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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 어머니와의 갈등, 세 가지 해결법

남자친구 어머니와의 갈등을 다룬 [남자친구 어머니의 질투를 견뎌내는 방법]이라는 매뉴얼을 이미 한 번 발행한 적 있다. 그 매뉴얼에는 남자친구의 어머니와 종교가 다른 까닭에 갈등하는 여자친구를 위한 해결책을 다룬 댓글이 달렸는데, 잠시 소개하자면 이렇다.

남친어머니 : 절은 다녀?

여자친구 : 불공 좀 올려주세요.



센스꾸러기 독자분이 웃자고 남겨주신 댓글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매뉴얼을 출발해 보고자 한다. 곰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매뉴얼이긴 하지만, '고부갈등'이 있을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다리가 덜덜덜 떨리는 독자들도 미리 읽어두어도 좋다는 말을 적어두며, 자, 달려보자.


1. 남자친구를 잡아라


남자친구와는 별 관계 없는 문제로 보일 지 모르지만 어머니-남친-여친의 삼위일체(응?)구조를 이해한다면 남친이 햄버거의 패티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남친이 처세의 달인이라면 몰라도, 대부분 남자들은 이 '고부갈등'의 상황에서 어머니께는 "엄마는 왜 그래?" 라는 이야기를 하고, 여친에게는 "니가 좀 이해해"라는 이야기등을 꺼냄으로 '촉매'역할을 담당한다. 쉽게 말해 양쪽 모두의 감정을 더욱 악화시키며 둘 다에게 미운털을 정성껏 심는단 얘기다. 아래의 사연을 보자.

처음엔 정말 잘 해야지 했는데.. 점점 불편해 지더라구요.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남자친구의 집에 가더라도
부모님께 인사 잠깐 하고 남자친구의 방에 들어가 있거나
얼마 안 있다가 밖에 나온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전... 한 번 가면 다리에 쥐 날 때까지 앉아 있어야 했어요.
면접 보는 것 같은 분위기에서 몇 시간이나 같이 앉아 있는거
그 기분 아시나요? TV도 안 켠 조용한 상태에서..
사과가 다 누렇게 될 때까지... 너무 힘들었어요..
나중엔 약속있어서 간다고 하니까 저녁 먹고 가라고...
오후 1시에 가서 저녁 8시에 나왔어요...
처음이라 그런 줄 알았는데.. 갈 때마다 그랬어요..
나중엔 남자친구한테 이런 거 너무 힘들다고.. 얘기했는데..
부모님이 저한테 관심이 많아서 그런 거라고.. 이해하라고..
어느정도 포기하고 있었는데.. 그 후에 다시 남친 집에 갔을 때
제가 약속 있다고 일어나려고 하자.. 부모님이 잡으셨죠..
과일이라도 더 먹고 가라고.. 그때 남친이 갑자기 막 화를 냈어요.
얼마나 불편해 하는 지 아냐고.. 자기한테 하소연 했다고...
그러니까 그냥 가게 해 주라고......
이것 보다 더 최악인 상황이 있을까요? 이제 전.. 어쩌면 좋나요...


위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는 것과 동시에 상황 전체를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또한, 남자의 경우 여자의 넋두리 마저도 자신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으니 되도록 '한탄'보다는 '부탁'을 하도록 하자. '해결책'을 미리 제시하라는 얘기다. "이러이러한 말을 해 주면 좋을 것 같아."라는 식으로 말이다.

"어머니 정말 왜 그러시지?" 같은 얘기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이야기는 남자친구 보다는 동성친구들과 나누는 것이 좋다. 만약 남자친구에게 그 말을 해 버린다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해 "엄마, 숙희가 엄마 성격 이상하데."따위로 와전하거나 "지금 우리집 욕한 거?"라며 초사이어인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2. 엄마는 외계인?


아이을 낳은 뒤 엄마는 세상을 떠났고, 엄마는 어디있냐고 묻는 아이에게, 아빠가 별을 가리키며 "엄마는 외계인이야."라고 했다는 감동스런 이야기는 훼이크고,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 온 여자>라는 책의 제목과 연관지어 엄마는 목성쯤에서 왔다고 해 두잔 거다. 남자와 여자가 분명 '차이'를 가지고 있듯, 남친의 어머니 역시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그 차이점을 인정하고 나면 한결 편해질 것이다.

우선 남친 어머니, 혹은 남친 아버지의 말에 '확대해석'을 하지 말아야 한다. 아직 긴장의 끈을 바짝 잡고 있는 곰신들의 경우 남친의 아버지가 훈련소 카페 공개편지에,

"훈련 받다가 다쳤다는 얘기 들었다. 몸은 좀 괜찮은지 걱정이 되는 구나. 무슨 일이 생기면 집으로 먼저 연락을 주기 바란다. 여자친구에게만 전화를 했다고 하니 서운하구나."


이런 글을 남겨두셨다고 "남자친구 아버지가 이상하게 질투를 하세요."라고 단정짓는 것은 곤란하다. 잠시 부모의 마음이 되어 본다면 20년이 넘게 키운 아들이 집에는 전화 한 통 안하고 여자친구에게 전화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느낄 수 있는 서운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건 탕수육을 시켰는데 군만두를 생략하고 가져왔을 때 보다 더 큰 상실감이라는 것도 말이다.  

뿐만아니라 2500년 전에 이미 소크라테스가 "요즘 애들은 어른을 공경할 줄 모르고, 구세대 취급을 하며, 버릇도 없고 예의 범절도 모른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 어머니와는 분명 '세대차이'가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직 이쪽에 대해 '아들의 여자친구'라는 정보 외에는 별반 없다는 것을 기억하고, '저 좀 괜찮은 아입니다.'라는 걸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괜히 아버지 어머니 앞에서 "나도 어디서 꿀리진 않어~ 아직 쓸만한 걸 죽지 않었어~"라며 삐뚤어진 마음을 가질 필요는 없다.

사랑을 위해 연애에 대해 공부하고, 남자와의 '다름'을 알아가듯, 남자친구의 아버지 어머니와의 '다름'도 알아가고, 처세에 대해 공부해보도록 하자.

"여자는 많으니까, 걔 말고 다른 애도 만나봐라."

남자친구의 어머니가 남친에게 위와 같은 말을 한 사실을 알고는,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반항심으로 똘똘뭉칠 필요는 없단 얘기다. 물론 속이 상하긴 하겠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걔는 꼭 잡아라. 놓치지 말고."라는 이야기로 바꿀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그대의 어머니도 남친을 보고 난 뒤엔,

"걔는 왜 애가 그렇게 들떨어지게 생겼니?"

라는 쓰나미급 대사를 하실 수 있으니 말이다. 남친이 들으면 운다.


3. 말하지 않으면 몰라


노멀로그에 연재중인 [솔로부대탈출매뉴얼]에서도 늘 하는 얘기지만,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말하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게 사람이다. 자신은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쭈뼛쭈뼛 거리며 긴장타서 손 떨다 집에 간 애' 정도로 생각해 버릴 수 있단 얘기다. 여린마음동호회 회원이라면 어렵겠지만 우리는 좀 더 들이대야 한다.

솔로부대원들에게 소개팅에서 가장 강조하는 사항으로, 상대의 말을 모두 외워버리겠다는 각오로 임하는 집중력과 경청, 그리고 "부활절에 목사님이 오리알을 가져왔어욬ㅋㅋㅋ"따위의 저렴한 개그에도 허파 뒤집어 진 듯 웃어주는 리액션, 상대가 "요태까지 날 미행한고야?"라는 대사를 칠 정도로 상대의 말을 기억해 주는 센스를 꼽는다. 남자친구의 어머니와 소개팅 하는 것도 아닌데 뭐 이리 복잡하냐고 묻는다면, 이게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거니 집중해서 활용하라는 얘기를 대답대신 적어두겠다. 고래와 남친의 어머니를 함께 춤추게 할 수 있는 칭찬과 아버님 댁에 귀뚜라미 풀어드릴 정도의 따스함도 잊지 말길 바란다.

직장도 갓 입사하면 어색하고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본색을 드러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 처럼, 남친의 집에도 계속 부딪혀 아무렇지 않을 정도의 면역을 만들어 놓는 것도 괜춘하다. 음, 그리고 이건 꺼낼 지 말 지 계속 고민되는 이야기인데, 혹시 알아둬야 할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말하자면, 둘 사이에 굳은 믿음이 없거나 그닥 진지한 관계가 아니라면 남자친구의 집에는 좀 더 친해지고, 서로에 대한 단단한 믿음이 생긴 후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이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막상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사랑의 뿌리까지 흔들리는 일이 발생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전 매뉴얼에 달린 댓글 중 곰신에게 소개하고 싶은 댓글이 있어 하나 더 옮기겠다.

남친이 나 만나서 사람됐다는 소리 듣게끔 하세요.
술, 담배 줄이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안 하던 방청소도 하고
돈 생기면 술만 퍼먹던 놈이 저축을 다하는 이상한 풍경!
건실한 청년으로 만들어 놓으면 싫어할 어머님 없지요.
아, 그리고 남친이 나를 공주님으로 떠받든다고 해서
남친 가족앞에서까지 공주행세하는 바보짓은 하지 말자구요.


- [남자친구 어머니의 질투를 견뎌내는 방법]에 달린 댓글 중


곰신뿐만 아니라 남친과 남친의 어머니께도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적어주셨는데, 종합해 보자면 '오빠나 남동생을 가진 여자사람'이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 외에도 남친의 어머니께서 사주를 보고 오신 뒤 헤어질 것을 요구하는 사연도 있었고, 다른 집 며느리(?)와 곰신을 비교해 결국 마음고생하다 헤어진 사연도 있었다.

부대에 새로 들어온 이등병에게 늘 "괴물 없다."고 이야기 해 주는 것 처럼, 남친 어머니와 갈등을 겪고 있는 곰신들에게도 "괴물 없다."는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 지금 당장이야 거대하고 견고하고 꽉 막힌 것 처럼 보일 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남친의 어머니도 여자고, 아내고, 엄마라는 걸 알게 될 거란 얘기다. 악마같던 고참이 면회 온 부모님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는 것 처럼 말이다. 미리 겁먹지 말고, 너무 의미부여를 하지 말고, 차근차근 풀어가다보면 사랑하는 사람의 어머니도 사랑할 수 있을 것이고, 사랑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