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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간 남친, 어디까지 맞춰야 하는 걸까?


입대 시즌을 맞이하며 남친을 군대에 보낸 곰신들은 또 우왕좌왕이다. 물론, 한두 번 남친을 입대시켜 본 것이 아니기에(응?) 입대에 대해선 남친 보다 자신이 더 잘 안다는 곰신도 있긴 하지만, 그 수가 극히 적으니 후자는 이번 매뉴얼에서 제외하자.

그렇게 남친을 군대에 보내 놓고 나면, 얼마 동안은 그간 함께 지내온 시간의 관성에 의해 새 집에 이사를 온 것처럼 멍한 상태가 되기 마련이다. 남친이 훈련소를 거쳐 자대배치를 받았을 때까지도 여전히 '이사 와서 아직 짐을 풀지 않은' 마음으로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어지는 첫 면회와 첫 휴가. 이 시기에 남친의 부모님을 뵙게 될 경우, 아직 정리도 안 된 집에 누군가가 찾아오는 것처럼 마음이 더 어수선해지기 마련이다.

자, 그렇다면 '곰신생활 초기'라고 할 수 있는 이 시기엔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내 생활'은 남친에게 어디까지 맞춰야 할까? 곰신이라면 한 번쯤 겪게 되는 이문제에 대한 해답, 함께 생각해 보자.

1. 군대 간 남친에 맞춰서 휴학을?


함께 대학을 다니던 남친이 군대에 갔으니, 남친 제대 후 함께 복학할 수 있도록 휴학하겠다는 곰신들의 사연이 꽤 많았다. 서로 계획을 맞춰 훗날 함께 할 시간을 더 늘리겠다는 그 알콩달콩한 계획은 좋으나, 과연 그 계획이 생각대로 오차 없이 착착 진행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군대 간 남친과 학교를 함께 더 다닐 수 있도록 학업을 '일시정지'하겠다는 것은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다. 먼저, 그대가 '휴학의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휴학을 한 뒤에도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목표로 한 공부를 하는 등의 일을 할 수 있겠지만 어지간한 의지력 없이는 버티기 힘든 것이 '휴학생활'이다.

휴학생활을 어떻게 보내든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헤이해지기 마련이며, 과제와 시험이 계속 긴장하게 만드는 대학생활과 달리 휴학생활 중엔 세상의 유혹에 쉽게 노출된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자유시간'이 많아지고, 그 늘어난 자유시간만큼 남친의 빈자리를 더 크게 느끼는 위험이 있다. '자유시간'을 '기다림의 시간'으로 생각하게 된단 얘기다.

선천적으로 부지런함을 타고 난 까닭에 휴학생활을 보람차게 보냈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꼭 남자친구 때문만이 아니라 이런 저런 이유로 휴학을 했다 하더라도, 훗날 남자친구는 그대의 '휴학생활'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이상한 의무감을 가질 수 있다. 그대가 '보상' 따위를 원하지 않더라도 남친이 가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만약, 휴학을 꼭 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남자친구에게는 '나중에 함께 같이 학교 다닐 수 있도록'과 같은 이야기는 하지 말길 권한다. 제대 한 남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변해야 한다는 약간의 강박과 인생에 더 밀착해서 살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기 마련이다. 이처럼 무거운 생각을 혼자 떠안고 있을 때, 여기에 '기다림에 대한 보상'이 더해지면 '부담'이 되어 버린다. 알콩달콩한 둘의 계획이 훗날 '부담'이란 이름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지금 당장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남자친구에게 맞춘다며 미루지 말자.

2. 남친의 부모님, 부담스러우니 무조건 피할까?


자신의 부모님과 함께 면회 오라는 이야기를 하는 남친이나, 자신이 군대에 있으니 부모님께 이것저것 챙겨달라는 부탁을 하란 사연들이 종종 온다. 그 사연에서 곰신들은,

"이게 얼마나 부담되는 일인지 모르나 봐요. 자기는 우리 부모님 뵌 적도 없으면서, 저보고는 자기 부모님 챙기라네요. 그리고 여기서 면회 가려면 기차를 4시간 넘게 타야 하는데 남친 부모님이랑 무슨 얘기를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혹시 제가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봐 너무 싫어요. 이런 남자친구에게는 어떻게 거절하는 것이 좋을까요?"


라며 회피할 방법을 찾는다. 물론, 자신은 여자친구의 부모님 만나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면서, 여자친구에겐 자신의 부모님과 함께 면회를 오라는 얘길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군화들도 있다. 그런 군화들에게는 '부모님'과 함께 간다는 것이 마냥 즐겁고 쉬운 일은 아니라는 걸 알려주라고 이미 말한 적 있다. 그렇게 말을 해도 "그게 그렇게 어려워?"라며 실망만 내비치는 군화에겐, "우리 아빠 엄마랑 면회갈게."라는 이야기를 하라는 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게 남친의 '부탁'이라면, 되도록 남친의 부탁을 들어주길 권한다. 앞으로 남친과 함께하는 시간동안, 좋으나 싫으나 남친의 부모님을 만날 일이 많을 것이다. 지금 한 번 피한다고 해서 남친 부모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이 없어지진 않는다. 그리고 '인간관계'에 대한 자신의 기술은 계속 사람들을 마주해야 늘기도 하고 몸에 익기도 하는 거다.

그대에겐 남자친구가 반할만한 매력이 있지 않은가. 그 매력을 남자친구의 부모님에게도 보여주는 거다. 단, 어른들은 싹싹하고 예의바른 것에 초점을 두기 마련이니 그 부분만 주의하면 된다. 그리고 간혹 남친의 부모님이 취조하듯 그대에게 질문을 한다고 해도, 그 질문에 너무 의미부여하지 말고 여유롭게 대답하기 바란다. 그 질문에 현명하게 대답하는 것도 그대의 매력이 될 테니 말이다.

3. 다른 곰신들이 하는 것들, 다 해야 할까?


군인들에게 보낼 수 있는 물품 분야는 곰신들이 엄청난 개척을 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포, 편지, 장식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퀄리티의 것들이 즐비하다. 남친이 입대하는 날부터 전역하는 그 날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편지를 보낸 곰신이 있고, 발렌타인데이에 하나하나 초콜릿을 녹여 거대한 수제초콜릿을 만들어 보내는 곰신도 있다.

다른 곰신들의 이러한 이야기들을 접하다 보면, 뭔가 자신은 부족한 것 같고 남자친구에게 소홀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그렇게 뭔가를 하는 것만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아니니 말이다.

언젠가, 자신은 자취방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지만 남자친구에게는 남부럽지 않은 간식과 생필품을 사서 보낸다는 곰신의 사연을 받은 적이 있다. 스스로는 '정성'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남친 입장에선 그렇게 보내는 곰신의 소포가 점점 무감각해지기 마련이다. 당연히 소포를 받을 때 마다 고마운 마음이야 들겠지만, 곰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서 얼마만큼의 희생을 하며 그 소포를 마련하는지 체감하기 어렵단 얘기다. 극단적인 경우, 곰신의 '희생'에 감사하기 보단 늘 받는 그 소포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될 위험도 있다.

군대에 있는 남자친구에게 용돈을 준다는 곰신의 사연 역시 마찬가지다. 왜 스스로 '여자친구'의 역할만이 아닌 '부모님'의 역할까지 하려 하는 건가. 나도 군대를 다녀왔지만, 군대에서 돈이 없어 생활이 어려울 지경에 놓이게 될 일은 절대 없다. 공부를 하려고 하는데 문제집을 살 수 없다든가, 아니면 야외 훈련이 많은데 월급을 다 써서 핫팩 등을 구입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되도록 남자친구에게 용돈을 주는 일은 하지 않길 권한다.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생활 하지만, 돈이 있으면 있는 대로 쓰는 것이 사람 아닌가. 남자친구 면회 가서 용돈을 주고, 휴가 나오면 휴가비로 쓰라며 용돈을 주고, 담배가 떨어졌다고 하면 담배 사라고 돈을 부쳐주고, 그러다간 그냥 그대는 남친의 '지갑'이 될 수 있다.

넘치는 것은 모자란 것 만 못하다. 매일매일 편지를 써서 보내고 싶다면, 아예 노트를 마련해 일기 형식의 편지를 써서 모아두는 것이 낫다. 남친의 입장에서 매일 오는 편지를 받아 보는 것이 기쁨이 될 수 있겠지만, 그 편지에 모두 답장을 해야 한다는 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부담이 되지 않는다 해도, 일방적인 관계는 언제나 기울어지기 마련이다. 당신은 늘 90만큼의 감정을 표현하고, 남친은 거기에 10만큼의 감정으로 답하는 관계가 형성되는 것은 좋지 않다. '정성'이라 생각하며 스스로 둘의 관계를 망치지 말길 권한다.

정리하자면, 자기 생활의 축을 '남친'에게 두지 말고 스스로에게 두자.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지만 지구 스스로도 도는 일을 계속 하고 있지 않은가. 남친이 군대를 가게 돼 잠시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온 신경을 그곳에 쏟지 말고 자신의 생활에 먼저 집중하자.

남친이 군대에서 제대했을 때, 둘 다 서로의 축이 없다면 무너지고 만다. 남친도 군대에서 선후임, 동기들과 어울리며 자신의 생활을 구축하듯, 곰신도 곰신 자신의 생활을 먼저 구축하자. 자기 생활의 축이 없다면 곰신 자신이 먼저 외로움과 기다림에 지치게 될 것이다.

남친이 군대 가기 전, "내일 봐."하고 서로의 집에 들어가 자고일어나면, 다음 날 아무 문제없이 또 웃으면 만나지 않았는가. 그 기간이 좀 더 길어진 거라 생각하자. 내일 보자는 인사를 나누곤 집에 돌아와, 혹시 내일 못 보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떨거나, 내일 다시 만나는 시간까지의 기다림이 너무 길어 뜬 눈으로 밤을 새는 곰신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바로 그렇게 믿고 서로 의지하며 생활에 집중 하는 거다.

또 다른 요인들로 인한 갈등과 다툼, 그리고 갑작스레 찾아오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는 앞으로 매뉴얼을 통해 '해결책'을 함께 찾아 볼 예정이니, 그대의 첫 마음은 "내일 봐."라는 인사를 나누고 집에 돌아왔을 때처럼, 차분하고 정돈된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꼭 기억해 두길 바란다. 그대의 고무신이 꽃신이 되는 날까지 온 힘을 다해 그대를 도울 것을 약속하며, 이번 매뉴얼은 여기서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