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들이 이별하는 이유를 세보자면, 한국에 살고 있는 애완견 숫자보다 많고 다양하겠지만 곰신들이 보내온 사연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남자친구의 말"때문에 이별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해남에서 철원까지 가는 면회길도 멀지 않게 느끼게 했던 '사랑'이, '말 한 마디'로 인해 '이별'로 변하는 것,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까닭에 노멀로그에서는 커플부대원을 위해 "솔직하다고 다 좋은 게 아닙니다."라거나 "나에게 아무렇지 않은 말이라고, 상대에게 건네기 전엔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꼭 생각해 보세요."라는 얘기를 하지만, 그 '실수'는 어익후, 하며 유리컵을 놓치는 것처럼 순식간에 일어나기에 많은 커플들이 깨진 유리컵을 사이에 두고 머뭇거리게 된다.
"유리컵이 깨졌다면, 다시 붙인다고 해도 사용할 수 없는 거 아닌가요?"
종종 위와 같은 질문을 하는 곰신들이 있는데, 유리컵이 깨졌다면 순간접착제든 만능테잎이든 뭘로 붙이든 간에 당연히 다시 사용하기 어렵다. 늘 주의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만, 살면서 뭔가를 깨뜨리거나 떨어뜨린 적 없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이번 매뉴얼에서는 깨진 유리컵을 부여잡고 "붙일 수 있나요? 없나요?"를 물을 것이 아니라, 깨끗이 치우고 새 컵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 예정이다. 꼭 그게 '새로운 사람'일 필요가 없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남자친구의 말 한 마디로 인해 이별을 결심하게 되었다는 사연들, 도대체 남자친구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인지, 그리고 깨진 컵 같은 둘 사이에 가능성은 남아있지 않은 건지, 사과하는 남친을 받아줘야 하는 건지, 함께 살펴보자.
어떤 상황이 지나고 난 후 다시 생각해 보니 화가 나거나 적절하지 대처하지 못한 것에 억울함이 피어오르는 것은 당신만의 특징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후회를 하기 마련이고, 연인인 곰신과 군화 사이에서도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평소 대화를 많이 나누는 커플이라면 이러한 문제에 대해 감정을 꺼내 서로 맞춰보고 부탁이나 약속 등의 방법을 통해 해결하겠지만, 속으로 삭히거나 품고 있을 경우 피로도는 계속 축적되고 상대와의 대화에서 자신이 불쾌했던 부분을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한 예를 보자.
군화 - 오래 사귀어서 지겨워졌나보네.
곰신이 도시락을 싸 5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간 면회에서 나눈 대화 중 일부다. 면회 중간 중간 군화의 고참과 후임들도 면회객실을 다녀가고, 군화는 군생활에 지친 얼굴로 "피곤하다."라는 말만 반복하는 까닭에 그 자리에서 "오래 사귀어서 지겨워졌나보네."라는 말에 대한 불쾌감을 표현하진 못하고, 집에 돌아오는 순간부터 일주일이 지나도록 곰신은 군화의 저 말을 되새김질했다.
'그럼, 우리도 오래 사귀어서 지겨워질 수 있단 얘기잖아? 지겨워지면 헤어질 수 있을 거고.'
혼자서 남친의 말을 계속 부풀리다 보니, 위와 같은 생각까지 들게 되었고 결국 곰신은
'어차피 헤어질 거라면, 차라리 지금 헤어지는 게 좋을 거야.'
라는 다짐과 함께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했다. 도대체 왜 헤어지자는 거냐고 묻는 군화에게는 "힘들어서."라는 말만 되풀이 했고, 곰신의 마음을 돌리려 며칠간 밤낮 가리지 않고 전화를 걸어대던 군화는 결국 "내가 군대에 있어서 당장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고, 이렇게 계속 붙잡는 것도 내 욕심인 것 같다. 잘 지내."라는 편지를 마지막으로 연락을 끊었다.
이 사연을 보낸 곰신은 군화를 그리워하고 있었고, 군화 역시 여전히 곰신에게 자신의 일상을 일기처럼 적어 편지로 보내는 중이었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곰신은 남의 연애 얘기를 꺼내고, 군화는 그 얘기에 별 생각 없이 댓글 다는 기분으로 한 마디를 던지고, 곰신은 그 한 마디에 둘의 사랑을 의심해 이별을 고하고, 군화는 도대체 이유가 뭐냐고 묻고, 곰신은 그 물음에 엉뚱한 대답을 하고, 다시 군화는 그 엉뚱한 대답이 진심이라고 생각해 미안해서 말을 잇지 못하고, 군화가 말이 없으니 곰신은 다시 돌아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요약하자면, 별거 아닌 일로 별거하는 중 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동안 이모티콘에 검은색 하트 이모티콘을 찍어서 보내더니, 이제는 하얀 테두리만 있는 하트 이모티콘을 보냈다고 "너, 변했어."라며 이별을 말할 생각인가? 별거 아닌 일로 실망을 했더라도, 그 실망을 품어 이별로 키우지 말고 즉시 상대와 해결하길 권한다.
앞에서 한 이야기가 '상대의 실수'를 증폭시켜 이별행 직행열차를 타는 거라면, 지금 할 이야기는 그 중간에 있는 몇 개의 간이역을 더 들리는 것이 되겠다.
상대의 말실수가 자신에게 상처가 되었을 때, 그 상처를 위에서 이야기 한 방법대로 푸는 것이 아니라 '복수'의 개념으로 상대의 약점을 건드리거나 더 심한 상처를 주기 위해 아픈 부분을 건드리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 이런 행위는 곳 '누가 이기나 배틀'이 되어 버리고, 그간 섭섭했던 점과 불만이었던 부분들을 하나라도 더 끄집어내 상대에게 던지려 노력하게 된다.
서로에게 상처를 내기 위해 꺼낸 말들은 '그동안 그랬다 이거지?'라거나 '그래, 그게 네 진심이었구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결국, 만신창이가 된 둘에게 이별이 찾아온다. 둘을 지탱해주던 든든한 기둥이 뽑혀나간 후라 이별을 이야기 한 뒤에도 더 심한 말들로 상처를 내는 일에 열중한다. 이런 상황까지 치달았다면, 훗날 서로를 다시 찾더라도 '뿌리 잘린 나무'가 되어 금방 시들고 만다. 그런 까닭에 커플부대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이, 갈등이나 다툼으로 인해 잠시 떨어져 있게 되거나 이별을 말하더라도 '복구불능'의 상태를 만드는 '막말'이나 감정 하나에만 의존한 말을 하지 말라는 거다.
이런 상황에 처한 곰신이 있다면, 빨간약 바르듯 가벼운 사과만 할 것이 아니라 진심을 꺼내 보여주길 권한다. 상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그간 자신의 심경변화와 솔직한 마음을 설명해 주는 것이다. 그래야 상대도 자신의 진심을 꺼내 보여줄 것이고, 잘려나간 곳에 새 뿌리가 돋을 수 있을 것이다.
무작정 '나 화났어.'모드로 있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오죽하면 연애중인 남자들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으로 꼽은 것이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겠는가. 그럴 땐 가르쳐줘야 한다.
남자친구의 말실수로 갈등이 벌어진 상황, 대부분의 남자들은 "장난이었어."라거나 "뭘 그런걸 가지고 그래."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넘어가려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바로 이때, 입장을 바뀌었다면 상대에겐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 생각해 보라고 권해주자. 사람은 자신에게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하기 마련인데, 그러한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냥 덮고 넘어가거나 선물, 식사 따위로 마음을 풀지 말고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문제, 선물, 화해, 문제, 선물, 화해의 리사이클이 계속 되다가 둘 다 지칠 것이다.
역지사지라는 힌트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바꿔도 '문제인식'을 힘들어 하는 경우도 있다. 물고기가 새에게 "물에서 오래 있는 게 뭐가 힘들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상황이라면 비슷한 상황 중 상대가 어려워할 만한 예를 들어서 설명해 주자, 다시 물고기를 예로 들자면 "네가 물 밖에서 하루를 버티기 힘든 것과 같은 거야."라고 말해주는 거다. 단, 인신공격이나 자존심을 치명적으로 건드리는 예는 피하는 것이 좋다.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단순히 전화기를 꺼 놓는 다거나 쉽게 이별을 말한다면, 당신이 상대의 한계를 그어버린 것처럼 상대도 당신의 한계를 긋게 된다. 그렇게 되면 둘이 헤어져도 이상할 것 하나 없는 상황이 마련되고, 그렇게 이별이 된다. 둘의 사랑이 말실수 하나 때문에 서로의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사이로 변하길 원하는가? 그게 아니라면, 가르쳐 줘야 할 건 가르쳐 주자.
사과하는 남자친구를 받아줘야 하는지를 묻는 메일도 많이 왔다. 둘 사이의 근본을 흔들만한 말실수를 한 것이 아니라면 되도록 받아주는 것을 권한다. 상대에게 사랑받고 싶고, 자신만 바라보길 원하는 까닭에 자신이 상상했던 연애와 괴리감이 드는 말을 상대가 했을 땐 감정이 상할 수 있겠지만 사랑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지, 다 만든 것을 나눠 가지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다시 만난다면, 위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그 '사과'의 과정에 반드시 갈등이 되었던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길 권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 번 넘은 선은 또 넘기 쉬워지고, 결국 별로 다르지 않은 문제로 다시 둘의 사이가 벌어질 것이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 보면 접착력이 떨어진 테잎처럼 다시 붙기가 어려워질 것이고 역시 이별이 될 테니 말이다.
둘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면, 그 문제를 둘이 합께 푸는 것이 더 빠르게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곧 혼낼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어서 답을 구하라고 재촉하지 말고 함께 풀어보자. 좋은 일에만 기쁨을 느끼며 함께 하는 것이 연인이 아니라, 나쁜 일이 생기더라도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이 연인 아닌가. 잘 풀어 나가며 둘의 예쁜 사랑 계속 만들어 나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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