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참아왔던 기다림과 보고 싶음을 잠시나마 해소할 수 있는 면회.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면회가 갈등의 씨앗이 되는 경우가 있다. 면회 이후 둘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거나, 면회 때문에 싸우다가 서로를 놓아 버리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아직 면회와 관련해 싸운 적이 없는 커플들은 '예방'을 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일들로 인해 갈등을 겪고 이는 커플들은 '현명한 문제해결'을 할 수 있도록, 오늘은 면회와 관련된 곰신군화커플의 싸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면회와 관련해 싸움이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군화의 무리한 요구' 때문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사랑한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할 지 모르지만, 그런 가정을 사용해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상대를 힘들게 만들다. 한 군화는 곰신에게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꼭 면회를 와 줬으면 좋겠다."
라는 이야기를 했다. 곰신이 사는 곳은 울산, 군화가 복무하는 곳은 파주였다. 몇 달 간은 군화가 바라는 대로 곰신이 면회를 갔다. 군화에게 면회는 'A급 전투복 갈아입고 기다리다가, 여자친구가 찾아오면 면회실 가서 만나는 것'이었다. 어렵지 않다. 하지만 곰신에게 면회는 '들뜬 마음으로 먼 거리를 달려갔다가, 남자친구를 잠깐 본 뒤 길고 외로운 거리를 다시 돌아와야 하는 것' 이었다.
처음엔 곰신도 '사랑하는데 이 정도야 뭘.'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군화는 곰신이 면회 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고, 나중에는 면회 올 때 뭘 사가지고 오라는 부탁을 했다. 곰신이 면회의 어려움을 토로하자 군화는 다른 동기의 여자친구와 비교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곰신에게 면회는 의무와 부담이 되어 버렸다.
위의 사연에도 잠깐 나왔지만, 면회와 더불어 이것저것 부탁을 하는 군화 때문에 힘들어하는 곰신들의 사연도 많았다. 위장크림 같은 군용품부터 시작해서 비타민, 책, 화장품까지 다양한 물품들을 '면회 올 때 좀 사다 달라'고 하는 군화들이 있었다. 군화는 "비싼 거 사다달라는 것도 아니고, 오는 김에 좀 부탁하는 건데 그게 그렇게 어렵나?"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매번 그런 부탁을 받는 곰신은 '심부름을 시키기 위해 면회 오라고 하는 건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부탁 받은 물건을 사 갔더니,
"이건 8월 호잖아? 9월호 안 나왔어?"
라며 물건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군화의 태도에는 실망까지 할 수 있고 말이다. 들어주면 들어줄수록 고마움을 잊어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군화가 자대배치를 받으면 매주 면회를 가겠다고 벼르는 곰신들이 종종 보이는데, 면회 횟수가 자신의 애정지표를 나타내는 것이 아님을 기억해 두길 바란다. 희생과 배려가 '당연한 것'이 되고 나면, 남는 건 짜증과 불만 밖에 없을 것이다.
먼 거리를 긴 시간동안 달려갔는데, 군화가 휴대폰을 달라더니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하고 걸그룹 뮤직비디오를 보고 그러다 졸리다며 옆에서 자면 어떨까? 그래도 곰신들을 참는다. 집에 돌아와 "면회 와 줘서 고맙다."는 말 한 마디면, 군화의 저런 행동들도 금방 잊는 것이 곰신이다.
그런데 '섭섭함'을 넘어 곰신을 '분노'하게 만드는 군화들도 있다. 왕복 6시간의 면회를 갔더니, 불만사항과 충고를 늘어놓는 군화들이다. 전에 전화를 왜 안 받았냐, 옷을 왜 그렇게 입고 왔냐, 공부 열심히 하고 있는 거냐, 부모님한테 잘 해라 등, 군화가 쏟아 내는 다양한 이야기들에 곰신을 질리고 만다.
"사랑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혼나는 기분만 들었어요."
곰신이 억지로 군화를 군대에 보낸 것도 아닌데, "나 휴가 나가면 뭐 해줄 거냐?"고 묻는 군화도 있었다. 바지가 2개 밖에 없는데 9박 10일간 돌려 입기 쪽팔리다나. 돈이 없으니 지갑에 있는 현금 좀 주고 가라는 군화도 있었고 말이다. 어차피 나중에 돈 부쳐주나 지금 주나 마찬가지니 돈 달라며 말이다.
면회 가서 저런 일을 경험했다면, 그 때의 기분을 군화에게 정확히 말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위에서도 이야기 했듯, 면회 가기 위해 드는 시간과 돈과 견뎌야 하는 지루함을 군화는 잘 모르니 말이다. 그런데 그걸 명확하게 말하지 않곤 그저
"오늘 면회는 괜히 갔던 것 같다."
라는 식의 이야기를 해 버리는 곰신들이 있다. 저 말은 남자 특유의 '문제해결 프로세서'가 발동될 경우 '답을 구할 수 없는 문제'가 되어 버린다. 이미 지난 일이라 돌릴 수 없고,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채 "미안해. 잘못했어."라는 말을 하는 것 말고는 할 얘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저 얘기에 군화가 뉘우쳐 사과하기를 기대하지 말고,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자세히 말해주길 권한다.
하나 더. 이건 노파심에서 하는 얘긴데, 대학을 그냥 놀러 다닌 군화가 곰신의 "시험기간이라 면회 가기 힘들 것 같다." 라는 말에 불만을 표시할 경우, 군화가 뭐라고 하든 시험에 집중하길 바란다. 보고 싶으니까 일이든 공부든 다 접어두고 면회 오라는 군화들이 종종 있는데, 그런 군화는 자기감정만을 내세울 뿐 곰신의 감정이나 상황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몇 시간의 즐거움을 위해 생활을 접어두라고 말하는 군화는, 책임감이란 걸 잘 모를 가능성이 크다는 걸 명심해 두길 바란다.
이건 '군화 부모님'과 관련된 매뉴얼에서 몇 번 꺼낸 적 있는 이야기인데, 군화 부모님과 함께 면회를 가서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돌아오는 곰신들이 꽤 많다.
먼저 '투명인간 취급'과 관련된 사연들이 있다. 남자친구가 졸라서 남친 부모님과 함께 면회를 갔는데, 면회 내내 곰신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면회실에 앉아 있는 경우다. 군화가 좀 싹싹하면 서로 어우러지는 분위기를 만들 텐데, 부모님 앞에서 남친은 그냥 어린애처럼 가만히 있고 곰신은 곰신대로 멀뚱멀뚱하게 앉아 있다. 심지어 여자친구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가족들과 얘기만 한 군화도 있었다.
면회는 잘 마치고 나왔지만, 오가는 길에 군화의 부모님과 마찰이 생기는 경우도 있었다. 곰신이 별로 밝히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도 집요하게 물어보시거나, 곰신의 대답이나 행동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신다는 내색을 강하게 하신 군화의 부모님.
"제가 이런 대우를 받으면서까지 사귀어야 하나요?
결혼한다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어요."
라는 하소연을 하는 곰신들이 있었다. 군화에게 말하자니 싸움만 될 것 같고, 그냥 두자니 너무 속상한 일이라 고민에 빠진 곰신. 그 곰신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입대 이전부터 군화 부모님과 알던 사이가 아니라면 군화 부모님과 함께 면회를 가는 것은 삼가라고 권해주고 싶다. 군화 부모님이 정말 좋은 분들이고, 군화도 중간에서 역할을 잘 한다면 큰 문제는 생기지 않겠지만, 대부분 '그래봐야 본전'인 경우가 많았다.
인사는 군화가 휴가 나왔을 때, 식사라도 함께 하며 하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한다. 그 이후에 군화의 부모님을 모시고 면회를 가든가 하고 말이다. 가끔 "부모님이 오시는 길에 여자친구를 태우고 오면, 부모님도 보고 여자친구도 보니 좋을 것 같다."라며 단순한 이야기를 하는 군화들이 있는데, 당장 차비 아끼려다 아예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가 있으니 진지하게 고민한 후 결정하길 바란다.
이 외에 '면회 오지 말라고 하는 남친'과 관련된 사연들도 있었다. 좀 특이한 사연이긴 한데, 아직 첫 휴가를 나오지 않은 군화가 면회를 오지 말라고 했다면 그 이유는 십중팔구 '눈치가 보여서'라는 걸 알아두자. 정상적인 절차로 가는 면회인데 왜 눈치가 보이냐고 할 지 모르지만, 자대에 막 적응하고 있는 상황이라 면회가 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누군가가 면회를 오면 그 병사는 그 날 일과에서 거의 제외되는데, 주말이라곤 해도 군인에겐 해야 할 여러 가지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일요일로 예정된 작업이 있는데 군화가 면회를 하게 되면, 군화만 그 작업에서 빠지는 거다. 군화의 몫만큼 다른 병사들이 해야 하고 말이다.
곰신을 너무 생각하는 까닭에 면회를 오지 못하게 하는 군화들도 있다. 먼 거리, 긴 시간을 와서는 잠깐 보고 가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가 미안하니 오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얼마 안 있다가 휴가도 나갈 수 있고 하니 그 때 보자고 말하는 군화들. 휴가를 다녀온 뒤엔 면회를 오라고 조를 수도 있으니, 왜 면회를 못 오게 하냐며 조급해 하지 말고 좀 더 기다려 보길 바란다.
면회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라는 것을 잊지 말자. 매주 면회를 간다고 자랑할 것 없다. 곰신의 그 희생과 배려를 군화가 당연하게 생각하면 면회는 의미를 잃고 만다. 군화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는 것 역시 '의무'가 되어 버릴 수 있고 말이다. 분위기에 휩쓸려 그냥 저질러버리기 전에, 한 발짝 떨어져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면회'로 인해 싸울 일은 없을 것이다. 현명하게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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