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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남친, 정말 대책이 없는 걸까?

곰신분들이 보낸 메일을 읽다보면, 웬만한 개그프로그램보다 훨씬 웃긴 사연들이 도착할 때가 있다. 심각하다고 생각해서 보내주신 이야기겠지만,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고민거리' 말이다. 그 커플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커플들도 그런 일을 겪는다는 것을 밝히며, 오늘은 그 중 재미있었던 사연 세 가지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1. 너무 모르는 남친

사연에는 '무식한 남친'이라고 적어주셨지만, "그럼 넌 얼마나 똑똑하냐?" 라고 무작정 반격태세를 갖출 사람들이 있기에 살짝 수정했음을 밝힌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솔로부대탈출매뉴얼>을 통해 총정리편을 마련할 생각이다.

오빠가 띄어쓰기를 잘 못하는 건 이해해요.. 저도 띄어쓰기를 잘 못하니까요..
근데... 너무 쉬운 단어들도 맞춤법이 틀려요..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거든요..
"오빤 입문계 나왔자나. 공부하다 어떻해 풀어야 하는지 몰르면 물어봐."
이런 문자.. 누가 봐도 장난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많이 웃었는데...
지금은 군인이라 편지를 주고 받는데.. 너무 간단한 것도 많이 틀려요..
"오빠도 **이랑 예기 할 시간이 부족해서 아쉬워.." 이런거나
"모래 휴가 나가면 뭐 할까? 맛난 거 식혀먹자." 이런거요...
영어 간단한 스펠링도 모르는 것 같아요.. 물어보면.. 생각이 잘 안난데요..
휴... 오빠를 정말 사랑하는데.. 뭔가 믿음이 안가요...


사귀는 사람의 맞춤법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적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미 매뉴얼을 통해 한 번 다룬 적 있지만, "Hi, Jane""안녕, 자네."로 해석 한다든지, "릴렉스 하라고~" 했더니, "근데 릴렉스 뜻이 뭐지? 알았는데 까먹었어." 라는 대답은 잠깐 "응?" 같은 쉼표가 될 수 있다.

곰신을 대상으로 하는 매뉴얼이라 남자측의 사례만 써 놓지만, 사실 이건 남녀 공통의 문제다. 어느 커플부대 남성대원도 비슷한 류의 고민을 보낸 적이 있다. 며칠 몸살을 앓았던 여자친구가 보낸 문자를 그대로 보내줬었다.

"오빠 덕분이야. 이제 다 낳았어. 고마워♥"

'앜ㅋㅋㅋㅋ 뭘 낳았다는거얔ㅋㅋㅋㅋㅋ'


웹서핑을 하다보면 자주 틀리는 단어나 혼동하기 쉬운 단어를 정리해 놓은 것이 있으니 프린팅해서 함께 공부하면 괜찮아 질 거라 생각한다. 맞춤법은 좀 틀릴지 몰라도, 여자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은 틀리지 않을 테니 말이다.

"옛날엔 이렇게 쓰는게 맞았어. 맞춤법이 바뀌었나 봐."

남자친구가 이렇게 얘길한다면, 끝까지 밝혀내서 가려내기보다 덮어줄 수 있는 센스를 부탁드린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허물을 덮어줄 수 있는 것 아닌가. 당신에게는 뭐든 잘 보이고 싶은 그의 애교로 봐 주어도 좋을 것 같다.


2. 자기 안에 또 다른 자기가 있다는 남친

어떻게 보면 심각하지만, 간단한 문제일 수 있다.

남친이 가끔 이상한 소리를 하는데. 군대에 가서는 더 심해졌어요.
자기 안에는 또 다른 자기가 있데요.
그러면서 자기가 제어하지 못할까봐 겁난다구..

저를 정말 사랑하지만 또 다른 자기는 어떤지 모르겠다는 말도 하고
그런 얘기를 할 때 마다 무서워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정말 심각하게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저랑 헤어지고 싶어서 그러는 걸까요?


그래도 남자친구분은 아직 양호한 편이다. 내가 본 사연 중에는 남자친구 안에 빨강, 주황, 노랑...... 이런 식으로 7가지 자신이 따로 존재하는 사람도 있었다. 월화수목금토일 매일 다른 색깔의 남자친구와 만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다가 어느 날은 '블랙'이 찾아오기도 했다고 한다.

사춘기를 보낸 남자들이라면 대부분 겪은 경험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일곱색깔은 아니더라도 자기 안의 또 다른 자아가 존재하는 느낌. 내 주변에서도 그런 얘기를 한 사람들은 꽤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헤어지고 싶어서 그러는 거라기 보다는, 약간의 강박 증상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 말을 이상하게 생각하진 마시고, 전문의와 상담해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일곱색깔의 남친과 사귄 그 여자 분처럼

"오늘은 누구야?"

이런 놀이(응?)를 해 보시는 것도 괜춘할 것 같다.


3. 운세에 중독된 남친

이것도 비슷한 사연이 매뉴얼로 연재된 적 있다.

아마 제 얘길 들으면 다른 곰신들이 불쾌해 할 거예요..
전 남자친구가 너무 연락을 자주해서 고민이거든요.
근데.. 남자친구랑 전화통화로 나누는 얘기들이..
남들처럼 그런 사랑의 대화나.. 행복한 이야기들이 아니에요...
전부 운세얘기.. 남자친구가 당번병 이거든요..
아침마다 신문의 '오늘의 운세' 같은 거 보고 전화해요..
어디는 가지 말고 뭐는 하지 말라고...
편지보내도 어느 사이트 가서 토정비결 같은 거 뽑아서 보내달라고 하고..
처음엔 저도 재미있어서 같이 알아보고 그랬는데...
이젠 걱정되네요.. 면회오는 날짜까지 남자친구가 정해줘요..
이런 고민 하는 사람.. 저 밖에 없겠죠?


우선, 군대는 사람을 좀 집요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는 것을 먼저 알려드리고 싶다. 내 군생활 중에도 십원짜리 동전으로 반지를 만든다고 근 반 년 동안 숟가락으로 두드리고 칼로 갈고 하는 병사들이 있었고, 십자수 삼매경에 빠져 십자수 지갑을 만들어 팔 정도의 기술을 가지게 된 병사들도 있었다. 운동에 빠진 병사들은 헬스용품과 보충제에 매료되었으며, 큐브라고 불리는 장난감에 빠진 병사들은 더 어려운 단계의 큐브를 푸는 일에 여가시간을 바쳤다. 그 중 전문 트레이너 한 명을 제외하곤 이제 아무도 그 취미생활(?)을 하지 않는다.

운세에 대해서는 그 일을 업으로 하시는 분들도 계시기에 말하기가 좀 조심스럽지만, 복권같은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없어도 인생 사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으며, 그 운세가 정확하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처럼 복권에 당첨되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는 얘기다. 특히 '오늘의 운세' 같은 경우에는 해당 나이의 사람들 모두의 운세를 한 줄로 표시하고 있을텐데, 그 한 줄을 재미삼아 볼 수는 있어도 하루의 지표로 삼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토정비결은 돌아가신 분의 정보를 입력해도 길흉화복이 나타나며, 사이트마다 결과가 다르다는 이야기로 대신하겠다.

"결혼하면 남자가 죽어."

결혼하기 전 이 얘기를 어느 용하다는 분에게 들었던 부부를 알고 있는데, 아직 잘 살고 계시다. 남자친구 분의 행동도 잠깐이라 생각하니, 너무 걱정하시진 말길 바란다. 돈 주고 왜 걱정을 사오는 지 여전히 이해가 안 되지만 말이다.



막상 이 상황에 처한 당사자분들은 이것보다 더 큰 고민은 없다고 하실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위의 사연들 보다 심각하게 느껴지는 사건들은 있었다. 지식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인생의 의욕이 없어 자살시도 한 남자친구에 대한 사연이 있었고, 사이비 종교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남자친구에 대한 사연도 있었다. 고민의 길고 짧음을 가리자는 얘기가 아니라, 여자친구를 신용불량자 만들고 이별을 통보한 커플의 사연만큼 막막한 상황은 아니니 희망을 가지자는 얘기다.

마음껏 사랑하고 있는 그대들이 눈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