쓰던 근육들을 움직여 몸이 만세를 부른 적 없는가? 개인적으로 PT8번 이라는 동작을 배워 10회만 집에서 해 보길 바란다. 남자친구가 왜 전화를 걸 수 없었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PT체조는 공식적으로는 15번 까지 있으며 부대별로 18번 까지 있는 곳도 있다고 한다. 군화에게 물어보면 열을 올리며 설명해 줄테니 긴 설명은 생략한다. 그 PT체조는 각 훈련 중간 중간, 혹은 시작과 마무리에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더 빠를 것이다. 혹한기는 생각도 하기 싫다. 동상 때문에 부대복귀 후에 따뜻한 물에 손, 발을 담그고 있는 녀석들이 있다는 말만 적어두겠다.

8. 상병

집생각 - ☆☆☆☆☆   여자친구 - ★☆☆☆☆   먹을거 -☆☆☆☆☆

부대의 실세가 되는 기간이라고 보면 된다. 병장들은 이미 신과 같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가끔 쓰레기통을 발로 차며 "내무실 분위기 아주 좋~다." 이런 말만 하며 나가버린다. 그 이후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상병 말호봉의 교통정리가 시작된다. 무작정 갈구는 것은 아니다. 고참들이 나가서 일을 하고 왔는데 후임은 쳐다보지도 않고 편지를 쓰고 있다거나, 혹은 관물대 주기나 신발정리등이 제대로 안 되어있는데 자기 할 일만 하며 신경을 안 쓴다거나 할 경우 상병의 갈굼이 시작된다.
이미 1년의 기간을 부대에서 보낸 까닭에 군생활의 춘하추동을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시기엔 완벽한 군인이 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슬슬 리모컨을 잡아도 되는 타이밍을 노리기도 하며, 풀린군번의 경우 이 시기에 계란후라이가 들어간 군대리아를 맛보기도 한다. 사회의 기억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 처럼 먼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 위로 들이대 보고, 아래로는 방어하는 시기라 '권력'에 대한 다툼도 치열하다. 그러나 아직 (집에 갈 날짜가)세자릿수 군인이라는 것을 벗어날 수 없다.

9. 파견(대민지원,대외파견,입실 등)

집생각 - ★★★☆☆   여자친구 - ★★★☆☆   먹을거 - ★☆☆☆☆

이건 부대마다 많은 차이가 있어서 일반적인 경우라고 보긴 힘들지만, 자신이 생활하는 부대가 아닌 다른 부대로 잠시 파견을 가거나, 혹은 사회에 나가 도와주는 일을 하게 되는 경우 잠시 놓고 있었던 그리움의 끈을 다시 당기게 되는 경우가 있다. 앞만 보고 있다가 뒤도 돌아보게 된다는 말이다. 사회에서 마주하는 사물이나 사람들을 보며 자신도 사회의 일원이었을 때를 떠올린다. 육공트럭 뒤에 타고가며 옆을 지나는 자동차를 바라보거나 군복이 아닌 사회의 옷을 입은 사람들을 보며 자신이 아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기도 한다. 역시, 사회에서의 일들이 꿈처럼 느껴지는 것은 여전하다.

10. 병장

집생각 - ★★☆☆☆   여자친구 - ★★☆☆☆   먹을거 - ★☆☆☆☆

병장을 나누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가장 극단적인 방법은 개구리(전역대기자)와 병장, 이렇게 나누는 것이고 일반적으로 백대군인과 십대군인, 이렇게 분류를 한다. 기준은 남은 군생활 날짜다. 100일 이상 남은 병장과 99일 이하로 남은 병장이 구분된다. 병장이 된다는 것은 군생활이 다 끝난듯 한 착각을 심어주는 까닭에 백대군인이나 십대군인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십대군인의 머릿속에서는 로켓 발사직전 카운트를 세는 것 처럼 하루하루 숫자가 작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회로 나간다는 기쁨도 잠시, 점점 두려움은 커지기 시작한다. 군대에서 두 살을 더 먹은 것이다. 들어올 때와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만감이 교차한다. 이시기엔 여자친구가 면회를 와도 같이 먼 산 바라보고 있거나 권태로운 몸짓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PX병이나 면회객실 주변에서 얼쩡대던 애들에게 괜히 뭘 시키거나 부르지도 않는다. 입대할 때 만큼의 두려움이나 불안은 아니지만,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매뉴얼을 적어놓고 보니, "남자만 힘든가요? 기다리는 여자도 힘들다구요!" 이런 댓글이 달릴 것 같다. 안다. 어느 한 쪽만 힘든게 아닌 거 안다. 하지만 이 매뉴얼은 곰신들을 대상으로 군화의 심리변화를 이야기 하는 '주제'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두자.

입대할 때와 비교해 관심도지수가 떨어지는 것을 봤을 것이다. 그 떨어진 관심도지수는 병장이 되어서도 가득 채워지지 않는다. 그게 이 매뉴얼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군화 뿐만 아니라 곰신도 상대와 나를 객관적으로 보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예쁘다고 생각해 바닷가에서 주워온 돌이 집에 가져오니 여기저기 흠도 있고, 바닷가에서 봤을 때 처럼 영롱한 빛을 지니고 있지 않을 때, 그 돌을 던져버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래도 그 모습 그대로 계속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군대'라는 장애물을 넘은 커플을 난 정말 사랑하는 두 사람이라 생각한다. 둘의 부족하고 모자란 모습도 감싸주고, 이해할 수 있는 것. 콩깍지가 씌어 단순히 불타오르는 일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불꽃이 사그라들어도 여전히 따뜻함을 품고 있는 두 사람. 물론, 아무 생각 없이 시간만 보내고 나와 뭐가 뭔지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깊고 긴 강을 건너 다시 손을 맞잡은 두 사람. 그 앞날에 언제나 행복만이 가득하길 바라는게, 내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