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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에서 ROTC 후보생으로

여학생에서 ROTC후보생으로

 - "智·信·勇"  6인(人)의 영남대 여성 ROTC 후보생을 만나다 -




2010년 대한민국 첫 여성 ROTC 제도가 시작되면서 영남대학교는 '여성 ROTC 시범대학'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영남대는 9명의 여성장교를 배출하였으며, 현재 4학년 9명, 3학년 3명의 여성 ROTC 후보생들이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 군 최초로 전투병과 여성 장군에 오른 송명순 준장처럼 제2, 제3의 여성 장군을 배출하겠다는 포부가 남다른 영남대를 찾아 학군사관 53기 6명의 여성 ROTC 후보생을 직접 만나 보았습니다.


* ROTC(학군사관후보생 : Reserve Officer's Training Corps) : 학생군사교육단이 설치된 4년제 대학교 등의 재학생을 선발하여 2년간의 군사교육을 실시하고 졸업과 동시에 장교로 임관하는 제도. 2010년도 숙명여대에 처음으로 여성 학군단이 설치된 뒤 2011년부터 여성도 선발하고 있다.


영남대 4학년 여성 ROTC 후보생들 모습


우리 군의 여군 숫자는 이미 9,000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여군 1만 명 시대'가 곧 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군대에 가고 싶은 여성들, 특히 대한민국 장교로서 조국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각오가 남다른 영남대 여성 ROTC후보생들을 만나 ROTC 지원 동기와 학업과 훈련과정, 직업관, 임관 후 역할, 후배들에 대한 조언 등에 대해 들어 보았습니다.



홍연주 후보생(행정학과) : 장교라는 직업을 동경...


Q : 여성 ROTC를 지원하게 된 동기는? 부모님, 친구들의 반응은?

A  : 어릴 적부터 제 꿈은 여군이었습니다. 제가 영남대에 입학했을 때 최초 여성 ROTC를 학교에서 선발하게 되었고, 그래서 1학년 때부터 ROTC를 지원하려고 준비했습니다. 부모님과 친구들은 제가 여군이 되는 것이 꿈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ROTC를 지원하면서 많은 응원을 받았습니다.


Q : ROTC를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 무턱대고 군인의 겉모습만 보고 지원하려는 후배들이 있다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지원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또 한순간의 반짝하는 호기심이 아니라, 한 나라의 군인이 되어 진정으로 나라를 지키고 싶다는 애국심을 가지고 지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후보생이 되신다면 동기들과 땀 흘리며 훈련받는 매 순간 순간이 값지다는 걸 느낄수 있을 것입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파이팅!




문단비 후보생(건설시스템공학과) : 진정한 리더로서 경험...


Q : 여성 ROTC 지원과정과 선발가정, 준비해야 할 사항들은?

A : 여성 ROTC 역시 남성과 같은 시기에 지원 및 선발이 됩니다. 매년 3월에 학군단에서는 대학 홈페이지와 교내방송과 신문, 포스터 및 현수막을 활용하여 홍보활동을 하고 있으며 대학 2학년이 지원할 수 있습니다. 

선발은 직무적합도, 국사, 인성검사 등의 필기평가를 통해 1차로 선발된 인원에 한해 체력측정, 신체검사 면접평가를 거친 후 신원조회를 통해 최종 선발이 됩니다. 저 개인적인 경우 필기시험에 우선을 두고 준비했습니다. 필기평가는 서점에서 판매하는 책을 구매하여 매일 공간능력과 지각속도 분야에 대해 공부를 했습니다. 지원자 중에서는 국사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국사가 필기평가의 당락을 좌우하는 것 같습니다


Q : 앞으로 소대장으로 임관하면 어떤 장교가?

A : 소대원들의 말을 주의 깊게 경청하는 소대장이 되고 싶습니다. 올해 여러 군 관련 안타까운 소식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소대장이 된다면, 병사 한 명 한 명마다 가지고 있는 어려움이나 고민거리들을 잘 파악해서 같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장교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또 수많은 사람 앞에 서는 것에 대해서 심리적 부담이 큰 편인데, 군 생활을 하면서 이러한 공포증 또한 이겨내어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장교가 되고 싶습니다.



손혜연 후보생(건설시스템공학과) : 어릴 때부터 군인이 되고 싶어...


Q : 학업과 군사훈련을 병행하는 데 있어 어려움은?

A : 학과 전공수업은 3, 4학년 때 가장 많이 수강합니다. 저는 공대생 이어서 3학년 때 전공 심화수업이 많지만 전공공부에 어려움을 느낀 적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군사학 수업과 훈련으로 인해 학과 공부에 어려움을 느낀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학군사관후보생 생활을 통해 일반 대학생과는 달리 더욱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또한, 군사학 수업만 매번 있는 것이 아니라, 체육대회, 충성제, 해외군사문화탐방 등의 행사를 통해 많은 추억을 쌓을 기회가 있습니다.


Q : 전투병과를 희망한 특별한 이유가?

A : 남자 후보생의 경우 특정 병과를 제외하고는 자산의 전공에 따라서 병과를 선택하게 되지만, 여후보생의 경우엔 자신의 전공과 상관없이 병과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ROTC를 하는 2년 동안 임관한 선배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어보았고, 훈육관님과 많은 상담을 해보고 선택한 병과는 공병이었습니다. 중장비를 다루고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어렵고 힘든 병과 선택일 수 있었지만, 오히려 그 부분이 다른 병과에 비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흥미와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박은지 후보생(사회학과) : 국가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기회...


Q : 군사훈련이 체력소모가 많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평소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A : 평일 아침과 오후 시간대에 학군단에서 체력단련을 꾸준히 시행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대학생활간 건강달리기나 마라톤 등에 참가해 체력단련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Q : 임관 후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A : 어떤 임무를 수행하더라도 장교로서 생활한다는 것이 매우 기쁜 일입니다. 그러나 욕심이 있다면 소대장으로서 소대원들과 동고동락하며 생활해 보고 싶습니다. 군대가 아니면 젊은 나이에 많은 부하들을 지휘 및 관리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곳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대장이 되어 소대원들을 책임지고 지휘하고, 그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여자로서는 쉽게 경험해볼 수 없는 일이라 더 이끌렸던 것 같습니다. 사회에서는 쉽게 경험해 볼 수 없기에 임관시 꼭 전투병과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강민정 후보생(중어중문학과) : 여성의 군에서 역할 확대...


Q : 군대에서 여성의 역할이 확대되는 추세에서, 업무능력에서 여군만의 장점이 있다면?

A : 군대는 대부분 남성으로 편성되어 있다 보니 다소 경직된 면이 없지 않다고 봅니다. 이런 군대 조직의 특성에서 여군들은 특유의 섬세함과 유연함으로 군 업무환경과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여깁니다.


Q :  군생활과 관련하여 자신의 장단점은?

A : 저는 낯을 가리지 않는 성격으로, 많은 인원이 함께 어울려서 생활하는 단체생활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현재 후보생 생활도 즐겁고, 또한 힘든 입영훈련 중에는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고 미간의 주름을 세우기보다 입가에 미소를 지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낭창하다고 꾸중도 듣곤하지만, 후보생 생활을 통해 쌓은 저만의 노하우라면 노하우일 것입니다.(ㅎㅎ)




박효빈 후보생(행정학과) : 국가와 군에 꼭 필요한 사람...


Q : 남(男) 후보생들과 지내거나 훈련하면서 어려운 점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A : 이 질문은 오히려 男 후보생들에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남성 후보생들과 지내면서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습니다. 에피소드라면 예전에 훈련을 처음 받았을 때는 서로 공간이 분리되어 있어도 남녀 후보생 모두 옷을 갖춰 입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성보다는 동기로서의 인식이 강해져서 편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또한, 캠퍼스를 다닐 때나 학과에서 발표할 때 단복을 입고 나가면 주위 시선을 은근 즐기는 것도 학군사관후보생만의 묘미겠죠.(^^)

주변에 사람들이 여자들은 따로 교육을 받는게 아닌지 물으시는데 저희도 똑같이 교육을 받습니다. 초반에는 체력이 많이 부족해서 예를 들어 남후보생과 함께 뜀 걸음을 하면 뒤처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뒤처지면 눈에 더 잘 띄어 여 후보생이라 그렇다는 얘기가 나와서 더 이를 악물고 뛰려고 노력했더니 지금은 크게 어려움을 못 느끼는 편입니다.


Q :  앞으로 여군 지원이 늘어날 것 같다.  여성 ROTC를 희망하는 후배들에 대한 조언은?

A :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점도 많을 수 있겠지만 반드시 이겨내는 길입니다. 그런데 군인은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직업으로 다른 직업에 비해 높은 사명감과 윤리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때로는 여성으로서 개인 권리보다 군인으로서 임무수행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따라서 높은 국가관과 역사관을 먼저 가져야 할 것입니다.



군인의 길을 선택한 늠름한 영남대 여성 ROTC 후보생들


청춘과 캠퍼스의 달콤한 낭만 대신 군인의 길을 선택하고 학업과 힘든 훈련을 병행하며 어느새 4학년이자 ROTC 2년차 후보생이 된 영남대 여성 ROTC 후보생들. 여성 ROTC 후보생이 되기 위한 경쟁률이 지난해 5.17대 1에서 올해는 6.08대 1로 약 17% 증가했다고 합니다. 2010년 최초 모집할 당시 7개 대학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70개 대학으로 확대되었고, 모집인원 역시 60명에서 250명으로 4배가 증가했습니다.

여느 여대생들처럼 발랄하고 앳되어 보이기도 했지만 조국을 위하겠다는 포부는 남달랐습니다. 이들은 앞으로 군에서 군인으로서의 전문성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장차 대한민국의 곳곳에서 여성 안보전문가로서도 그 역할을 선도할 것이라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 글/사진 : 이완희 육군 블로그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