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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軍/현장취재 365

카투사에도 전투병이 있다

글 / 사진 : 강원대 김상훈 교수(www.kishkim.com)

 

미 육군과 한국 육군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카투사 (KATUSA: Korean Augmentation Troops to the United States Army) 를 만나기 위해 경기도 로드리게즈 종합전투훈련장을 찾았을 때, 곳곳에서는 각종 폭음이 울려 퍼졌다. 머리 위로는 AH-64 아파치 헬기가 낮게 날며 로켓포를 쏘고 있었고 지상에서는 브레들리 장갑차가 불을 뿜었다. 근접촬영을 원했지만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훈련이 아니라 돌발 상황에 맞춰 전차, 헬기, 보병, 장갑차가 동시에 실탄 사격하는 훈련이라 위험해서 절대 들어갈 수 없다고 제지당해 밖에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실탄을 쏘는 공지 합동 훈련이라 상황실은 무척 분주했고 진지했다.









종합훈련이 끝나갈 무렵, 다른 중대가 시가전훈련을 위해 헬기로 이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일단 헬기 착륙장으로 갔다. 여러 대의 UH-60 헬기가 산등성이를 끼고 착륙하자 헬기에서 뛰어내린 병력은 엎드려서 사주경계를 취하더니 바로 산으로 이동한다. 빠르게 움직이는 수많은 미군 병사들 중에 카투사 병사들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오른쪽 어깨에 성조기 대신 태극기를 붙인 병사들이 간간이 보인다. 엉겁결에 중대를 따라간 필자는 시가전 훈련장까지 두 시간 가까운 산악 전술행군을 함께 해야 했다. 헉헉대며 산을 오르는데 앞, 뒤로는 헬멧과 방탄조끼를 입고 MILES GEAR (레이저 모의전투 장비) 이외에도 온갖 장비를 온 몸에 주렁주렁 달고 있는 미군과 카투사 병사들이 산 속을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몇 몇 병사는 기관총에 공포탄을 주렁주렁 메고 있어 더욱 무겁게 보였다.



우리나라의 작은 마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한 시가전 훈련장에 도착하자 이곳저곳에서 실감나는 박격포 소리가 사방을 뒤흔들었고 실전과 같은 소대 대항 모의전투가 행해졌다. 특히 건물 내에서 울리는 7.62mm 기관총과 여러 대의 5.56mm 소총의 연사음은 공포탄임에도 불구하고 혼을 뺄 듯 했다. 그 정신없는 와중에 카투사 병장은 미군 후임병사들에게 큰 소리로 지휘하고 있었다. 덩치가 한참 더 큰 미군 일병과 상병이 카투사 병장의 손짓에 열심히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총을 쏜다. 미군 10여명에 한 명꼴로 배치된 카투사 병사들은 어깨에 붙인 태극기와 방탄조끼에 붙은 한국군 계급장을 빼면 미군과 전혀 다를 바가 없이 한 팀이 되어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한 번 로드리게즈 훈련장에 들어오면 3개월간 실전처럼 훈련을 하고, 언제 어디에서든 훈련 시에는 하루 종일 헬멧과 방탄조끼를 입고 있어야 한다는데 세라믹 플레이트가 들어있는 방탄조끼 무게가 약 12kg인 걸 감안하면 대부분의 한국 육군병사보다 소총 세 자루 이상을 더 메고 생활하는 셈이다. 아무래도 미국인들보다 체구가 작은 한국인이라 더욱 힘들텐데도 카투사라고 예외는 없었다. 체력검정시험도 미군 기준에 맞춰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사단 체력 대회나 전투력 대회에서 1등을 보면 소수인 카투사 병사 중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촬영 중 만난 한 카투사 부사관은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있었다. 미군들에게 체력적으로 지지 않기 위해 평소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니면서 자신을 단련한다고 했다.




전차와 장갑차 사격이 끝나고 보니 전차와 장갑차에서 카투사 병사들이 나온다. 포수 중에 카투사 병사들이 있었던 것. 이 중에는 사단 사격대회에서 미군 포수를 제치고 1등을 한 카추사 병사도 있었다. 단지 한국 지형에 익숙하고, 한국어에 능숙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카투사가 아니라 군인으로서의 능력을 높이 평가받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카투사들이 자랑스럽다.

촬영장비 : Nikon D3 / D300

* 기사를 보시면 소총에서 공포탄을 발사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포토베스트 제목의 실탄은 브레들리 장갑차, 아파치를 말한 겁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라며... 방문자 여러분의 관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