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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어장관리 하는 남친, 어떡해?

 지난 주, 웹 서핑을 하다 ["내 남친 바람났네!"...10명 중 7명꼴로 양다리 경험]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미혼남녀 373명을 대상으로 '연인 사이 외도 범위와 경험' 묻는 설문을 했고, 그 중 10명 중 7명이 "애인이 있으면서도 다른 이성과 데이트, 스킨십, 성관계 등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많은 사람들이,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곰신에게는 '남자친구의 외도'에 대한 걱정이 없을 거라 생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 도착하는 사연들과 곰신카페에 올라오는 사연들엔 "군화가 다른 여자와 몰래 연락하고 지내는 걸 발견했어요."라든가, "휴가 나온 군화가 다른 여자를 만난대요."등의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군화의 '외도'가 발각된 거라면, 그 행위에 대해 잘못을 묻거나 해결책을 찾기가 쉽겠지만, 좀 애매한 경우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남친의 어장관리'이다. '우정'을 앞세우며 다른 여자들과 연락을 하거나,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자를 단호히 거절하지 않는 상황. 이 상황에서 처할 수 있는 현명한 제스처는 뭔지, 이 시간 함께 살펴보자.

1. 선을 정하자.

 
 위에서 소개한 설문조사 내용엔, '상대의 외도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항목이 있다. 그 항목에 대해 남녀 모두 '다른 이성과의 포옹, 스킨십(46.6%)'을 가장 높게 꼽았다. 재미있는 것은, 그 다음으로 꼽은 응답에서 남녀의 차이가 드러난다는 거다. 남녀의 그 다음 응답은,

남자 - 다른 이성과의 성관계(41.8%)
여자 - 다른 이성과의 데이트(20.3%)


였다. 난 이 응답에 흥미를 느껴 지인들에게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그저 개인적인 조사에 불과한 것이지만, 그 내용을 잠시 소개할까 한다. "여자친구가 있으며 현재 군복무 중인 상황, 휴가를 나왔는데 다른 이성이 단둘이 만나자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남자들 모두 "여자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만난다."는 대답을 했다. 그들은 "여자친구에게 말하지 않고 만나면 잘못된 거지만, 말하고 만나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반면, 여자들은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지만, 단 둘이 만난다는 걸 이해하기가 솔직히 어렵다."는 대답을 했다. 난 상황이 달라졌을 때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남자 지인들에게 입장을 바꿔 물어보기도 했다. "군복무 중인 상황,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단둘이 만난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자, "남자는 다 늑대라서 안 된다. 단둘이 뭐 하러 만나는가?"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위에서 밝힌 대로,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벌인 조사니 결과에는 너무 신경 쓸 필요 없다. 단, 서로의 '입장'이 바뀌었을 때, 대답이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하자. 행위의 대상이 '나'일 때와 '상대'일 때의 답변이 달랐다는 점 말이다.

 "그게 말이 돼?"라며 나와는 너무 다른 상대의 생각에 화를 내기 보다는, "내 입장이라면 어떨 것 같아? 내가 그런다면 넌 어떨 것 같아?"라고 묻는 게 효과적이란 얘기다. 그리고 이러한 입장 차이에 대해선 갈등이 생기기 이전에 서로의 '선'을 정하는 것이 좋다. 전화통화, 편지, 휴가 등으로 군화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때, 이런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 두는 것이다. 선이 불분명하면 모른척하며 밟기 마련이지만, 뚜렷한 선이 있으면 함부로 넘지 못한다는 걸 기억하자.


2. 우정이라는데, 이해해야 할까?


 "남녀 간의 우정은 존재하는가?"에 대해서는 단언하기가 어렵다. 노멀로그를 통해서는 "남녀간, 우정은 존재하기 어렵다."라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지만, 그렇다고 "남녀 간의 우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못 박을 수도 없는 일이다. '남녀 간의 우정'에 대한 매뉴얼에선 소설가 이태준의

"이성 간의 우정은, 동성 간의 우정과 재료가 다르다."


라는 문장을 중심으로, "이성 간의 우정이란, 기름통을 옆에 두고 모닥불을 피우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불길이 거세져 기름통에 불이 옮겨 붙거나, 잘못해 기름통을 쏟거나, 기름의 휘발성으로 인해 '큰 사고'가 날 위험이 있단 얘기였다.

"난 그러지 않을 자신 있어. 그런 사고를 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


라는 얘길 하며 조심하더라도,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상대가 다가와 사고가 일어날 수 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실수로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런 까닭에 난 곰신들에게 군화가 '우정'을 강조하더라도, 되도록이면 '부탁'을 해서라도 두 사람만 만나는 일은 피하길 권한다. 가능한 일이라면, 그 자리에 곰신이 함께 나가도 좋다. 논란의 여지가 다분한 말이지만, '곰신'을 내 여동생이라 생각하며 힘주어 말한다. 기름통 옆에 두고 모닥불 피우겠다는 남친은 막길 말이다.


3. 첫 사랑과 옛 여친, 그리고 사심.


 외부와 단절된 곳에 있다 보면, 밖에 있는 사람들이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특히 군대에선 '경계근무'를 서야 하는데, 총을 들고 한 시간, 두 시간 서 있다 보면, 수많은 생각들이 찾아온다. 가족과 여자친구부터 시작해 어린시절과 학창시절의 추억, 그리고 첫사랑의 기억까지 떠오른다.

마음에 불어오는 바람에, 사람은 움직이기 마련이다. 그간 잊고 지내던 사람과의 추억이 떠올라 그 사람에게 편지를 쓸 수도 있고, 소식이 끊겼던 사람의 연락처를 친구들에게 수소문해 전화를 걸 수도 있다. 요즘은 부대에서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기에 미니홈피나 메신저, 메일 등을 통해 연락을 할 수도 있다.

"아니, 그럼 여자친구가 있는데 첫 사랑이나 옛 여친에게 연락할 수 있다는 건가요?"


라고 묻는 곰신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전부가 그런 건 아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닌데, (참 어려운 일이지만, 많은 군화들을 대신해 총대를 메고 대답하자면) 난 그럴 수도 있다. 다시 만나고 싶다거나 아직 그 시절을 못 잊어서 그렇다기 보다는, 과거에 이기적인 모습으로 저지른 헛발질들에 대한 사과와 안부 정도는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 사심 없이 할 수 있는 연락은 딱 거기까지다. 사연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처럼, 옛 여자친구의 방명록에 일기 같은 걸 쓴다거나,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는다거나, 휴가 나가 만나기로 한다거나 하는 일은 벌이는 건, 같은 남자로서도 쉴드를 쳐주기가 어려운 일이다. 그건 그냥 상대에게 '여지'를 남겨 두는 것 아닌가. 지금 하고 있는 연애가 위태로워지면,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피신처 같은.

곰신과는 분식 먹으면서, 다른 여자는 패밀리레스토랑 데리고 가는 군화에 대한 사연도 있었다. 그 사연에 대한 답을 하자면, 그 군화는 멍청하거나 나쁘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 여자는 군화의 옛 애인이고, 지금도 그 둘은 연락을 하며 지낸다고 했다. 군화는 곰신에게 "이젠 아무 감정 없어. 네가 질투하니까 이상하게 보이는 거지, 그냥 친구야."라고 했다는데, '난 떡볶이 사주고, 다른 여자는 스테이크 사주는' 게 질투라니. 월급이 잘못 계산되어 오십만 원 쯤 적게 들어 들어와 항의하면, 그건 투정인가? 밑 빠진 독에 물 그만 붓고, 독부터 고치길 권한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안전벨트를 매는 것은 갑갑하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을 때에 비해 움직임도 자유롭지 못하고, 벨트가 몸을 압박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고가 났을 때, 목숨을 지켜주는 것이 또 안전벨트다. 종종 "안전벨트 덕분에 살았다."는 뉴스를 그대도 본 적 있을 거라 생각한다.

"구속하지 마. 걔와는 우정일 뿐이고, 절대 바람 같은 거 안 피워."


라고 말하며 어장관리를 하는 남친이 있다면, '안전벨트'얘기를 해 주기 바란다. 갑갑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지금 남친에게 하는 그 부탁이 '안전벨트'일 수도 있다고 말이다. 갑갑하다고 풀어 버리면, 필요로 하는 순간에는 벨트가 목숨을 지켜주지 못하는 그 '안전벨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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