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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신생활 중 찾아 온 권태기, 어떻게 보낼까?

 간절히 기다리고 원하던 것을 얻는 것과 같은 큰 기쁨 뒤엔 꼭 덤덤함이 따른다. 벼르다가 산 스마트폰을 처음에는 손에서 놓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덤덤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군화 남친의 계급이 올라가며 전보다 자유롭게 전화를 할 수 있게 되고 편지나 메일 등을 통해 서로의 소식을 전하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되었을 때에도 이 '덤덤함'이 찾아온다. 전에는 오매불망 '연락'만 기다리던 것과 달리, 이젠 늘 비슷한 시간에 걸려오는 전화가 조금 귀찮아 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간 발행한 글들에선 '군화의 권태기'를 위주로 이야기 했었다. 하지만 메일로 도착한 사연 중엔,

"예전처럼 설레는 마음을 다시 가지려고 해도 잘 안 돼요."

 

"다른 남자가 생긴 건 아닌데, 헤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친과의 통화가 재미도 없고, 그냥 남친이 안쓰럽기만 하고. 그래요."

 

등의 '곰신들의 권태기'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꽃신을 신은 곰신 중 많은 곰신들이 그 '덤덤함의 시기'를 겪었으니 말이다. 그 시기를 지혜롭게 보내는 방법. 오늘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1. 연락줄이기


 무덤덤함의 시기가 찾아오는 가장 큰 이유는, 비슷한 시간에 걸려오는 전화와 늘 비슷하게 나누는 대화에 있다. 그렇게 연락을 하는 사람이 '군화'가 아니라 친한 '동성 친구'라고 해보자.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해도, 매일 같은 시간에 전화를 걸어 별 다를 것 없는 얘기를 한다면, 분명 몇 달 지나지 않아 그 친구가 지겨워 질 것이다.


그 연락은 더 이상 반갑지 않고, 통화하기 곤란한 순간에 걸려온 전화라면 귀찮기까지 할 것이다. 그게 '수신자 부담' 전화라면 더더욱 그렇고 말이다. 그런 마음으로 통화를 하는데 좋은 얘기가 나올 리 없다. 곰신이 틱틱 대다가 군화가 왜 그러냐고 추궁해 싸움으로 이어지든지, 의무적으로 나누는 대화를 대충 나누다가 끊게 될 것이다. 그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이별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락줄이기'를 권하는 것이 좀 이상하게 보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찾아온 '덤덤함'은, 위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과잉으로 인한 태만'이 원인이다. 부족해서 문제가 아니라, 넘쳐서 문제란 얘기다. 그런 까닭에, 매일 전화통화를 하는 커플이 있다면 이틀에 한 번이나 사흘에 한 번 꼴로 연락을 줄이길 권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대화의 밀도를 높이는 게, 매일 의무적인 대화만 나누다 끊는 것보다 낫다.


매일 편지를 쓰는 곰신이 있다면, 편지를 매일 적어 보내기보다 노트에 적어 모아 두었다가 3~4주에 한 번 꼴로 보내길 권한다. 매일 보내는 편지는 곰신의 손에서 금방 떠나는 까닭에, 그만큼 휘발성이 강하다. 요즘엔 24매 정도 되는 노트도 나오던데, 그 정도 분량의 노트에 편지를 적어 면회 시 전해주는 것이 괜찮을 듯 싶다. 서로의 일과를 즉시 전화로 말하고 편지로 빠짐없이 전달하면, '궁금함'이 사라진다. 그 궁금함이 남아 있도록 연락의 빈도를 줄이자.

 

2. 깊이 있는 대화 나누기


 곰신들이 무덤덤함을 호소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군대에 있는 군화를 생각해 봐요. 그 안에서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곰신님이 좀 참고 견디세요. 기다리는 김에 좀 더 기다려 보세요."

 

"외롭다 지겹다 하면서 말도 안 되는 핑계로 헤어질 생각 하지 마세요."


군대에 있는 군화와 달리, 곰신은 사회에서 그저 재미있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까? 곰신은 무조건 참고 기다려야 할까? 힘들어서 힘들다고 하는데, 그것도 그냥 핑계인 걸까? 참고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그저 덮어두기만 해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때문에 난 군화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며 이 시기를 현명하게 보내길 권한다.


매일 비슷비슷한 일과에 대한 얘기나 가십거리들을 주고받는 것이 아닌, 서로의 생각과 마음의 변화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속으로는 끙끙 앓고 있는 얘기는 왜 꺼내지 못하고, 늘 표면적인 것들에 대해서만 대화를 나누는가. 연애를 출석도장 찍으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출석체크 하듯 연락만 주고 받냐는 얘기다.

결론만 툭 던지거나, 감정을 앞세워 책임을 떠넘기지 않는다면 '깊이 있는 대화'는 가능하다. 지금 이러한 생각이 찾아온 것에 대한 나름대로의 원인을 말하고 함께 해결책을 구해보는 것이다. 그런 노력을 하는 곰신에게 "마음이 변했다는 거야? 헤어지고 싶다는 얘기냐고?"라며 윽박지를 모자란 군화는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은, 훗날 다른 문제가 찾아왔을 때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번 일을 토대로 배운 '함께 해답을 구하는 법'을 다음 번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그저 참고 기다려 문제를 해결한 커플은, 다음번에도 참고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리고 그 때는 참고 기다리는 것도 지겨워 모두 다 놓아버릴 수도 있고 말이다.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시도해 보자.
 

3. 둘만의 목표 세우기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연애에도 적용된다. 둘의 목표가 있는 커플은 그 목표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그렇지 않은 커플은 그저 흘러가는 대로 이리저리 부딪히며 산다.


둘의 목표가 없는 커플은 계획 없이 여행을 떠난 여행자들의 신세가 된다. 처음에는 자유롭게 여행을 떠났다는 게 설레일지 모르지만, 먹고 자는 것 따위의 현실적인 문제들이 닥치면 방황하게 된다. 이 여행을 왜 하는 건지, 어디를 가야 하는지, 지금 여기엔 왜 와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 하게 되는 생각은 하나다.

 

"그냥 이쯤에서 여행은 접고, 돌아갈까?"

 

그저 하루하루 흘러가는 대로 사귀는 커플들도 비슷한 얘기를 하지 않는가.

 

"그냥 이쯤에서 연애는 그만 하고, 헤어질까?"

 

그대와 군화의 계획은 무엇인가? 군화는 군화대로 그냥 군생활 열심히 하고, 곰신은 곰신대로 사회에서 별 탈 없이 잘 지내는 것 말고, 두 사람의 미래를 위해 무슨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가? 목표와 계획을 가진 커플은 흔들리더라도 쓰러지지 않는다. 두 사람이 바라보고 있는 명확한 기준이 있으니 그 기준에 의지해 바람을 견딜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커플은 작은 바람에도 쉽게 휘날린다. 그렇게 휘날려 멀어진 상대를 찾으러 다니기만 한다. 운이 좋아 상대를 찾더라도, 다시 바람이 불면 대책 없이 휘날린다.

꼭 무엇을 하기 위해서 연애를 하는 건 아니다. 연애는 강한 이끌림과 설레임 등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거대한 힘에 의해 시작되니 말이다. 그러나 추수를 위해서는 모내기부터 해야 하는 법 아닌가. 모를 심을 때는 마음가는대로 아무렇게나 심는 게 아니라, 기준선을 잡고 그 기준선에 맞춰 심어야 한다. 둘의 계획과 목표가 기준선이 되어줄 것이다. 엉망진창이 되는 것을 막아 줄 기준선, 세워보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적어두고 싶은 건, 처음으로 돌아가 생각하자는 거다. 지금은 군화가 알아서 연락도 잘 하고, 한 눈 파는 등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니, 그게 당연한 것처럼 생각될 수 있다. 그리고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다보니 '내가 좀 아깝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갑자기 군화의 태도가 바뀌어 곰신과 연락하는 것을 귀찮아하고, 편지 등의 연락에도 소홀해진다면 어떨까?

걱정할 것이 줄어들고 군화의 연락은 풍성한, 이 때의 마음으로만 생각하지 말자. 둘이 잡힐 듯 말 듯한 심리전을 하고, 방금 얼굴을 보고 들어왔어도 또 보고 싶어 하던 그 때로 돌아가 생각해 보자. 아니면, 연락이 닿질 않아 걱정되고 답답하던 몇 달 전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자. 그래도 헤어지고 싶은 마음엔 변화가 없을까? 무덤덤함 때문에 둘 사이에 복구 불가능한 금을 냈다가, 두고두고 후회하는 선배 곰신들의 사연이 있다. 그런 후회를 물려받아 똑같이 하지 말고, 위에서 이야기 한 것들을 토대로 '무덤덤함의 시기'를 현명하게 넘기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