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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軍/현장취재 365

15년 전 약속 지킨 전우들의 행복한 만남

15년 전 약속 지킨 전우들의 행복한 만남

밝은병영 속 "다시 만나자!" 약속 이행한 

육군 제15보병사단 38연대 전우들



육군의 선진 병영문화 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아주 특별한 만남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미누리>가 강원도 최전방까지 한걸음에 달려갔습니다.


따스한 햇볕이 산비탈에 쌓인 눈을 녹이던 지난 8일, 화천에 위치한 15사단 38연대에서는 15년 동안 손꼽아 기다려 온 행사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전군유일! 민통선 안에 위치한 38연대는 산세 험하기로 유명한 적근산에서도 비탈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야 다다를 수 있었는데요...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에 모여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대체 이곳에서는 무슨 행사가 열리는 걸까요?



▲ 15년 전 38연대장을 역임한 박종선 예)중장(왼쪽)과 현 15사단장 최영철 소장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시선을 돌려 전적비를 바라보니 현수막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38연대 새천년 전우 만남의 날 행사"


이날 행사는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2000년 1월 1일, 38연대장으로 재임 중이던 박종선 대령(예비역 중장, 現 상명대학교 교수)과 장병들이 나눈 약속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당시 38연대 장병들과 박종선 대령은 새 천년의 첫 일출을 함게 바라보며 승리부대의 해인 15년 3월 8일(15사단 38연대) 다시 만나 전우애를 나누자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15년의 세월이 흐른 지난 3월 8일, 그 때의 약속을 잊지 않고 있던 전우들이 옛 추억을 찾아 다시 모인 것이죠. ^^



재회의 기쁨을 만끽한 전우들이 처음 향한 곳은 금성지구전적비. 금성지구는 6·25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수많은 선배 전우들이 산화한 곳이었습니다. 









참석자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전적비에 헌화하며 선배 전우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렸고, 조국수호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후배 장병들의 안전과 완벽한 임무수행을 기원했습니다. 전적비 참배를 마친 참석자들은 시종일관 회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다시금 삼삼오오 모여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찍으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 15사단 38연대 새천년 전우와 가족들이 15년만에 만나 금성지구전투 전적비 참배를 마치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새천년 38연대와 인연을 맺었던 많은 사람들과 그 가족들이 한데 모였습니다. 

남녀노소가 두루 모인 모습에서 밝은 병영, 선진 병영, 진정한 전우애를 느낄 수 있어서 취재하는 내내 기분이 좋았습니다. ^^


기념촬영을 마친 전우들과 가족들은 38연대 본부로 이동했습니다. 연대 본부에 도착한 38연대 전우들은 부대 시설물 곳곳을 둘러보며 각자 저마다의 추억을 쏟아냈는데요~




부대를 둘러보던 전우들의 발걸음이 일제히 멈춘 곳이 있었으니...

그곳은 바로 '수사불패 무적번개'라는 글귀가 새겨진 기념비 앞이었습니다. 기념비는 박종선 예)중장이 연대장 재직 당시에 부대 혼을 바로 세우고, 전우들의 자긍심 고취를 위해 세운 것으로 15년째 변함없이 우뚝 서있었습니다. 기념비 앞에 모인 전우들은 비석에 새겨진 이름들을 보며 추억에 잠겼고, 현장에서 출석체크(?)를 하며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전우들에게 전화로 안부를 묻는 등 훈훈한 장면들이 끝없이 펼쳐졌습니다. 




기념비 앞에는 특별한 손님도 초대되었습니다. 바로 비석을 세울 당시 큰 도움을 주었던 인근 농장주 부부였습니다. 박종선 예)중장은 재직 당시 인연을 맺었던 민간인들과도 꾸준히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는 모습을 통해 이날 만남을 더욱 의미있게 만들었습니다. 





강당으로 이동한 참석자들은 근무 당시의 추억이 담긴 동영상을 시청하며 감회에 젖었습니다. 옛 전우들의 앳된 모습과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약하고 있는 그들의 현재 모습이 교차하는 영상은 부대와 인연을 맺지 않은 사람에게도 잔잔한 감동과 뿌듯함을 안겨주었습니다. 



▲ 못다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재회의 기쁨을 만끽한 옛 전우들


▲ 당시 제7대 연대 주임원사였던 이문수 예비역 원사


오찬장에서 만난 이문수(예비역 원사) 씨는 당시 제7대 연대 주임원사로, 1973년 맹호부대원으로 월남전에 참전했습니다. 2000년 3월에 전역하기까지 긴 세월을 38연대를 위해 헌신한 분인데요. "옛 전우들이 세월이 지나도 서로를 잊지 않고 찾아와서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오늘 행사에서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꽃필 수 있엇던 배경에 대해 "연대장님 이하 모든 장병들이 서로 가족과 같은 전우애로 똘똘 뭉쳤기에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함이 없는 것"이라며, "세월이 지나도 나라를 사랑하고 전우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치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조국을 위해 평생을 바친 이문수 예비역 원사는 손자 또한 육군장교로 복무중이라며 손자 얘기로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


장병들과 오찬을 함께한 일행은 사단의 승리전망대로 이동하여 전방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습니다.




박종선 예)중장과 전우들은 각자 15년 전 근무 당시 투입되었던 GP·GOP의 상황과 경험을 이야기하며 완벽한 경계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후배 장병들을 격려하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예전과 비교해 놀랄 만큼 좋아진 전방지역 근무 여건에 놀라면서도, 뿌듯하고 든든하다고 말하는 참석자들도 있었습니다. ^^





15년 전 약속으로 이날 행사를 주관한 박종선 예)중장은 "지난 15년간 한 순간도 잊어본 적 없는 자랑스러운 전우들을 다시 만나게 되어 한 없이 기쁘다"며, "지난날 우리가 약속을 맺은 것은 15년 뒤 다시 만나는 날에 서로가 떳떳하고 당당하게 만날 수 있도록 현역은 현역대로, 예비역은 사회에서 각자 바르게 살자는 굳은 다짐이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2000년 당시 연대 초급간부(하사, 소위)였던 남편을 따라 행사에 참석한 가족들은 이번 행사가 "남편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고있는 자신들에게도 뜻 깊은 행사"라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자신들도 사회생활을 오래 해왔지만 옛 동료들을 만나는 행사는 흔치 않다"며, "오직 뜨거운 전우애로 똘똘 뭉친 군인들만이 이런 행사를 여는게 가능한 것 같아 군인가족으로서 자랑스럽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38연대 박훈철 상병과 정현영 일병은 "선배님들께서 옛 약속을 잊지 않고 다시 만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며, "우리도 먼 훗날 전우들을 다시 만날 순간을 위해 지금 이 시간 곁에 있는 전우를 더 아끼고 사랑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조국수호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과 전우에 대한 뜨거운 사랑으로 다시 만난 38연대 장병들!

15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재회한 이들의 모습은 군 생활을 하는 장병들에게는 뜨거운 전우애의 표상이 되었고, 우리 군이 지향해야 할 선진병영의 모습으로 국민들에게도 잔잔한 감동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5사단 38연대 전우들의 멋진 모습! 앞으로도 30년, 40년 쭉~~ 이어지길 소망합니다!


<글/사진_ 육군 블로그 아미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