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해야 따른다!"
제법 쌀쌀한 날씨임에도 육군부사관학교 후보생들은 매일같이 구슬땀을 흘리며 추위를 잊고 있다. 군조직에 없어서는 안되는 부사관, 훌륭한 부사관이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 각고의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분대 앞으로!"
부사관은 군대에서 장교와 병 사이에 있는 간부이다. 통상 육군의 분, 소대와 같은 규모의 집단을 지휘하며 지휘관을 보좌하여 병사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또한 부사관은 부대의 전통을 유지하고 명예를 지키는 간부이다. 이에 맡은 바 직무에 정통해야 하고,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며 교육훈련과 내무생활을 지도 감독하여야 한다.
하지만 조직의 특성 상, 그 수장의 능력이 부족하다면 제대로 통제가 이루어질 수 없다. 고로 간부들은 병사들에 비해 몇 배의 노력과 희생이 요구된다.
"나보다 부족한 사람을 누가 따르겠는가?"
"사격도 백발백중!"
군인에게 있어 사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문득 현역시절, 아침마다 병사들 보다 먼저 연병장에 집합하여 PRI훈련을 하던 대대간부들이 떠오른다. 간부 전원이 만발을 목표로 매일 아침 연병장에서 PRI훈련을 받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떨린다. 자연스레 병사들의 사격실력도 일취월장할 수 밖에 없다.
사격장 촬영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다른 기수 후보생들이 유격훈련을 마치고 오전부터 복귀행군을 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여 급히 이동하였다.
"오호! 여군 후보생들도 같이 행군하고 있네요!"
"당연하죠! 얄짤없습니다!"
부사관 후보생들은 지ㆍ덕ㆍ체 3개의 덕목을 구비하기 위한 훈련과정을 통해 초급간부로 양성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근본이 되는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갖추기 위한 체력단련과 군사훈련의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특히 여군들이 경우, 기초쳬력이 약하기 때문에 이 시기 착실하게 훈련받지 않는다면 군생활 내내 고생할 것이 뻔하다. 고로 이 악물고 끝까지 버텨내야 한다.
"힘들지 않습니까?"
"괜찮습니다!"
"에이! 완전군장 무겁잖아요!"
"하나도 안 무겁습니다!"
딱 봐도 무거워보이는 완전군장을 메고 묵묵히 걸어가는 여군 후보생, 남자가 메고 걸어도 힘든데, 체구도 훨씬 작은 그녀들이 어찌 힘들지 않겠는가? 그래도 누구 하나 힘들어 하는 기색없이 힘차게 전진하고 있다.
"휴식!"
"고생했어!"
얼마나 걸었을까? 점심시간이 다가왔고 잠시 달콤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비전술 훈련이기에 휴식시간에는 다소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아니나 다를까? 힘들지도 않은지 쉬지도 않고 다시 삼삼오오 모여 앉아서 열심히 대화를 나누는 그녀들을 보니, 천상 민간인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개인화기 및 장구류를 철저히 관리하고, 전우들의 세심하게 챙겨주는 모습에서 훌륭한 부사관으로서의 자질을 엿볼 수 있었다.
"먹을 거 있지?"
"어떻게 알았지?"
식사가 추진되는 동안 각자 가지고 있던 간식류를 나눠먹으며 정답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대화의 내용은 온통 훈련에 관한 이야기 뿐이다. 누가 여자들이 군대이야기를 싫어한다고 하는가? 이들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이야기 소재이다. 그렇게 그들의 전우애는 더욱 깊어만 간다.
"오랜만에 보는 봉지밥!"
삼삼오오 모여 점심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니, 지난날 나의 모습이 아련하게 스쳐간다. 비닐봉지에 분대별로 식사를 수령하여 먹던 그 시절이 말이다. 훈련 중 추진되는 식사이다 보니, 취사장에서 자유롭게 먹는 양에 비하면 턱도 없이 부족하기 일쑤였다. 방금 밥먹고 돌아서면 배고플 나이였기에 더욱 모자란 감이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후임들을 생각하며 수저를 내려놓던 선임들의 모습, 사회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전우애였다.
"출발 5분전!"
"전원 위장을 실시하도록 한다!"
"이제는 화장품 바르듯 익숙해요!"
한창 꽃다운 나이의 그녀들이기에 화장을 하며 예뻐보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군복을 입은 순간, 그 또한 사치가 되어버린다. 자연스럽게 위장을 하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니 천상 군인이 다 된 듯 하였다.
"얼른 복귀해서 쉬고 싶어요!"
오전내내 행군하느라 힘들 법도 한데,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출발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니 든든하였다. 사실 모두가 막내동생 같아 마음 속으로는 무척 불편한 감도 없지 않아 있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그녀들은 모두 강인한 군인으로서의 정신무장이 완벽하게 되어 있었다.
후보생인 그녀들은 아직 모르겠지만, 사실 교육받을 때가 제일 편하다. 현장은 그녀들이 생각하는만큼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수많은 업무와 훈련이 산재되어 있으며 심적 부담감도 엄청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을 회상하며 모두 맡은 바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게 그녀들은 힘차게 전진하며 나의 곁을 지나갔다.
육군부사관 후보생! 아자 아자 파이팅!
posted by 악랄가츠(http://realo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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