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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軍/현장취재 365

살아 움직이는 야전교범, 육군 훈련부사관!

“훈! 련! 부! 사! 관! 훈련부사관! 훈련부사관!”

아침 05:00, 다른 이들은 아직 한창 단잠의 달콤함에 빠져있을 이 때, 80여 명이 내지르는 떠나갈 듯한 뜀걸음 구호가 이른 새벽을 깨우고 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들이 향하고 있는 곳은 평지가 아닌, 해발 300 여m의 깎아지른 듯한 산의 정상. 보통사람들은 걸어서 올라가기도 벅찬 지형을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뜀걸음으로 단숨에 올라 아침점호를 받는 이들은 육군부사관학교 훈련부사관 양성반 교육생들이다. 

 

신병 및 부사관 양성을 위한 전문화된 교관을 육성하기 위해 미군의 ‘Drill Sergeant School’을 벤치마킹한 ‘육군 훈련부사관’ 제도가 2000년 7월 처음 도입된 이후 13년을 맞은 올 해, 이 과정을 수료한 훈련부사관들이 드디어 2000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23일 육군부사관학교 종합훈련장에서는 훈련부사관 양성반 교육생들의 각개전투훈련 중 전술기동교육이 한창이었다.

 

 

훈련부사관 양성반 교육생들은 육군 신병과 부사관후보생들의 ‘살아있는 야전교범’이 될 이들인 만큼, 선발과정부터 매우 까다로워 육군본부에서 임관 후 3(여군)∼4년 차를 맞은 부사관 중에서 근무평정과 교육성적이 모두 중상 이상이며, 체력검정 2급(3km 달리기 1급) 이상의 자원들 중에서 가려 뽑는다. 경쟁률도 높아서 남군의 경우 약 3:1, 여군은 6:1을 상회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현장은 그간 보아 온 일반적인 신병훈련소의 각개전투훈련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주요 교육내용은 ‘훈련병들이 쉽게 범하는 오류’와 ‘시범을 보일 때의 유의사항’, ‘알기 쉽게 설명하는 법’ 등 전투방법을 교육하는 것에서 더욱 심화되어 이를 잘 가르칠 수 있는 기법을 전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들이 수료하여 야전으로 배출되면, 당장 신병과 부사관 후보생들의 교관이 되어 그들을 정예 전사와 전투 전문가로 키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교관 즉, ‘훈련부사관’이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훈련부사관’이란 육군훈련소와 사단 신병교육대대, 부사관학교, 특전교육단 등에서 신병교육과 부사관 양성교육을 전담하는 전문화된 교관 및 훈육관을 말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부터 잠자리에 들 때 까지 신병․부사관 후보생들의 일과를 통제하고 병영생활을 밀착 지도하는 ‘담임선생님’과 같은 존재들이다. 이 때문에 ‘군인 만들기의 조련사’, ‘살아 움직이는 야전교범’, ‘전사들의 멘토’ 등과 같은 다양한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이번 교육생들은 각 사단과 수색대나 특전사등 35개부대에서 지원, 3대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현역 부사관들 80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야간 전술기동 간 적 조명탄 낙하시에는 신속하게 복지부동자세를 취해야 하는데, 엎드릴 때는 반드시 손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훈련병들은 ‘지면 확인!’하면 손가락으로 몇 번 눌러보고 마는데 손바닥 전면으로 누울 장소를 정확하게 확인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관의 설명을 놓치지 않기 위해 숨소리조차 죽인 채 집중하고 있는 교육생들과 교육현장은 진지했다.

 

 

 

 

고지 아래 전술보행중 엄폐와 화학전에 대처하는 훈련중인 교육생들!

총 12주의 훈련과정중 10주째 훈련중인 교육생들은 우중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훈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 날 훈련은 각개전투훈련 과정만 예고됐고, 고지 점령까지의 시나리오와 분대장 등의 역할은 교육생들이 편성해 스스로 운영하고 있었다.

 

 

 

 

 

훈련부사관 교육생들의 교육은 전투방법을 교육훈련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를 잘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을 전수하는 내용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교육생들의 훈련과정은 역시 신병훈련소와는 달랐다.

모든 과정을 훈련부사관로서의 완벽함을 요구하고 있엇다.

그들은 이후 훈련생들의 멘토이자 교범(FM)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낮은 포복과 약진을 이어가고, 분대별로 돌격조와 엄호조로 나뉘어 곳곳에 잠복한 대항군에 응사하며 산등성이와 외나무다리를 내닫고 철조망을 통과한다.

훈련 하나 하나가 그 방법과 강도는 신병훈련소와의 훈련과정과는 차원이 달랐다. 

 

 

 

 

 

 

 

 

 

 

 

교육생들은 모든 훈련과정을 완벽하게 숙달할 수 있도록 반복교육한다.

또한 각각의 직책과 임무등을 번갈아가며 수행하며 훈련부사관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며 겪게 될 다양한 상황등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도 배양해야 한다.

 

 

 

 

부사관학교 훈련부사관 과정을 전담하고 있는 전금택 원사(45세)는 “훈련부사관은 육군의 얼굴이며, 표본인 만큼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교육생들은 과감히 퇴교시키고 있다”며, “평균 약 10% 정도의 교육생들이 중도에 하차하고 있다”고 하니 훈련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생들중에는 훈련부사관이 되고 싶어 육군 대위 전역 후 재입대하여 부사관으로 임관한 교육생(중사, 34세)도 있다.  “부사관 양성과정에서 만났던 훈련부사관을 통해, 선망해왔던 훈련부사관에 대한 꿈이 더욱 커졌다. 내가 만나고 가르치게 될 후배군인들도 나를 보며 꿈을 키울 수 있는 멋진 훈련부사관이 되고 싶다”며, “육군의 강한 전투력이 바로 내 손끝에서 나온다는 자부심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아니 눈을 가리고 뭘할려고?

 

 

눈을 가린채 개인화기 분해조립 평가를 하는 장면이다.

 

 

2분이내에 분해조립을 마쳐야 합격!

 

 

그러나 교육생들은 대부분 1분 초반대에서 30초대에 모두 분해조립을 완벽하게 마치고 있었다.

 

 

이들은 개인화기, 각개전투 등과 같은 병 기본과목들에 대하여 ‘완벽히 숙지’하는 것을 넘어 ‘교관’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달인’ 수준의 전문성과 교수법을 익혀야 하고, 교육생들의 훈육까지 도맡아 하기 때문에 군사 지식에 관해서는 ‘만물박사’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교육 성적이 부진한 교육생에 대한 처분은 단호할 수밖에 없다. 수시로 이어지는 평가와 측정을 통해 80% 미만의 과목에 대해서는 단 한 번의 재평가 기회를 부여한다. 만약 이때에도 불합격하면 가차 없이 퇴교시킨다. 이처럼 엄격한 교육체계를 견디기 위해서는 심야 자율학습은 물론 주말 외박마저 반납한 채 과목 연구에 매진하는 교육생들이 대부분이다.

 

 

훈련부사관 양성반 교육생들은 12주의 짧지 않은 기간동안 교육생들은 ‘최고 중의 최고’로 거듭나기 위한 혹독한 담금질을 견뎌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고생의 결실은 달다.

육군 인사관리 규정에 의거하면 훈련부사관은 100% 장기 복무에 우선 선발되며, 진급 대상자의 경우 결격사유가 없는 한 상위계급으로 우선 진급이 보장된다. 실제로 2011년과 2012년 임명된 훈련부사관 중 장기선발 대상자 전원이 장기복무에 선발되었다. 뿐만 아니라 해마다 ‘올해의 훈련부사관’ 18명을 선발․포상하고, 시간외 근무수당도 GOP 및 해․강안과 같이 특수지역 근무자와 동등하게 높은 액수를 지급한다. 또한 보직 만료 시에 각종 군 위탁교육 및 해외파병 시에는 우선 선발 되는 등 다양한 혜택을 보장받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것은 바로 스스로가 ‘훈련부사관’이라는 최고의 자부심과 자긍심

이다. 훈련부사관 교육을 수료하면 황금색 버클이 번쩍이는 벨트를 착용하고 황금색으로 빛나는 훈련부사관 휘장은 자격장으로, 보직 만료 후에도 왼쪽 가슴에 영구 패용된다. 한편, 차후에는 ‘한 번 훈련부사관은 영원한 훈련부사관’이라는 차원에서 보직 만료된 훈련부사관을 야전부대 교육훈련 담당관 및 교관으로 보직, 병개인 훈련을 강화하고 전투형 강군 육성에 기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육군부사관학교는 최근들어 장차 신병 양성과 부사관 훈육을 전담하는 전문 교관이 될 훈련부사관 교육생들을 조련하는데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훈련부사관이 신병과 부사관 양성교육과 병 기본과목의 ‘달인’이 되어야만 ‘전투력 창출’의 주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육군부사관학교장(소장 신만택)은 “훈련부사관이야말로 전투형 강군 육성의 주역이요, 전투력 창출의 초석이며, 모든 부사관들이 흠모하는 ‘Best of Best’이다”며, “앞으로는 훈련부사관 교육인원을 더욱 확대하여 야전으로 배출, 육군전투력 향상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육군의 전투력과 미래는 바로 이들에게 달려있다!

 

<글/사진 임영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