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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적인 군대간 남자친구를 사귄다면 알아야 할 것들

"남자친구가 너무 착해서 힘들어요."라거나 "남자친구는 너무 좋은데, 사귀는 건 어려워요. 어쩌죠?"라는 사연들이 종종 도착한다. 배부른 고민이라고 할 지 모르지만, 이런 사연들은 또 이런 사연들 나름의 고통으로 우울증을 앓거나 통화기피증(응?)을 앓고 있는 곰신들이 있다.

남들은 "네 남친 정말 쿨하다." 또는 "완전 시크남이야!"라고 얘기하지만, 당사자인 곰신은 이건 뭐 연애를 하고 있는 건지 이름만 남자친구로 걸어 놓은 건지 헷갈려하며, "너 제대할 때 까지 나 기다려?"라는 말로 은근슬쩍 사랑고백을 유도했더니 "네 일이니까, 네가 알아서 판단해."라며 날리는 남친의 하이킥에 맞곤 정신 못 차리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모습들에 지쳐서 '이별'이야기를 꺼내면 남친이 잘 하겠다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신경 쓰는 게 보이지만, 그것도 엎드려 절 받는 느낌이 들어 마음은 여전히 허전하다. 그러다 보면 말도 곱게 안 나오고, 통화를 해도 우울해지고, 평소엔 감정 좀 추스리며 있다가도 남친과 얘기를 나누면 오히려 더 답답해지는 상황. 오늘은 그 방법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살펴보자.


1. 남자친구는 동성친구와 다르다.


여러 사연들을 통해 "제 남자친구가 이래요."라는 얘기는 잘 들었다. 남자친구의 특징에 대해서는 매뉴얼의 서두에도 적어 두었으니 남자친구가 어떤지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잠시 접어두자. 그리고 '남자친구'가 아닌 '나'에 대해서 잠시 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해 보자.

"전화통화를 해도 자기 얘긴 전혀 안 해요. 전 그냥 사소한 얘기라도 남자친구가 어떻게 지내나 듣고 싶은데, 물어봐도 자긴 별로 얘기할 게 없대요. 그러면서 저한테는 계속 질문공세를 하고, 취조 받는 것도 아니고..."


남자는 이렇다, 라고 딱 잘라 얘기할 순 없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고민이 있거나 걱정거리가 생기면 스스로의 동굴로 들어가기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대화를 하며 문제가 해결되는 듯한 느낌을 받기보다 자신이 생각하는 '해결책'을 찾아야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동굴을 찾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 위에 "연애는 여자친구와, 상담은 동성친구와"라는 슬로건을 걸기 시작하면, 밤새 동성친구와 술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여자친구 만날 시간은 내지 않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기 마련이다. 여자친구는 자신이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며, 그 역상황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상한 의무감을 가지는 남자들도 꽤 많다.

'함께'라는 것에 힘주어 남자친구를 둘만의 링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그 방법을 쓰더라도 동성친구와의 전화통화처럼 몇 시간 통화를 하곤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해."라는 이야기를 하게 되긴 힘들다. 이런 상황에 처한 곰신의 경우, 지금 연락을 하며 지내는 사람이 '남자친구'를 제외하곤 모두 극히 형식적인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남자친구를 '생활의 중심'에 놓고 남자친구의 작은 움직임에도 휘청거리는 상황은 이제 그만 두길 권한다. 소통의 창구가 '남자친구' 밖에 없는데, 남자친구는 과묵한데다 현재 연락도 마음껏 할 수 없는 군대에 있다면 그 스트레스는 계속 당신의 몸에 축적될 것이다. 위험수위까지 차오른 스트레스를 방출할 수 있도록 남자친구 외에도 '소통의 창구'를 열어놓도록 하자.


2. 무거운 희생정신은 융통성 위에 내려놓자.


내가 군대에 있을 때, 훈련준비를 하느라 후임들과 텐트정비를 한 적이 있었다. 커다란 포대에 담겨있는 군용텐트 부품들을 꺼내 후임들에게 나눠주며 개수를 맞추고 성한 것과 해진 것을 구별하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숫자를 세서 옆에 있는 후임병에게 텐트 부품을 건내고 있는데 행정반(학교로 치자면 교무실)에서 부른다는 방송이 나왔고 난 바로 행정반으로 달려갔다. 행정반에서 10분 정도 전달사항을 듣고 텐트 정비하던 곳으로 가 보니, 아까 내게서 텐트 부품을 받은 후임병이 그 무거운 부품들을 든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너 뭐하냐?"

"장상병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융통성이 없으면 손 발 뿐만 아니라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이 고생하는 법이다. 어차피 텐트 개수를 세느라 잠시 들고 있는 거였으면 작업이 중단 되었을 때 바닥에 내려놔도 되는 건데, 왜 그 무거운 걸 10분 동안 들고 땀을 뻘뻘 흘리는가.

위의 이야기는 이번 '여름휴가'시즌, 함께 상의한 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휴가 날짜를 잡은 남자친구 때문에 폭발할 뻔 했다는 곰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다. 남자친구에게 정말 바쁜 일이 생겨서 휴가 날짜를 상의한 대로 잡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사연을 주신 곰신은 그간 '말로는 다 알았다고 하고, 정작 일이 닥치면 사과하며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일이 많았다.'며 휴가에 대한 부분도 심증을 굳힌 듯 보인다.

남자친구와 상의한 대로 휴가를 잡느라 회사에서 눈치를 받아가며 날짜를 정했는데, 남자친구의 휴가 날짜가 바뀌어서 다시 눈치를 보며 수정하는 것에 화가 난 것도 이해가 간다. 이런 상황이라면 남자친구가 뭐라고 얘길 하든 이미 마음속에서 남자친구는 '나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고, 겨우 맞춘 휴가도 우중충한 기분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휴가 외에도 많은 부분에서 '결국엔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남친'에게 맞춰가는 모습을 보이는데, 곤란한 상황까지 감수해가며 남자친구에게 많은 것을 맞추는 '희생정신'은 그만 융통성 위에 내려놓도록 하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얌체공을 따라다니면 금방 지치는 것이 당연하다. 게다가 상대방은 어떤 상황이 찾아오든 늘 당신이 맞춰주니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당신이 먼저 중심을 잡자. 남자친구가 좋고, 또 둘이 행복한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에 당신이 희생하는 것이겠지만, 당신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 둘의 연애는 기준점 없이 즉흥적으로 한 모내기가 될 것이다. 지금은 잘 모를 수 있지만, 논에서 벼가 자라고 누렇게 익는 가을이 가까워 오면 농사를 망쳤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기준점을 잡고 둘의 사랑을 심자.


3. 콕 집어서 이야기 하자.


언젠가 TV에서 '인간 심리'에 대한 다큐를 본 적이 있다. 그 다큐에선 여러 가지 실험들이 나왔는데, 그 중 무거운 책을 들고 가다 떨어뜨린 경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도와주는 지에 대한 실험도 있었다. 한 여성이 사람이 많은 거리에서 책을 들고 가다 떨어뜨리자 지나가던 많은 사람들이 쳐다봤다. "아휴, 이런." 정도의 한숨을 쉬며 책을 주울 때, 지나가던 사람들은 그냥 계속 지나갔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지나갈 때, 바로 옆에서 책을 떨어뜨려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다음번엔 위와 같은 진행을 하되, 책을 떨어뜨린 후 "이것 좀 도와주세요."라는 멘트를 했다. 처음에 한 실험에 비해 몇몇 사람들이 도와달라는 요청을 듣고 책을 함께 주워주긴 했으나, 그 말을 듣고도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았다. 실험 후 그냥 지나간 사람들의 인터뷰를 하자, "혹시 흑심이 있어서 도와 준 걸로 오해받을까봐."라거나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도와줄 것 같아서 그냥 지나쳤다."라는 대답을 했다.

마지막으로, 역시 같은 진행을 하되 이번에는 책을 떨어뜨린 후 지나가는 사람 중 한 사람을 지목해 "이것 좀 도와주세요."라는 멘트를 날렸다. 결과는 어땠을까? 책을 떨어뜨린 여자가 한 사람을 지목하며 도와달라는 요청을 하자 그 요청을 받은 사람 모두가 책 줍는 것을 도왔다. 놀랍지 않은가? 아까는 나쁜 사람들이 거리를 지나가고, 이번엔 착한 사람들이 거리를 지나가서 이렇게 결과가 바뀐 것이 아니다. 책을 떨어뜨린 여자가 '콕 집어서' 부탁을 했더니 나타난 결과다.

나에게 사연을 보내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돌아보고 차근차근 추려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사연만 보낸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당신'과 '남자친구'가 아닌가. 휴가 나와서 당신의 문자엔 답장도 잘 하지 않으며 친구들과 노느라 바쁜 것 같아 기분이 상했다면, 그 기분 상한 부분을 콕 집어서 이야기를 하는 거다. 거기에 대한 이야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으며 그저 침묵으로 기분 상했음을 전달하고, 목소리에 실망을 덕지덕지 발라 다른 꼬투리를 잡는 것은 다른 문제만 더 만드는, 정말 쓸데없는 짓이다.

"그 정도 표현이 남자친구에게는 최선인 것 같아요. 제가 바라는 건 아니지만, 여기서 더 말해줬다가는 제가 바라기만 하는 여자가 될 것 같고, 남자친구도 지치게 될 것 같고... 정말 제가 전혀 바라지 않는 배려를 받으면서 정작 원하는 배려는 하나도 못 받고 있는 상황. 도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요?"


당신이 생각하는 그 '배려'가 오로지 당신을 기쁘게 하기 위해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배려'에 대한 이야기는 무조건 남자친구와 나눠야 한다. 그런 대화도 나누지 않는다면 뭐 하러 연애를 하는가? 그저 단순히 '커플부대'라는 타이틀이 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설마 둘 사이에 의무감 하나만 달랑 남아서 만남을 지속하고 있는가? 남자친구와 헤어지기 싫고, 행복한 연애를 하고 싶다면 당신에 대한 '사용설명서'를 상대에게 알려주자. 당신이 느끼는 부분들을 남자친구와 상의하는 것이, 왜 기분이 상했는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은 채 무작정 시무룩해 있는 것 보다 훨씬 나은 일이다.

그리고 왜 해보지도 않고 걱정하는가? 바라기만 하는 여자가 될 것 같은 건 '사실'이 아닌 당신의 '생각'이지 않은가. 난 요즘 자전거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일에 푹 빠졌는데, 여행을 떠나며 최소한의 준비만 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 펑크걱정, 체력걱정, 날씨걱정, 사고걱정 등등 생각이 많아지면 '완벽한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기 전에는 출발하기 힘든 법이다. 그 '완벽한 준비'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고 말이다. 아무리 조심해서 자전거를 탄다고 해도 누군가의 부주의로 사고가 난다면 피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남자친구와의 대화도 겁먹지 말고 일단 출발하길 권한다. 대화를 나누다가 엉키는 부분이 있으면 깃털처럼 많은 시간이 있으니 천천히 풀면 될 것이고, 당신의 감정을 차근차근 콕 집어서 이야기하면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하는 당신의 남자친구도 당신의 말에 귀 기울이고 노력할 것이다. 하루에 한 번은 전화 한 통 해 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나, PC를 사용하게 될 때 연락 한 번 달라는 얘기를 왜 못하는가. 그 정도도 노력 못 해주고 당신에게 "넌 바라는 게 너무 많아."라는 이야기를 하는 남자라면, 지금 보내도 후회 없을 것이다.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남자친구라면 분명 당신에게 집중할 테니 걱정 말고 이야기를 나누길 바란다.


끝으로, 앞으로 당신이 남친에게 꺼내는 모든 말과 글에서 '안 그래도'를 지우길 권한다. 이 매뉴얼과 관련 있는 사연을 보낸 곰신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단어가 '안 그래도'였다.

"안 그래도 힘든데."
"안 그래도 우울한데."
"안 그래도 인생이 심드렁한데."
"안 그래도 지치는데."


현실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의 용의자로 '남자친구'를 지목하지 말잔 얘기다. 차분히 생각해 보면, 남자친구가 당신에게 주는 스트레스는 바람을 피우거나, 이별을 말하거나, 편한 것과 함부로 하는 것을 착각해 막 대하는 것보다 작다. 그 스트레스를 증폭시키고 있는 것은 바로 당신 아닌가. 현실에서 받은 80%의 스트레스에 남자친구가 10%를 추가했다고 "너 때문에."라고 말하지 말자. 남자친구는 정말 몰라서 벌이는 잘못일 수 있으니, 그가 잘 알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것이 먼저다. 서로 맞춰간다는 건, 서로를 배워가는 과정 아닌가. "아, 몰라 때려 쳐."가 아니라, 차분히 배워가는 마음으로 사랑을 키워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