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신들이 메일로 물어오는 질문이 많은데, 그 중 매뉴얼로 발행하긴 좀 짧은 질문들을 모아 오늘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1. 첫 면회는 언제쯤이 적당한가요?
남자친구가 시크한 까닭에 "면회 같은거 와서 뭐해? 그냥 집에 있어."라고 하지 않는 이상, 남자친구가 면회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가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 사실 이 질문은 "남자친구가 생겼는데, 같이 영화 보는 것은 언제쯤이 적당한가요?"라는 얘기를 하는 것과 비슷한 레벨로 난감한 질문이다.
첫 면회라는 것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말길 바란다. 군대도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 필요한 물건은 거의 다 구할 수 있고, 부대마다 반입할 수 있는 물품에 제한이 있는 경우가 있으니 '사회 물건'을 요란하게 싸가지고 가지 않길 권한다. 여자친구와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군화는 행복할 테니 말이다.
남자친구가 "이거 사와, 저거 사와, 고참이 그것도 필요하다고 했으니까 그것도 사와."라는 이야기를 계속 한다는 곰신의 사연이 있었는데, 그 곰신에게는 둘이 정말 사랑해서 사귀는 것이 맞는 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사연만 보면 '여자친구'가 아니라 '수송책'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으니 말이다.
2. 남자친구가 금속 알레르기가 있는데 어쩌죠?
위에서 이야기 했지만, 군대도 사람들 사는 곳이다. 군의관도 있고, 의무병도 있고, 군병원도 있다. 버클이나 군번줄 때문에 고민이신듯 한데, 그런 사정이 있다면 이미 해당 부대의 간부들도 알고 있을 것이고 특이사항에 대한 조치가 취해졌으리라 생각한다.
남친에게 오이 알레르기가 있는데 걱정이라고 메일 주신 곰신분 역시 같은 답변을 드린다. 알레르기가 있다는데 억지로 먹이는 부대는 없으니 안심하셔도 좋을 것 같다. 삼촌분에게 들은 '옛날 군대'얘기 때문에 걱정하시는 것 같은데, 삼촌분이 군시절 하실 때에는 일반인들에게 핸드폰도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요즘은 핸드폰으로 음성검색도 하는 시대 아닌가.
3. 20사단으로 배치 받았다는데, 거기 좋은가요?
이런 막연한 질문에는 "가 봐야 압니다."라는 대답밖에 할 수가 없다. 우선, '좋다'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따라 대답이 달라진다. 거주지에서 가까운 게 좋은 거라면 거주지를 알아야 대답해 줄 수가 있다. 부대시설에 대한 질문이라면, '20사단'이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는 걸 먼저 알아야 한다. 좀 쉽게 이야기 하자면, '편의점'에 비유를 해 보자. 같은 브랜드의 편의점이라도 어느 곳은 크고 물건이 많은 반면, 어느 곳은 작고 허름하기도 하다. '사단'이라는 개념 역시 그렇다고 생각하면 된다. 자대배치를 어느 곳으로 받느냐를 알아야 건물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하나 더 알아야 할 것은, 아무리 시설이 좋은 부대라고 해도 결국 '군생활'을 좌우하는 것은 함께 생활할 사람들이다. 고급 호텔 같은 건물에서 군복무를 하더라도 정신적인 압박을 주는 사람들과 있거나 자신과 뜻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있다면 '좋다'고 할 수 없을 것이고, 허름한 건물에 열악한 환경에 있다고 해도 따뜻한 사람들과 있으면 훈훈한 군생활을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4. 소포로 보내면 안 되는 물건 뭐뭐 있나요?
원칙적으로는 사제 물품(사회 물건)을 부대로 반입하면 안 되지만, 대부분의 부대에서 생필품 정도는 허용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자 등의 취식물의 경우도 어느 정도 허용해 주고 있지만,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내가 복무했던 부대를 예로 들자면, 먼저 그 날 근무하는 간부가 누구냐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원칙'을 중요시 하는 간부가 근무를 서는 날 소포가 오면 곤란한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학교로 치자면, '교장선생님'이 학교로 온 소포를 발견하고 그 학생과 반장, 담임선생님, 학생주임 선생님을 부른다고 생각하면 된다. 소포 하나 때문에 불편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우중충한 기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평소에는 허용되던 소포도, 소포 때문에 부대 내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한 뒤라면 좋지 않은 일로 이어지기도 한다. '취식물' 때문에 부대 내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다른 부대원에게 '취식물' 소포가 왔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불미스러운 일로 부대가 어수선한데 그 시기에 도착하는 소포도 환영받긴 힘들고 말이다.
소포를 보내기 전에는 되도록 남자친구와 상의하길 권한다. 위에서 말한 경우들이 발생할 수도 있고, 종종 부대로 보내도 쓸 수 없는 물건들을 상의 없이 보내는 곰신들이 있으니, 꼭 부대 내에서 쓸 수 있는 지를 먼저 묻고 보내기 바란다. 이니셜이 새겨진 수저를 보낸 곰신의 사연을 읽은 적 있는데, 일반 병사들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군용 포크숟가락'을 쓴다. 수저는 개인 보관도 금지될 테니, 보내도 아무 쓸모가 없을 것이다.
5. 군대 간 지 벌써 2주가 넘었는데 전화, 편지가 안 와요.
입대 2주가 되었다면, 남자친구분은 현재 '훈련병'인 듯 한데, 훈련소에서는 전화나 편지를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훈련병들의 사기를 위해 '포상' 개념으로 종종 전화통화를 시켜주기도 하는데, 거기 해당하지 않는다면 자대에 도착하기 전에는 통화가 불가능하다.
편지의 경우 대부분 3주차가 되어야 받아볼 수 있으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조금만 더 기다리면 받아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육군홈페이지(http://www.army.mil.kr/)에 들어가 '신병부대배치' 배너를 클릭한 후 남자친구의 주민번호를 입력하면 어느 훈련소로 갔는지 알 수 있으며, 그 정보를 가지고 육군훈련소나 해당 신병교육대를 검색하면 남자친구에게 편지를 써야 할 주소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 주소로 먼저 편지를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지금이야 궁금한 것 투성이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기저기 수소문을 하겠지만, 딱 3달 정도 후에는 다른 곰신들에게 '군생활'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을 정도의 지식과 노하우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너무 무리해서 다 알려고 하기 보단, 궁금한 것들을 천천히 하나씩 알아가길 권한다.
처음부터 불타는 마음으로 전력질주를 하면 쉽게 지치는 법이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편지를 쓰는 곰신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매일 그렇게 쓰는 것을 사실 권하진 않는다. 받는 쪽에서도 무덤덤해질 위험이 있는 것이고, 보내는 쪽에서도 별 의미 없는 얘기로 '횟수 채우기'만 하게 될 수 있으니 말이다. 형식적인 '보여주기'보다 더욱 값진 것은 진심을 전달하는 일이니, 남자친구가 군생활 하는 것을 '특별한 일'로 받아들이기보다 '생활'로 받아들이며 사회에 있을 때와 다름없이 아름다운 사랑 만들어 나가길 기원한다.
1. 첫 면회는 언제쯤이 적당한가요?
남자친구가 시크한 까닭에 "면회 같은거 와서 뭐해? 그냥 집에 있어."라고 하지 않는 이상, 남자친구가 면회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가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 사실 이 질문은 "남자친구가 생겼는데, 같이 영화 보는 것은 언제쯤이 적당한가요?"라는 얘기를 하는 것과 비슷한 레벨로 난감한 질문이다.
첫 면회라는 것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말길 바란다. 군대도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 필요한 물건은 거의 다 구할 수 있고, 부대마다 반입할 수 있는 물품에 제한이 있는 경우가 있으니 '사회 물건'을 요란하게 싸가지고 가지 않길 권한다. 여자친구와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군화는 행복할 테니 말이다.
남자친구가 "이거 사와, 저거 사와, 고참이 그것도 필요하다고 했으니까 그것도 사와."라는 이야기를 계속 한다는 곰신의 사연이 있었는데, 그 곰신에게는 둘이 정말 사랑해서 사귀는 것이 맞는 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사연만 보면 '여자친구'가 아니라 '수송책'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으니 말이다.
2. 남자친구가 금속 알레르기가 있는데 어쩌죠?
위에서 이야기 했지만, 군대도 사람들 사는 곳이다. 군의관도 있고, 의무병도 있고, 군병원도 있다. 버클이나 군번줄 때문에 고민이신듯 한데, 그런 사정이 있다면 이미 해당 부대의 간부들도 알고 있을 것이고 특이사항에 대한 조치가 취해졌으리라 생각한다.
남친에게 오이 알레르기가 있는데 걱정이라고 메일 주신 곰신분 역시 같은 답변을 드린다. 알레르기가 있다는데 억지로 먹이는 부대는 없으니 안심하셔도 좋을 것 같다. 삼촌분에게 들은 '옛날 군대'얘기 때문에 걱정하시는 것 같은데, 삼촌분이 군시절 하실 때에는 일반인들에게 핸드폰도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요즘은 핸드폰으로 음성검색도 하는 시대 아닌가.
3. 20사단으로 배치 받았다는데, 거기 좋은가요?
이런 막연한 질문에는 "가 봐야 압니다."라는 대답밖에 할 수가 없다. 우선, '좋다'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따라 대답이 달라진다. 거주지에서 가까운 게 좋은 거라면 거주지를 알아야 대답해 줄 수가 있다. 부대시설에 대한 질문이라면, '20사단'이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는 걸 먼저 알아야 한다. 좀 쉽게 이야기 하자면, '편의점'에 비유를 해 보자. 같은 브랜드의 편의점이라도 어느 곳은 크고 물건이 많은 반면, 어느 곳은 작고 허름하기도 하다. '사단'이라는 개념 역시 그렇다고 생각하면 된다. 자대배치를 어느 곳으로 받느냐를 알아야 건물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하나 더 알아야 할 것은, 아무리 시설이 좋은 부대라고 해도 결국 '군생활'을 좌우하는 것은 함께 생활할 사람들이다. 고급 호텔 같은 건물에서 군복무를 하더라도 정신적인 압박을 주는 사람들과 있거나 자신과 뜻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있다면 '좋다'고 할 수 없을 것이고, 허름한 건물에 열악한 환경에 있다고 해도 따뜻한 사람들과 있으면 훈훈한 군생활을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4. 소포로 보내면 안 되는 물건 뭐뭐 있나요?
원칙적으로는 사제 물품(사회 물건)을 부대로 반입하면 안 되지만, 대부분의 부대에서 생필품 정도는 허용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자 등의 취식물의 경우도 어느 정도 허용해 주고 있지만,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내가 복무했던 부대를 예로 들자면, 먼저 그 날 근무하는 간부가 누구냐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원칙'을 중요시 하는 간부가 근무를 서는 날 소포가 오면 곤란한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학교로 치자면, '교장선생님'이 학교로 온 소포를 발견하고 그 학생과 반장, 담임선생님, 학생주임 선생님을 부른다고 생각하면 된다. 소포 하나 때문에 불편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우중충한 기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평소에는 허용되던 소포도, 소포 때문에 부대 내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한 뒤라면 좋지 않은 일로 이어지기도 한다. '취식물' 때문에 부대 내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다른 부대원에게 '취식물' 소포가 왔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불미스러운 일로 부대가 어수선한데 그 시기에 도착하는 소포도 환영받긴 힘들고 말이다.
소포를 보내기 전에는 되도록 남자친구와 상의하길 권한다. 위에서 말한 경우들이 발생할 수도 있고, 종종 부대로 보내도 쓸 수 없는 물건들을 상의 없이 보내는 곰신들이 있으니, 꼭 부대 내에서 쓸 수 있는 지를 먼저 묻고 보내기 바란다. 이니셜이 새겨진 수저를 보낸 곰신의 사연을 읽은 적 있는데, 일반 병사들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군용 포크숟가락'을 쓴다. 수저는 개인 보관도 금지될 테니, 보내도 아무 쓸모가 없을 것이다.
5. 군대 간 지 벌써 2주가 넘었는데 전화, 편지가 안 와요.
입대 2주가 되었다면, 남자친구분은 현재 '훈련병'인 듯 한데, 훈련소에서는 전화나 편지를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훈련병들의 사기를 위해 '포상' 개념으로 종종 전화통화를 시켜주기도 하는데, 거기 해당하지 않는다면 자대에 도착하기 전에는 통화가 불가능하다.
편지의 경우 대부분 3주차가 되어야 받아볼 수 있으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조금만 더 기다리면 받아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육군홈페이지(http://www.army.mil.kr/)에 들어가 '신병부대배치' 배너를 클릭한 후 남자친구의 주민번호를 입력하면 어느 훈련소로 갔는지 알 수 있으며, 그 정보를 가지고 육군훈련소나 해당 신병교육대를 검색하면 남자친구에게 편지를 써야 할 주소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 주소로 먼저 편지를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지금이야 궁금한 것 투성이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기저기 수소문을 하겠지만, 딱 3달 정도 후에는 다른 곰신들에게 '군생활'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을 정도의 지식과 노하우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너무 무리해서 다 알려고 하기 보단, 궁금한 것들을 천천히 하나씩 알아가길 권한다.
처음부터 불타는 마음으로 전력질주를 하면 쉽게 지치는 법이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편지를 쓰는 곰신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매일 그렇게 쓰는 것을 사실 권하진 않는다. 받는 쪽에서도 무덤덤해질 위험이 있는 것이고, 보내는 쪽에서도 별 의미 없는 얘기로 '횟수 채우기'만 하게 될 수 있으니 말이다. 형식적인 '보여주기'보다 더욱 값진 것은 진심을 전달하는 일이니, 남자친구가 군생활 하는 것을 '특별한 일'로 받아들이기보다 '생활'로 받아들이며 사회에 있을 때와 다름없이 아름다운 사랑 만들어 나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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