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의 여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요!"
육군 60사단에서 부관장교로 근무 중인 홍주희 대위는 생후 25개월의 딸아이를 둔 대한민국의 여군이자 워킹맘이다. 아이에게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시기이지만 군인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함께 하는 시간이 늘 부족하였다.
기존의 육군 일과 시작시간은 하계 08시, 동계 08시 30분에 시작되고 업무 준비를 위해 대부분의 간부는 07시를 전후하여 출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홍대위의 25개월된 딸 규원이의 하루도 다른 아이보다 훨씬 일찍 시작된다.
하지만 육군의 일과 시작시간이 09시로 조정되었다. 육군은 지난 2월 17일부로 일과 시작시간을 09시로 조정하여 다양한 유형의 10개 부대를 대상으로 시험 적용 중이다. 이후 대상부대를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오는 10월 1일부로 육군본부와 육본 직할부대(전방사단, 동원·향토사단, 군수부대, 학교기관 등)에 적용함으로써 모든 부대에서 시행할 예정이다.
단, GOP 및 해·강안 경계를 담당하고 있는 부대, 전투준비태세와 상황근무 체제 유지가 필요한 부대 및 인원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고 현행대로 24시간 정상 가동된다.
"아이와 함께 아침을 먹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평소 같았으면 07시 출근을 위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해야 되는 시간이지만 일과 시작시간 조정으로 인해 홍대위의 가정은 출근 전 1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덕분에 규원이는 여느 아이처럼 잠투정을 부리며 엄마와 함께 아침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는 제대로 챙겨 주지도 못하고 잠에서 덜 깬 아이를 어린이집이 맡기고 출근하기에 바빠 엄마로서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특히, 어린이집이 일찍 열지 않아 매번 사정사정해서 겨우 맡기고 출근하면 아침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하였다.
"일과시간 조정이 가져다 준 작지만 큰 행복!"
그렇다면 병사들의 일과시간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간부의 경우에는 동·하계 모두 동일하게 09시부터 18까지 일과가 진행되며 병사들은 06시 30분에 기상하여 09시 30분부터 17시 30분까지이다. 이후 자율활동 시간을 갖고 22시에 취침을 하게 된다. 종전에는 하계 때는 06시에 기상을 하였는데 이제 동·하계 모두 동일하게 06시 30분에 기상을 하게 된다.
"하루 중 가장 바쁜 아침 시간에 여유가 생겼어요!"
생활관에서 만난 장병들의 표정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그동안 기상과 동시에 아침 점호 및 세면, 식사, 청소, 오전 일과 준비 등으로 눈코 뜰 사이가 없었던 병사들은 이제 취침 시간이 30분 늘어났고 기상 후 일과를 시작하기 전까지 약 3시간의 시간적 여유로 인해 맡은 바 임무를 보다 차분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장병들의 생활에 긍정적인 변화와 함께 복무만족도가 높아지고 전투력 향상에도 기대할 수 있다.
사실 필자 역시 현역 시절 눈 뜨자마자 먹던 아침 식사가 무척 고역이었으며 때로는 너무 바빠 제대로 씻지
못할 때도 있었기에 늘어난 1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해할 수 있었다.
육군 일과 시작시간 조정은 지난해 12월, 업무혁신을 통해 새로운 육군 문화를 조형해 나가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추진되었으며 육군에서는 장병 복무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전담 TF를 구성하여 일과 시작시간 조정 방안을 연구하였다. 육군에서는 관련 규정과 일반직 공무원·외국군 사례 등을 면밀히 조사하고 야전부대의 의견 수렴을 거쳐 지금의 시험적용 일과표를 마련하였다.
간부는 평소보다 30분에서 1시간 이상 출근시간이 늦춰짐에 따라 아침에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보장되었고 어학 및 운동, 자격증 등 자기계발 여건도 마련되었다. 병사 또한 늘어난 취침시간과 오전 일과 전 1시간의 여유가 생김으로써 복무 스트레스가 대폭 완하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신병의 경우에는 체감도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끝으로 육군은 일과 시작시간 조정을 연말까지 시험 적용 후 개선 혹은 미비한 부분을 재차 분석 후 시행부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부대 유형별로 표준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아무쪼록 가장 바쁜 시간 아침 시간 대에 생긴 1시간의 여유를 통해 장병과 부대 모두 활기차고 효율적인 운영으로 군의 궁극적인 목표인 전투력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글/사진 : 황현 육군 블로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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