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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軍/AmiGo가 간다!

AMIGO의 검은 베레 도전기






 특전요원이 되기 위한 수행요소들을 내가 과연 다 해낼 수 있을까?


 나에게 있어 최대의 적은 ‘나’일 뿐이라는 점을 수없이 되뇌였지만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내내 설렘과 긴장감이 섞여

스스로를 다잡는 데에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특전캠프 입소 후 처음 시작된 제식훈련.

3박 4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나마 군인이 되기 위해

우리는 그것을 통해 스스로가 절제된 모습을 갖추어 갈 수 있었습니다.


 나만 잘해서 우리 훈육대의 모습이 갖춰지는 것이 아니라

다함께 호흡을 맞춰야 그 모습을 제대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걸 다시금 일깨워주는 훈련을

군인이 되는 과정에서 배우게 된 것입니다.


 첫 날 예정되어 있는 야간침투훈련은

이름만 들어도 ‘나는 지금 이곳에서 만큼은 군인이다’라는 마인드를 가슴에 박히게 만들었습니다.

교육생 전원은 가상 전투준비태세훈련으로

군장을 결속하고 야간에 전투를 나가는 복장으로 무장한 뒤 유서를 작성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물론 훈련을 전제로 하는 가상의 유서이지만

사랑하는 이들을 생각하며, 부디 담담하게, 살기 위해 죽을 것을 각오하고 써내려간 내 글을

전우들 앞에서 읽는데 큰 목소리로 침착함을 보이려 해도 뜻대로 안되고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마지막 나의 유서 낭독이 끝나고 야간 우중(雨中)에의 야간침투훈련(행군)이 시작되었습니다.

약 6kg정도의 군장과 전투조끼, 철모, 우의까지 입고 8km의 행군을 시작했습니다.


 하야우중(夏夜雨中)에,

그 어두운 산속에서 이런 훈련을 경험해보지 않은 어떤 이가 나에게

훈련 중에 무슨 생각이 들었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확실히 대답할 수 있습니다.

“내가 각오한바 그대로를 사회에 돌아가서도 죽기위해 살 것이라 가슴속에 다시 한 번 새기고 돌아왔다.”

내가 밟은 험한 길은 나를 낳아주고 키워주신 부모님의 은혜에 비하면,

나를 이만큼 성숙하게 해준 사람들의 은혜에 비하면

그들의 반도 못 따라가는 것이기에.

스스로에게 더욱 엄격해지고 남에게는 관대해지도록 하자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빠~ 바빠빠빠’ 소리와 함께 눈을 뜬 다음날

신속하게 모포와 포단을 정리하고 아침점호를 하기 위해 운동장에 집합했습니다.

아침이라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법도 한데 모두 우렁찬 함성을 질렀습니다.


 아침식사를 하고 나서 열을 이뤄 ‘하나 둘 셋 넷’ 구호에 맞추어 구보를 했습니다.

발이 틀려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그러면서 우리 훈육대는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식사 후, 화생방 체험 장소로 이동해 화학장교님께 화생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진 뒤

정화마스크를 착용하고 가스실로 들어갔습니다.

사실 특전캠프 목적이 화생방 체험인 친구들이 많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에

궁금하면서도 떨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정화통을 제거하고 군가를 부르는데

한 소절 부를 때마다 제 의지와 상관없이 눈에서 눈물이 앞을 가리면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가스실을 나와 선풍기 바람을 맞을 때만큼 상쾌한 적도 없었습니다.

물로 얼굴을 헹군 뒤 모든 친구들의 체험이 끝날 때까지 앉아서 기다리는데 정말이지 홀가분했습니다. 


 ‘화생방도 끝났겠다.’ 슬슬 배가 고파집니다.

다음 일정은 생존체험이라 할 수 있는 야전취사입니다.

땅을 파고 그 안에 비누같이 생긴 고체 연료에 불을 붙여 장작들을 태워 밥을 지었습니다.

방송으로만 보던 반합에 지어먹는 밥맛이 궁금해 모두들 동그란 눈으로 장작이 타는 걸 지켜보았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밥물이 반합 바깥으로 흘렀고 뚜껑을 열자 김이 모락모락 하면서

먹음직스러운 하얀 밥이 완성되었습니다.

야외에서 땀 흘리고 먹는 밥이어서 그런지 반합에 직접 밥을 지어서 그런지 몰라도

세상 어디에도 없는 맛있는 밥이 완성되었습니다.


 배를 채우고 나서 개인 반합들을 깨끗하게 씻고 보트도섭훈련을 했습니다.

보트도섭은 200~250Kg이 되는 보트를 동료들과 함께 들어 이동하는 훈련으로 협동심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다른 훈육대와 경기를 펼쳤는데 우리는 속도보다는 협동심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비록 결과는 패배로 끝이 났지만 다함께 노력했던 경기라 아쉽지 않았습니다.


 보트도섭훈련이 끝이 난 다음 실제로 보트를 물에 띄어 전진하는 체험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질 수 없었습니다.

5판 3선승제로 진행된 경주의 결과는 아깝게 3:2로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각 훈육대에서 선발된 정예대원들의 경주를 통해 역전할 기회를 주었고 우리는 해냈습니다.

훈육관님은 결과가 무승부라도 대원들이 기뻐한다면 승리한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낮에 체력소모가 많아 배가 고프던 찰나

저녁식사 메뉴에 모두들 환호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진짜 사나이’로 시청자들에게 맛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키던 군대리아입니다.

군대리아는 취향에 따라 먹는 방법이 달랐습니다. 

버거에 우유를 부어 먹는 친구도 있었는데 각자 주어진 재료를 잘 활용해 만들어 먹는 모습은

메뉴 한 가지에서 여러 음식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은 창의성을 자극합니다.


 다음은 소강당에서 안보/대적관 교육을 받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안보와 관련된 영상들을 몇 개 본 다음 장교님께서 그에 대한 설명들을 해주셨습니다.

설명을 들으면서 우리나라에 대해 제 자신이 모르고 있었던 사실들이 들어날 때마다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라 졸릴 법도 한데 모두들 열의를 가지고 교육을 받았습니다. 


 교육이 끝나고 나서 생활관에 들어가 부모님께 편지를 쓰고 목표를 작성했습니다.

바쁜 일상에 치여 목표를 망각하고 사는 경우가 많은 우리들에게 이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제 목표는 쑥스럽지만 유능한 장교가 되는 것인데 그에 대한 계획을 장기적인 시점에서 큰 틀로 잡아 세워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야전숙영을 하러 운동장에 집합했는데 1인용 텐트가 교육생 수에 맞게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야외에서 잠을 잔다니 새롭고 신기했습니다.

각자의 포단을 텐트 바닥에 깔고 잠을 잘 준비를 했는데 답답하긴 했지만 편안하고 아늑했습니다.

하지만 경계근무를 서야 되기 때문에 깊은 잠을 잘 수는 없었습니다.

제가 경계근무를 서야할 시간은 1:00 ~ 2:00 AM으로 졸릴 시간대이었지만

동료들의 안위가 직결되는 일이기에 정신을 바짝 차렸습니다.

지나가지 않을 것만 같았던 한 시간이 지나고 다음 조와 경계근무 교대를 한 다음 꿀맛 같은 잠에 빠졌습니다. 






 국방부의 시계는 누가 느리게 간다고 하던가요?

저희에게 주어진 4일의 반은 어떻게 지냈는지도 모르게 후다닥~! 지나가 버렸네요.

드디어 열혈청춘 아미고 기자단에게도 어김없이 밝아온 사흘째 아침!

기상나팔소리와 함께 오늘의 일정은 과연 무엇일까요?

검은 베레를 쓸 자격을 갖추려면 특공무술, 공수지상 훈련 및 낙하산 메고 경주와 더불어

유격훈련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뜨거운 날씨에는 살짝 미쳐야 인생이 즐거운 겁니다, 여러분!!” 


 “33번 교육생 최고운 강하 준비!” 라고 외쳤는데 11m 상공에 있는 제 발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죽음이라는 단어 앞에 나약해진 제 모습을 보았던 것일까요?

하지만! 저를 포함한 180여명의 교육생들 전원 공수지상훈련 

그리고 레펠 체험도 모두 안전하고 멋지게 해냈답니다! 짝짝짝 :)


연예계에 크레용팝이 있다면, 우리에겐 군대용팝이 있다?!


 빱빠빠빠 빠빠빠빠~ 크레용팝보다 10배는 귀엽고!

크레용팝보다 100배는 더 용감한! 여기 군대용팝이 등장했습니다!

3일간의 짧았지만,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나의 주변 사람들을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특전캠프 훈련 마지막엔 180여개의 촛불과 함께,

그리고 개개인을 단단하게 만들었던 그 시간들을 회상하며 그 의미를 하나하나 새기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해가 뜨고 기상나팔 소리가 울렸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점호를 위해 밖으로 나가는 중에

먼저 일어나 계신 훈육관님의 뒷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에 잠겨 계신지 궁금했습니다.

혹시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시는 건 아니었는지.


 아침을 먹고 입소 시 지급받은 전투복, 베레모, 요대, 군장, 우의 등.. 

내 땀이 묻어있지 않은 게 없는 장비들을 모두 정리하여 반납했습니다.

이 장비들은 다시 다음 입소자에게 지급될 것이며, 그 입소자는 다시 자신의 땀을 묻힐 것입니다.

그렇게 군대는 돌아갑니다. 선배 전우들이 그랬듯이.

다만 선배 전우들은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지금의 우리보다 더 많은 피와 땀을 흘렸을 뿐입니다.


 장비 반납을 하고 퇴소 준비를 하였습니다.

수료증, 인증서, 캠프 활동영상CD를 봉투에 담아 주시고 훈육관님께서 인식표(군번줄)을 한명한명 목에 걸어주실 때

비로소 끝이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퇴소식에서 여단장님께서는 우리가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모든 과정을 마치고 퇴소하게 됨을 축하해 주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무척 기분이 좋았습니다.

‘나’ 보다는 ‘우리’가 무사히 모두 퇴소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기쁨이었을까요?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편안한 집을 떠나 얼굴도 모르는 처음 보는 사람과

이 무더운 여름에 같이 땀을 흘리고, 같이 고생하며, 같이 웃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훈련을 하고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단결’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