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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軍/현장취재 365

여성 장군이 되기 위한 길

연일 찌는듯한 더위가 대지위를 달구는 가운데 경북 영천에 위치한 육군3사관학교 훈련장에서는 쉴새없이 남성못지 않은 고함 소리가 울려퍼졌다.
한 쪽에서는 군가를 목청 높여 부르고 다른 쪽에서는 구령소리에 맞춰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여성활동이 크게 늘고 있는 지금 군도 더이상 남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현재 여군 간부는 3천 8백명, 아직 전체 군의 3.9% 정도에 불과하지만 오는 2020년까지 여군 비율을 계속 높혀간다는 계획이다.
이미 열에 일곱은 전투병과를 선택할 만큼, 여군이 진출하지 않는 분야는 없다.
대한민국의 강한 장교로 거듭나고 있는 육군 3사관학교 여군사관 후보생들의 훈련현장 사진으로 담아 보았다.

초여름의 뜨거운 햇살 아래 ‘분대공격훈련’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입교한지는 8주. 어느덧 교육 중반을 넘어섰다는 그녀의 손에는 화장품 대신 위장크림이 들려있었고, 행여 맨살이 보일까 꼼꼼히 위장을 하는 그녀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기만 했다.

무전기를 든 어느 분대장 후보생의 손등에는 ‘공격 명령’ 예문이 볼펜으로 빼곡이 적혀 있었다. ‘이런거 찍으시면 안되는데...’ 라고 말끝을 흐렸지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그녀의 굳은 의지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갖가지 나뭇잎이며 풀로 잔뜩 멋을 낸 그녀들은 기고, 구르고, 숨고, 달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전날 훈련 복귀 행군으로 발바닥이 까졌다는 그녀였지만, 훈련 중간 휴식 시간을 이용해 군화끈을 질끈 조여 매는 모습이 꽤나 다부져 보인다.

‘GOOD'이라는 교관의 총평을 듣고서야 웃음끼 머금은 표정을 보여준 그녀들은 분명 프로였다! 길게 늘어진 햇살을 받은 얼굴 구석구석에 ’행복‘이란 두 글자가 떠오른다.



힘찬 파이팅으로 하루 훈련을 마무리. 듣는 이의 마음까지 들썩여지는 통쾌한 함성이었다.

주둔지로 도착한 그녀들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학교 식당. 고된 훈련을 마치고 철재 군용 식기에 비벼먹는 그 짬밥의 맛이란....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은 이미 알고 있는 바로 그 맛이다.

여덟 명이 함께 쓴다는 금남의 구역 여군 후보생들의 생활관을 잠시 들여다보았다. (이날 하루 중 처음으로 그녀들의 맨얼굴을 대면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굳게 다문 입술, 다부진 차려 자세...  한 후보생 얼굴에 카메라를 바짝 들이대어 보았지만 점호를 기다리는 그녀의 부동자세는 한 치의 흩트림 조차 없었다.

여군과 잠옷. 조금은 언발런스한 조합이지만 핑크색 잠옷을 자랑스레 펼쳐 보이는 여군후보생들은 영락없는 여자였다.

‘이 사진 어디에 나가는 거에요?’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을 수줍게 들어보이는 모습은 그녀의 남자친구를 사로잡기에 충분히 깜찍한(?) 표정이었다. (사진 여기에 나갔습니다. 이제 군화 거꾸로 신을 일은 없으시겠군요.^^)

생활관 안에서는 모든 것이 후보생들의 자치제로 이루어진다. 훈육장교의 전달사항을 근무자들에게 전파하고 상황판에 그날의 인원과 일정을 정리하는 것 역시 후보생들의 몫이다.

생활관 건물 전체에 불이 꺼지고 모두가 잠이 들 무렵... 그 늦은 시간에도 누군가가 그녀들의 달콤한 휴식을 지켜주고 있었다....


취재 이틀차에는 유격훈련이 한창 진행 중인 8중대와 11중대 소속 여군후보생들을 만나기 위해 우리나라 3대 유격장 중 하나라는 ‘화산유격장’을 찾았다. 허리를 꽉 요대 와 철모를 깊숙이 눌러 쓴 그녀들의 얼굴에서 ‘잘해내겠다는’ 그녀들의 굳은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오늘의 첫 번째 관문은 일명 '모형헬기 공수훈련'. 그녀의 고사리 같은 손으로 숙련된 조교의 시범을 따라하기에 분주하기만 하다.

교육현장을 감독하던 유격대장은 타워를 오르기 전 후보생들의 장비와 복장을 직접 점검해주는 것으로 그녀들을 격려했다.

한 층 한 층 모형헬기의 꼭대기가 가까워질수록 그녀들의 함성은 더욱 커져간다.

‘양손은 중앙으로 모으고, 두 다리를 붙인 채로.....’ 사람이 가장 공포심을 느낀다는 11.3m높이에서도 그녀들은 배운 대로, 망설임 없이 그야말로 FM같은 강하를 선보였다.

‘생각나는 사람을 외치고 뛰어내리라’는 교관의 주문에 백이면 백 모두 ‘엄마’, ‘아빠’를 외쳐 되는 바람에 유격장은 마치 ‘우정의 무대’를 연상케 했다.

막타워 훈련장 바로 옆에는 왠만한 남자들도 겁을 낸다는 헬기모형 레펠 강하훈련이 진행되고 있었다.

‘얼굴을 좀 들어주세요’ 라는 작가의 요청에 어느 겁 없는 후보생은 웃음으로 답하는 여유마저 보여주었다.


막타워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을 보며 이미 예감은 했었지만, 그 높은 곳에서도 깔끔한 자세로 강하하는 모습은 10점 만점에 10점이 아깝지 않았다. 유격교관에게 직접 확인한 바에 의하면 남군과 비교해서 여군 후보생들의 자세가 월등히 좋단다.

간혹 금새라도 울컥 울어버릴 듯 눈물을 글썽이는 후보생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후보생들은 ‘한번 더 해보고 싶다’며 훈련소감을 대신했다.

오는 7월 17일, 오만촉광의 소위 계급장을 달게 된다는 그녀들. 아직 각 병과별 후반기 교육이 남아 있지만 우리 육군 구석구석으로 배치되어 ‘강한 전사, 강한 육군’의 당당한 일원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훈련장을 가득 메웠던 힘찬 함성과 날렵한 몸놀림으로 비추어 보건데, 분명 그녀들은 ‘프로’ 였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