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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내고 알아야 할 상식들

군입대 시즌이 다가올 때 마다, 남자친구를 군에 보낸 곰신들의 사연이 한 무더기씩 쏟아진다. 이제 막 '곰신'계급장을 단 여자사람들이 보내는 질문은 대부분 '훈련소에서 소포 못 받나요?' 라거나, '면회는 언제부터 가능한 건가요?'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런 건 검색을 해 보거나 곰신들이 활동하는 카페에 가입하면 쉽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내고 나서 알아야 할 것들을 정리해 볼까 한다. 중복되는 질문을 받는 것에 하나하나 다 답변을 할 수 없어 모았다. 아, 그리고 이야기를 읽기 전 알아두어야 할 것은 '군대'라는 것은 이름일뿐, 같은 군복을 입고 같은 지역에서 근무를 하더라도 두 사람의 생활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학창시절을 떠올려보자. '고등학교'만 하더라도 다양한 종류의 고등학교가 있고 같은 학교에 다니더라도 담임이나 구성원에 따라 전혀 다른 생활을 가질 수 있지 않은가. 

그 점만 유념해 주시길 바라며, 자, 시작해보자. 


1. 훈련소로 소포 보내면 안 되나요?
  

답부터 얘기하자면, 보내도 된다. 소포를 전달하는 것은 위에서 말한 것 처럼 훈련소마다 다를 것이다. 참고로 내가 있던 훈련소에서는 소포를 즉시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니라, 훈련기간이 모두 끝나고 자대로 가기 전 해당 소대장 앞에서 소포를 뜯어 물건을 확인 한 뒤 전달받을 수 있었다. 행군때 사용하라고 친구가 보낸 깔창이었는데, 행군이 끝나고 나서 전달 받은 것이다.

훈련소로 소포를 보내는 것 보다는 입대 전에 함께 체크해가며 준비할 수 있길 권한다. 잠시 그 내용물을 소개하자면,

싸고 잘 안 망가지며 방수가 되는 시계(이렇게 말해도 '메이커'따지는 분들이 있는데, 쥐샥 차고 갔다가 포복할 때 박살나 봐야 '아~ 이래서 싼 거 차라고 했구나'할 거다.), 여행용 작은 사이즈의 로션(한 달 좀 넘게 쓸 정도면 된다.), 안경 착용자의 경우 여벌의 안경(안경 닦는 것도 꼭 챙기길 권한다.), 지갑(지갑에는 가족과 여자친구, 친구들의 사진을 넣어가면 된다. 약간의 현금도.), 우표(대부분 군사우편으로 보내지만 종교활동 시간을 이용해 더 빨리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이 정도가 되겠다. 아직 군대에 대한 개념이 잘 서지 않은 경우 간혹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 훈련병들이 있는데 가지고 있어 봐야 쓸모가 없다. 괜히 걸리면 피곤한 일이 발생하니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


2. 연락이 너무 없어요. 왜 그러죠?


보충대에 있는 상황이라면 반 좀비상태로 지내고 있을 테니 연락이 없는 게 당연하다. 연락 하고 싶어도 전화를 사용할 수 없으니 방법이 없다. 간혹 집으로는 옷가지들을 소포로 보냈다던데, 왜 자기한테는 편지 한 통 없는지 묻는 곰시들이 있는데, 그건 '장정소포'라고 해서 군복을 보급받기 전 까지 입고 있던 옷가지를 보내는 소포다. 그거라도 받고 싶다면 남자친구가 입대하기 전에 미리 부탁해 놓길 바란다. 받고 나서 라면국물 같은 눈물만 흘리겠지만 말이다.

훈련소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있고 돈이 있어도 전화를 쓸 수가 없다. 훈련 중 상점을 받아 전화이용이나 PX사용 등의 특혜가 주어진다면 모르겠지만 노멀한 훈련소생활을 하는 중엔 연락을 할 방법이 없다. 현재 군대에 있는 친척동생을 보니 훈련소 자체의 인터넷 커뮤니티가 있어 사진도 올라오고 편지를 쓰면 해당 훈련병에게 전달해 주기도 하던데, 그 방법을 쓰는 것이 좋겠다. 아직 이등병도 달지 못했다는 까마득함과 자대에 대한 불안, 훈련 후 밀려드는 피곤으로 인해 지쳐있을 시기니 응원의 편지를 적어 보내는 것이 좋겠다. 이등병 때와 더불어 편지의 기쁨이 증폭되는 시기다.

이제 자대에도 갔고, 이등병 계급장도 달았으며, 부대에 전화도 있는데 왜 자주 연락을 하지 않는지, 그리고 전화해서 왜 말을 제대로 못할 때도 있는지 궁금한가? 우선, 원하는 시간에 연락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두자. 전화를 사용하지 말라는 법 같은 건 없지만, 이 글을 읽는 그대 역시 갓 입사한 회사에서 전화 하느라 자리를 비우는 것은 눈치보이는 행동이 아닌가. 이등병 남자친구 역시 마찬가지의 상황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말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은 가까이에 도우미 역할을 하는 고참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내가 있던 부대만 해도 전화할 때 짝다리도 못 짚고 기대지도 못한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당신과 차렷 자세로 통화하는 중이란 말이다.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3. 면회 갈 때 사진기나 넷북 들고가도 되나요?


답하기가 애매한 부분이다. 내 블로그에 쓰는 글이라면 "부대마다 다르긴 하지만, 뭐, 심하게 터치하진 않습니다."라고 적겠지만, 이 곳은 육군본부의 블로그가 아닌가. 원칙은 부대 내 사진촬영은 금지되어 있으며, 휴대폰이나 넷북 등은 위병소에 맡겨 놓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리하자면, 남자친구가 부탁하거나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 이상 무리하게 챙겨갈 필요는 없다. 넷북을 가져간다고 해도 아마 신호가 잡히지 않을 것이며, DSLR로 마음껏 사진찍으며 즐길 상태도 아닐 것이다. 군인들의 별미 '냉동'을 함께 먹으며 닭이나 피자 정도를 먹는 것이 괜찮다.


4. 훈련이 많은 부대가 따로 있나요?


어느부대라고 콕 찝어 말할 순 없지만, 분명 훈련의 복불복은 존재한다. 부대특성상 훈련을 자주 하는 부대도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은 부대(대대,여단)에 속하더라도 차이가 나고, 그 아래 개념인 '중대'별로도 차이가 난다. 심지어는 '소대'내에서도 '분대'단위로 차이가 나기도 한다.

남자친구가 '훈련있어'라고 말했다면, 훈련기간 전 후로 연락이 줄거나 예민해져 있음을 좀 이해해 주길 부탁한다. 군대에서 '훈련'이란 굳이 사회의 비유를 하자면 '시험기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훈련을 앞두고 받는 스트레스와 준비할 것들, 그리고 훈련을 대비해 배우는 여러가지 것들과 빨리 끝났으면 좋겠는데 하루하루 다가오는 초조함, 그것 뿐만 아니라 훈련이 끝나고 나서 정비하는 여러가지 물자들과 정리, 정비 등등 훈련과 맞먹는 질량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훈련을 마치고 온 남자친구에게, 오늘 미용실에서 한 머리가 마음에 안든다는 얘기를 하는 것 보다,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훈련 소감을 물어보는 것이 좋다. 겨울철의 훈련이라면 온도계가 터졌다는 얘기부터 시작해 장갑차 안이 냉장고 같다는 말을 할 것 이고, 여름철의 훈련이라면 마티즈 만한 독수리 얘기부터 멧돼지를 봤다는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피곤하다는 이야기만 늘어놓게 할 것인가, 당신의 귀여운 수다쟁이로 만들 것인가는 당신에게 달렸다.


5. 무슨 상 받았다고 예비군도 면제 된다던데요?


아마 '투스타 표창'일 것이다. 군인들의 소중한 믿음인 "투스타 표창을 받으면, 예비군이 1년 면제된다."라는 것이다. 신교대(훈련소)에서 사단장 표창을 받았던가 분대장교육에서 표창을 받았다는 말일텐데, 우선 잘했다고 칭찬해주자.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도 바치지 않는가. 그거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거 아니다. 학교에서 반장 하기보다 조금 더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마음껏 칭찬해 줘도 좋다.

물론, 예비군 1년 면제되거나 사회에서 인정해 준다는 말은 '근거 없음'이 되겠다. 전역하고 예비군도 열심히 받아야 하고, 사회에 나와서는 '군대에서의 좋은 추억'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이 사실을 남자친구에게 말하지는 말자. 그냥 그가 그 믿음을 가지고 행복해 할 수 있게 박수를 쳐 주자. 고참들이나 간부들의 눈을 피해서지만, 몰래 주머니에 손 넣는 것 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는 것이 군대다. 사회에 나와서 사실을 알게 되어도 늦을 건 없으니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되는 것은 말하지 말자.



중복되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 정도로 충분할 것 같고, 간혹 편지를 어느정도의 텀을 두고 보내야 하는지를 묻는 곰신들이 있다. 할 말이 많다면 많이 쓰는 것도 좋겠지만, 너무 '양'에만 목숨을 걸 필요는 없다. 읽었을 때 마음에 울림이 있는 편지를 쓰길 추천한다. 그런 편지는 어떻게 써야 하냐고 또 묻는다면, 내가 쓰며 찌르르한 감정을 느꼈다면, 읽는 사람도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답하겠다. 그냥 '할 말이 없네.'따위의 문장을 반복하다 인사하고 끝내는 편지라면, 머지않아 핸드폰 요금 고지서 날아오듯 무감각하게 받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나 더,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고 나니 마음에 구멍이 난 것 같고 의지하던 버팀목이 사라진 듯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메일도 종종 받는다. 그만큼 남자친구가 당신의 생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군대에 보내고 허전함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절대 이상한게 아니라고 말해드리겠다. 남자친구도 당신과, 가족과, 사회와 떨어져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시작하는 군생활을 하고 있지 않은가. 사랑하는 사람이 잘 헤쳐 나가고 있듯, 당신도 두 다리에 힘 꽉 주고 스스로 서는 연습을 하길 바란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상대가 힘들어 기대고 싶을 때 당신에게 기댈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럼 다음 매뉴얼에서 또 만나길 바라며,

남자친구와 통화도중 뜬금없이 "사랑해"라고 말할 수 있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