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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화와 곰신, 돈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

남친을 군대에 보낸 곰신들의 사연을 읽다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야기가 바로 '돈' 이야기다. 월급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돈 쓸 일 없을 것 같은 군대에서도 십만원 가까이 되는(계급에 따라 다르지만) 월급은 PX나 노래방, PC방 등을 통해 빠져나가고, 보급받은 물품 외에 샴푸나 로션, 세안제 등을 사서 쓸 뿐 아니라 멋쟁이(응?)들은 군화나 전투화를 자기 몸에 꼭 맞게 사서 챙겨두는 군인들도 있다.

그러다보니, 결국 모자라는 부분은 부모님이나 여자친구를 통해서 해결하려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고, 특히 군대에 있는 남친과 비슷한 또래의 곰신은 갓 직장에 들어가서 얼마 되지 않는 월급을 받고 있거나 학생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단 얘기다.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듣는다면 '그래봐야 군인이 돈 얼마나 쓴다고 그것 가지고 난리냐' 또는, '여자친구가 군대간 남자친구를 위해서 그거 하나 못해줘?' 이런 이야기를 할 지도 모르지만 정말 심각한 경우를 계속 겪는다면 분명 말을 꺼내기도 힘들고, 돈 때문에 서로 감정 상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아래의 경우를 살펴보자. 


 1. 휴가나온 남친의 휴가비 때문에

사람마다 각각 다른 모습의 휴가를 보내지만, 일부 아직 철이 덜든 군화의 경우 휴가를 나오면 떠들썩하게 먹고 마시며 친구들과 밤새 노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그 당시에나 한 번 해 볼 수 있는 일이라고 좋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비용을 모두 곰신이 부담해야 하는 경우 아래와 같은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자세한 상황은 모르겠지만, 휴가비를 일방적으로 자기 여자친구에게 부담하게 하고, 고참과 함께 나와 밥을 먹고도 여자친구가 계산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면, 뭔가 애초부터 경제적인 면에 있어 두 사람 사이에선 단추가 잘못 끼워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적은 월급이긴 하지만 자신도 월급을 받을 것이고, 만약 그 월급으로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면 여자친구에게 모든 부담을 다 떠안길 것 이 아니라 집에 도움을 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누가 돈을 내느냐를 떠나서 그 군화에게 무분별한 소비습관이 있을 수도 있다.

그 소비습관은 악순환처럼 반복될 것이고, 제대 후에도 갚을 능력이 없는 돈을 끌어다 쓴다든지, 여자친구가 돈을 벌고 있으니 그 돈은 곧 내 돈이라고 생각할 위험이 있을 수도 있단 얘기다. 군화와 곰신 관계를 떠나, 일반적인 사회의 커플이라고 생각해보자. 남자는 회사원이고, 여자가 대학생일 경우 남자는 소득이 있고, 여자는 소득이 없다는 이유로 여자의 생활비까지 남자가 다 부담하는 것은, 둘의 의견조율에 의한 경우면 몰라도 일방적으로 '가져다 쓰는' 관계일 경우 분명 문제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돈이 없을 경우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사고 싶거나 가지고 싶은 것들을 자제해야 하는 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쪽의 희생으로 나머지 부분을 충당한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장은 이야기를 꺼냈을 때 감정 상한 뉘앙스를 풍길지 몰라도, 정말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이해해주고 맞춰가 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2. 부대에서 뭐 좀 보내달라는 부탁 때문에

부대에서는 구할 수 없는 물건이 많은 까닭에 책이나 로션 등 여러가지 물건들을 사회에 있는 사람에게 소포등으로 부쳐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곰신들 역시 과자나 생필품등을 소포로 보낸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의무감이 아닌 사랑으로 군대에서 고생할 군화를 위해 보내는 것이겠지만, 일부 곰신들의 경우 무리한 요구를 하는 군화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사연을 가지고 있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곰신들에게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쉽게 가지게 된 것은 쉽게 쓸 수 있으며, 그 물건의 고마음움을 알기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군화에게 소포를 보내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군화가 필요로 하거나 미안해 하며 부탁하는 것이라면 상식적인 범위 내에서 보내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단, 불타는 열정으로 처음부터 오버페이스를 한다면, 결국 나중에는 지치게되고 상대방 역시 '사랑이 식었다' 거나 '마음이 변했다' 등으로 오해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내가 군에 있을 때 역시 이등병때에는 거의 하루에 한 통씩 쓴 편지를 몰아서 받다가, 일병이 되자 편지가 점점 줄어든 고참이 있었다. 그 고참은 당연히 그 편지의 수를 보며 여자친구가 변했다는 이야기를 종종했다. 반대로, 꾸준히 한 주에 한통씩은 편지를 받던 고참이 있었다. 귀찮을 법도 한데 그 고참은 받은 편지를 읽고 시간을 내 편지를 보내고, 상대방에게서도 빠지지 않고 편지가 왔다.

소포나 편지는 다른 곰신들과의 경쟁이 아니다. 현명한 군화라면, 똑같이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는 소포가 적다든지, 편지가 적다든지 하는 불평을 하지 않을 것이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사귀는 것도 아니요, 남들에게 자랑하려고 편지를 쓰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곰신의 입장에서도 페이스조절 없이 전력질주 하는 다른 이들을 무작정 따라한다면 금방 지치고 말 것이다. 또한 그럴 경우 '고마움' 보다는 '당연함'으로 인식 될 수도 있고 말이다.

자신은 정성이라며 하고 있는 일들이, 상대에겐 '당연함'으로 점점 인식되어지진 않을지 한 번 되돌아 보길 바란다. 나중에는 본래의 마음 마저도 의심하게 만드는, 스스로 발목 잡히는 일을 하고 있진 않은지 말이다. 


 3. 그 놈의 수신자부담 전화 때문에

눈치가 빠른 솔로부대원의 경우 주변의 남자들이 군대에 가면 은근슬쩍 핸드폰에 수신자부담 수신거부를 신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남자친구가 군대에 있는 곰신들의 경우, 수신자부담 수신거부는 남자친구와 통화를 하지 않겠다는 말이 아닌가.

수신자부담, 그거 몇 푼이나 나오겠냐고 말하는 분도 있겠지만, 여자친구가 아닌 아는 사람에게도 꾸준히 수신자부담 전화를 걸 경우 한달의 상대 핸드폰비는 10만원이 우습게 넘어버린다. 그보다 훨씬 더 많이 통화를 하는 곰신들의 경우는 어떻겠는가. 수신자부담으로 많이 통화를 할 경우 보통 20-30만원 사이의 전화요금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심한 경우는 그보다 더 많은 요금이 나오겠지만 말이다.

여자친구를 배려하는 군화라면 적어도 한달에 반 이상은 자신이 전화카드를 구입해 통화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 해도 여자친구의 핸드폰 통화료가 많이 나왔다는 말에 자신의 책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말이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통화료가 많이 나온다는 말에 그저 신경질을 내거나 모른체 하지 않을 것임으로 우선 대화를 나눠보길 권한다. 해결책은 서로 고민을 나누어 함께 찾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고민을 떠 안는 것이 아니다.

한가지 희소식은, 요즘 어느 기업의 인터넷 전화를 사용하면 부대에 동일 회사의 전화가 설치되어 있을 경우 무료통화나 파격적인 요금의 통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밝힐 경우 광고가 될 수 있음으로 이러한 방법이 있다는 것만 알려둘 생각이다. 곰신카페를 조금만 돌아다녀 보신 곰신이라면 이미 통화료의 부담없이 실컷 통화하고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조금 더 저렴하게 통화를 하는 방법은 인터넷 여기저기에 소개되어 있다.


이처럼 돈에 대한 곰신과 군화의 갈등은 서로 이해와 배려를 통해 해결될 수 있으며, 일방적인 경우는 그저 '여자친구'라는 명찰을 달고 있거나 '남자친구'라는 명찰을 달고 있을 뿐 이지, 많은 커플들이 대화와 행복함으로 키워가는 사랑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누가 벌고, 누가 쓰고, 뭘 요구하고, 뭘 들어주고의 문제를 떠나서 근본적으로 둘의 교감이 있는 것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단순히 돈 때문에 걱정하는 것 보다는 조금 나은 고민이라는 얘기다.

또한, 막연한 희생이나 맹목적인 연애를 하게 될 경우, 당신의 진심 마저도 오해를 받을 수 있으며, 당신의 정성이 참을 수 없이 가벼운 것이 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다른 커플들의 사랑을 모방해 맞춰 가려 하지말고 촛점을 당신과 군화, 둘의 관계에 맞춰야 할 때다.

고민은 툭툭 털고, 둘이 한 발짝 더 가까워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