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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軍/현장취재 365

육군의 탑 헬리건을 만드는 사람들

 

"육군의 탑 헬리건을 만드는 사람들"

주연을 빛내는 쉐도우맨(조연)들의 아름다운 협연

 

육군 최우수 공격헬기 조종사를 '탑 헬리건'이라고 부릅니다.

지난 10월 5일(월)부터 이번주 금요일(16일)까지 경기도 양평 비승사격장에서는 올해의 탑 헬리건을 뽑는 육군 항공사격대회가 열리고 있는데요... AH-1S 코브라, 500MD, KUH-1(수리온) 등 육군의 헬기가 총동원돼 막강한 화력을 선보였습니다.

 

그런데 육군 최고의 공격헬기 조종사인 탑 헬리건을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는 멋진 조연들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들은 바로 관제사, 무장사, 통신담당관, 정비사 등인데요, 탑 헬리건이라는 주연을 빛내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조연들을 육군 항공사격대회가 열리고 있는 비승사격장에서 만났습니다.

 

 

 

탑 헬리건의 영예를 안겨줄 개인사격 부문에 참여하는 AH-1S 코브라와 500MD 헬기가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며 활주로에서 이륙과 착륙을 반복합니다. 그 옆에는 국내 기술로 개발돼 야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한국형 기동헬기인 수리온(KUH-1)의 모습도 보이고요. 이렇게 활주로에서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는 헬기가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모든 걸 내려다보며 통제하는 이가 있으니 바로 '관제사'입니다.

 

관제사란?

항공교통의 원활한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신속 정확하게 관제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을 말하는데요, 육군 항공사격대회가 열리고 있는 비승사격장의 가장 높은 곳에서 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 매의 눈으로 내려다 보며 원활한 항공교통을 위해 관제정보를 전달하고 있는 관제사 김경진(오른쪽) 중사.

 

육군 항공사격대회는 실전 상황을 가정해 전술적으로 기동하여 실제로 사격이 진행되기 때문에 관제사는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눈으로는 항공기의 위치를 파악하고, 귀로는 무전을 듣는 등 수시로 항공기의 위치를 파악해서 정보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관제사에게는 그 어떤 직업보다 집중력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고요. 또한 항공교통, 관제표준절차와 관련된 내용을 꾸준히 공부해야 하며 영어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게 관제사의 숙명(?)이기도 합니다.

 

 

 

관제사가 근무하면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영어는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Clear to land(착륙허가)와 Clear for take off(이륙허가)라고 하는군요. ^^

관제사는 헬기위치추적체계(HAPS)를 보며 모든 헬기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데요, 날씨와도 연관이 많다 보니 아침에 일어남과 동시에 일기예보부터 확인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때도 현재 위치의 일기만 확인하는 게 아니라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출발하는 곳과 도착하는 곳까지 이동하는 모든 곳의 모든 날씨를 파악한다는군요.

 

다음은 '무장사'입니다.

 

 

 

▲ 언제 어디서나 화기가 100% 정상 가동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1차 목표인 무장사, 소금영 준위

 

차분한 분위기의 관제탑과 달리 활주로에서는 사격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헬기에 화기가 장착되는 작업으로 무척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바로 헬기에 장착하는 다양한 화기를 즉각 사용할 수 있도록 장전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무장사'였습니다. 언제라도 실전에 임할 수 있도록 항상 준비된 상태를 만드는 것이 이들 무장사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죠.

 

 

 

▲ 2.75인치 로켓을 500MD에 장착하고 있는 무장사

 

무장사에게는 크게 두 가지의 자질이 요구된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순간적인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순간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더불어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절차를 준수할 수 있는 침착한 성격도 빼놓을 수 없고요. 화기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긴장도 많이 되지만 무장사들은 보병부대를 지원하는 훈련이 성공적으로 이뤄졌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합니다.

 

▲ 화기 장착이 완료되었다는 것을 수신호로 알리는 무장사. 고마움을 전하는 조종사의 눈빛에서 끈끈한 전우애가 느껴진다.

 

세 번째로 소개할 직책은 '통신담당관'입니다.

 

 

▲ 먼 지역의 교신이 잘 이뤄졌을 때 보람을 느낀다는 통신담당관, 윤성원 하사

 

항공기와 항공기, 항공기와 관제탑이 원할하게 교신할 수 있도록 관련 장비를 사전에 점검하는 일! 바로 통신담당관의 역할입니다.

날짜에 따라서 코드와 주파수가 달라지고 비행장마다 콜사인이 다르기 때문에 제 때 바꿔서 상호 교신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는 게 통신담당관에게 요구되는 센스~라고 할 수 있다는군요. ^^

 

 

항공기가 이륙하기 위해서는 통신담당관의 장비 점검이 반드시 마무리되어야만 합니다.

블랙박스에 모든 운항 정보가 기록되는 것처럼 통신담당관의 점검 내역은 메모리 카드에 모두 저장되고, 여기에 담긴 내용을 최종 확인하고 문제가 없어야 비로소 항공기가 하늘을 날 수 있다고 하니 이들의 점검이 얼마나 중요한지 짐작할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정비사'입니다.

 

 

▲ 테일 로터와 미션 계통을 심도 깊에 점검하고 있는 정비사, 안병찬 상사

 

많은 점검 항목들이 있지만, 건강한 항공기를 위해 정비사는 매일매일 점검을 실시합니다. 아무래도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보니 그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넘어갈 수 없는데요... 검사관과 조장, 조원 등 4~5명이 한 조로 구성되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답니다.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자동차를 아끼듯, 훌륭한 항공 정비사가 되려면 무엇보다도 항공기에 애정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특히 수리온 같은 최신 헬기는 전자장비가 많기 때문에 경험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기능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 해선 안되다는군요.

오전 8시 30분 항공기 일일검사를 시작으로, 야간비행이 있는 날에는 대기 후 늦은 밤까지 정비하며 하루를 항공기와 지내는 정비사... 이들이 있기에 오늘도 육군의 항공기는 하늘을 누빌 수 있는 것이겠죠?

 

 

 

 

한편, 관제사, 무장사, 통신담당관, 정비사 등의 협연으로 한 500MD가 공대공 사격에 참가했는데요, 탑 헬리건을 만들기 위한 이들의 하모니는 무척 아름답게 들렸습니다. 표적이 움직이며 날아가기 때문에 맞추는 게 쉽지 않아 보였지만 명중한 것 같죠? ^^

 

 

한 명의 탑 헬리건을 만들기 위해 뒤에서는 많은 조력자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는 걸 오늘에서야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는 이들의 공로를 인정해 최우수 공격헬기 조종사와 부대를 선정하는 것과 별개로 지난 1년 동안 평가기준을 달성한 무장사, 정비사, 관제사를 선발하고 있답니다.

헬기 조종사가 내미는 엄지 손가락... 탑 헬리건을 만드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고마움의 표시가 아닐까요? ^^ 고맙습니다!

 

탑 헬리건을 만드는 사람들이 꼽은 매력적인 헬기는?

 

UH1H

김경진 관제사: 베트남전에 참가했을 정도로 오래된 장비이지만 둥~ 둥~ 하는 중저음의 묵직한 엔진 소리가 무척 좋다.

 

500MD

소금영 무장사: 코브라의 화기가 더 우수하지만 공중전에서의 기동력과 민첩함이 무척 맘에 든다.

윤성원 통신담당관: 능선을 따라 낮게 날며 야간 작전수행 능력이 무척 뛰어난 점에 한 표!

 

수리온

안병찬 정비사: 엔진이 2개로 UH1H에 비하면 첨단장비가 무척 많이 들어가 있다. 뛰어난 전자 능력에 반할 수밖에 없다.

 

<글/사진: 김남용 아미누리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