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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軍/현장취재 365

군대간 여자들

사진 : 강원대 시각멀티미디어디자인학과 김상훈 교수(www.kishkim.com)

육군 부사관 학교와 훈련소… 이곳에서 여군 부사관 후보생들이 땀을 흘리며 군인으로 태어나고 있다. 전쟁터에서 남녀가 없듯이 군대 훈련에도 남녀 구분이 없다. 15주 군사교육 과정이 끝나면 남녀는 없어지고 군인만 남는다.

여군 부사관 후보생으로 합격을 하면 육군 훈련소에서 5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을 받고 육군 부사관학교로 가게 된다.


육군 훈련소에서 화생방 교육을 받고 있는 부사관 후보생들


부사관 학교에서 처음 찾은 곳은 독도법 강의실… 부사관 후보생들의 책상은 복잡한 지도로 가득 차 있었다. 재미있는 예를 들어가며 달변을 토하는 교관의 강의에 그녀들의 눈은 초롱초롱 했고 3분마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침반의 뚜껑을 열고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이 대학 강의실 뒷자리에서 여학생들이 화장품 거울을 들여다보는 모습을 연상시켰다.


강의실을 나와 이번엔 가파른 언덕에 위치한 야외 교장으로 갔다. 공포탄, 폭음탄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는 가운데 여군 후보생들이 남자 후보생들 사이에 섞여 가상 적군을 향해 크레모아 격발기를 누르고, 연습용 수류탄을 던지고 있었다. 남자인 필자도 폭음에 정신이 없는데… 여자들이 폭음에 상관없이 침착하게 훈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부대 연병장으로 다시 돌아오니 다른 중대가 태권도로 체력단련을 하고 있었다. 아직은 빨간 띠인 여군 후보생들은 검은 띠를 따기 위해 열심이다. 단독군장으로 영내 구보를 하고 있는 중대를 발견하고 뛰어서 따라가 보니 여군 교관이 후보생들을 다그치고 있다. “소리, 그렇게 밖에 안 나오나!” “더 크게!” “발 맞춰!” 벌써 오래 전부터 뛰어왔던지, 후보생들은 얼굴이 땀으로 얼룩져 있었고 여자 후보생들 중 몇 명은 대열에서 뒤쳐지고 있었다. 그런데 한 여군 후보생이 뭔가에 발이 걸려 넘어지면서 총을 떨어뜨렸다. 그 후보생 곁에서 함께 뛰던 후보생이 총을 집어주려 하자, 어느새 교관이 옆에 와서 소리친다. “주워 주지 마! 네가 주워!” 부사관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자기를 도와줄 사람보다 자기가 도와줘야 할 병사들이 기댈 수 있는 든든한 간부가 되어야 하기에 교관은 후보생들을 강하게 교육시키고 있었다.


연병장에서 온몸의 땀을 식히고 숨을 고른 여자 후보생들은 생활관으로 들어가는 길에 언제 악을 쓰며 숨을 헐떡였냐는 듯 사진을 찍어달라고 환하게 웃으며 V자를 만든다.


군복과 총만 없다면 홍대앞 스티커 사진집에서 활짝 웃고 있는 여학생들과 다를 바 없이 건강하고 밝은 모습이다. 이들이 화장대신 위장을, 전투화를 신고 육체적으로 힘든 훈련을 마다 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들처럼 여군 부사관이 되려는 사람들이 많아 수십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사관이 되려고 많은 이들이 몰리는 이유는 직업의 전문성, 안정성 등을 들 수 있다. 청년 실업 등이 어제 일이 아닌 현실에서 정년이 보장되고 연금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직업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부사관 후보생 합격을 위한 전문 학원, 대학 부사관 학과까지 생겨나고 있다.(부사관 지원 세부정보는 육군 부사관학교 홈페이지 http://www.nco.mil.kr/ 에서 확인하세요)

식사를 마치고 “남군 출입금지”라는 만화 캐릭터가 붙어있는 여자 후보생 생활관을 살짝 엿봤다. 생활관에 들어가니 여태껏 육군 여기 저기 다녀보면서 본 생활관과 분위기가 다르다. “강한 전사, 육군” 안에는 이렇게 “부드러운 전사, 여군”도 있었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교육과정을 예습, 복습하고 체력단련을 하고 있는 그들을 보면 군인임에 틀림없다.


훈육관이 후보생들의 내무반 정리 상태를 꼼꼼히 점검하고 있다.

웬만한 남자보다 운동량이 많았던 하루를 보낸 여군 부사관 후보생이 엄격한 점호를 마치고 녹초가 되어 침대에 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