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의학드라마 좋아하세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전문직종인 의사와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감동과 재미를 선사할 수 있어 국내외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TV드라마 장르입니다. 다양한 이유로 누구나 한 번 이상은 병원을 방문하기 때문에 다른 장르의 드라마에 비해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적게 느끼는 점도 하나의 이유라고 합니다. 뜬금없이 의학드라마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바로 군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장교들이기 때문입니다. 군 최고의 의료 기관인 국군 수도병원에서 장병들의 건강을 24시간 책임지고 있는 간호장교들의 일상을 살짝 엿보았습니다. └▶ 군 최고의 시설을 갖추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국군 수도병원
이곳은 별도의 부연설명이 불필요한 국군 수도병원입니다. 가장먼저 정형외과 수술․마취 간호처의 최문종 대위가 아미누리 취재팀을 반겨 줍니다. 그런데 최문종 대위의 설명을 듣다보니 뭔가 조금 이상합니다. 조심스럽게 확인해 보니 최문종 대위는 군의관이 아닌 간호장교라고 합니다. 보통 간호장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백의의 천사’나 ‘나이팅게일의 후예’ 같은 여성적인 이미지를 생각하면 최문종 대위는 청일점(靑一點) 그 자체입니다. 간호후보생 57기로 지난 2001년 임관한 이후 의무복무 중 군 의료기관 만의 매력을 느껴 2003년 장기복무를 결심하게 됐다는 최문종 대위. 국군 수도병원에서 현재 그의 업무는 수술과 마취에 필요한 천여 개의 물품을 관리하고 매월 120여 품목을 구매하는 물자 및 보급업무입니다. 하지만 그가 행정업무만 도맡아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하면 수술실로 달려가 군의관이 집도하는 외과 수술을 직접 돕기도 합니다. 보통 아침 7시에 출근해 밤 9시는 되어야 퇴근할 정도로 바쁜 하루를 보내지만 치료를 잘 받고 건강을 회복하는 장병들을 보며 피로를 잊는다는 그는 타고난 간호장교였습니다.
└▶의학드라마와는 달리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는 외과수술최문종 대위의 안내로 실제 정형외과 수술이 진행되고 있는 수술실을 방문했습니다. 군의관과 간호장교 등 6명의 군 의료진이 왼쪽 팔의 부러진 뼈를 다시 이어 붙이는 ‘상완골 골절 정복술’을 펼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실제 외과수술 모습은 의학드라마에서 묘사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수술에 임하고 있는 군 의료진의 모습에는 한 치 빈틈이 없습니다. 양해를 구하고 수술․마취간호처 마취간호장교인 박하늘이 중위에게 확인해 보니 수술 예상시간은 약90분이라고 합니다. 병사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며 수술실을 나왔습니다. 수술․마취간호처장 이인희 중령님의 설명에 의하면 군 의료기관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민간 종합병원과 모든 부분이 동일하다고 합니다. 간호장교들의 실력이 더 뛰어나다는 자랑도 잊지 않고 살짝 덧붙이십니다. 약 50여 직종의 군의관과 간호장교, 군무원 및 의무병이 각자의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수술․마취간호처에만 교육인원을 포함 56명이 근무 중이라고 합니다. 군 병원 중 가장 많은, 하루 평균 30건의 수술이 진행되고 있으며 1인 당 4~5회의 수술을 소화해 낸다고 합니다.
└▶ 환자들과 간호장교들이 분주히 복도를 오가는 신경외과 301병동의 모습정형외과를 나와 발걸음을 옮긴 곳은 알록달록한 게시판과 환자들과 간호장교들이 분주히 복도를 오가는 신경외과 301병동입니다. 외과간호처 간호장교인 권진영 대위님의 설명에 의하면 13명의 간호장교가 3교대로 하루 평균 8시간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고 합니다.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환한 미소와 함께 5일 동안 근무하고 2일 동안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괜찮다고 합니다. 신경외과의 경우 수술 여부에 따라 입원 기간이 정해지는데 전신마취수술의 경우 1개월, 국소 및 비(非)수술의 경우 2주 또는 후송이 결정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곳에도 환자들은 물론 같은 간호장교들의 사랑을 한 아름 받고 있는 청일점(靑一點) 간호장교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바로 꽃 미남이란 칭호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권용현 중위입니다. 특유의 섬세함과 따뜻한 손길로 환자를 돌보기 때문에 입원 병사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때론 군인의 본분을 망각한 입원 병사들을 따끔하게 훈계하고 군 생활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권용현 중위의 몫입니다.
└▶ 환자 체험 중인 새내기 간호장교 송용관 소위와 어엿한 고참인 권용현 중위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한 후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간호장교의 길을 선택했다는 권용현 중위는 지금 간호장교만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습니다. 낮번과 초번, 밤번의 3교대로 이뤄지는 간호장교의 업무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권용현 중위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한편 방금 전입한 새내기 간호장교 송영관 소위는 환자체험 중입니다. 오른쪽 발목에 깁스를 하고 불편한 걸음을 옮기며 병실로 향합니다. 간호장교로서 환자들의 고충을 좀 더 확실히 체험하고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한 신임 간호장교의 통과 의례라고 합니다. 가상 병명은 오른쪽 발목 골절. 보통 격렬한 축구 도중 가장 흔히 발생하는 사고 사례라고 합니다. 수술이 결정된 만큼 오전 10시부터 수술 준비를 하고 오후 2시부터는 생리식염수를 실제로 몸에 투여합니다. 환자체험은 수술이 예정된 다음날 아침까지 계속됩니다.
└▶권용현 중위를 만나기 위해 외과간호처를 방문한 방기표 상병입니다. 송용관 소위가 환자체험 중인 병실에서 나와 다시 외과간호처를 방문하니 잘생긴 병사가 간호장교들과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누구인지 확인하니 권용현 중위를 만나기 위해 외과간호처를 방문한 제55사단 방기표 상병입니다. 지난 2월 바늘상 연골 파열로 이곳 국군 수도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는 방기표 상병은 이제는 완쾌돼 유격훈련도 뛸 수 있다며 활짝 웃습니다. 수술이 잘된 것은 물론 권용현 중위의 남다른 관심과 치료가 재활에 큰 도움이 됐다는 방기표 상병의 말에 다른 간호장교들은 섭섭함을 감추지 않습니다. 권용현 중위 외에도 많은 간호장교가 외과간호처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권용현 중위의 하늘 높은 인기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순간입니다. 군 의료현장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남성 간호장교들의 활약상을 소개하다 보니 제한된 분량을 초과했네요. 국군 수도병원의 이야기는 다음회로 이어집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남성 간호장교 처음 군 병원을 찾는 대부분 장병들이 가장 놀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청일점 남성 간호장교의 존재다. 의학드라마 덕분에 예전보다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군의관과 남성 간호장교를 혼동하는 장병들도 있다고 한다. 의외로 많은 장병들이 ‘간호장교는 모두 여성’이라는 잘못된 통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성 간호장교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다. 1974년 10월 첫 남성 간호장교가 임관한 이후 현재까지 적지 않은 숫자의 의학도들이 군의관이 아닌 간호장교의 길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800명이 넘는 간호장교 가운데 현재 남성 간호장교의 비율은 약3%로 소령에서 소위까지 다양한 계급과 군 의학 분야 전반에 걸쳐 활약하고 있다. 실제 남성 간호장교의 치료를 받은 장병들의 만족도 역시 매우 높다. 어떤 병사들은 간호장교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청일점 남성 간호장교 때문에 깨졌다는 불만 아닌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하지만 열이면 열, 이런 불만을 토로하는 병사 대부분은 남성 간호장교에 대해 잘 모르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남성 간호장교의 치료를 받은 병사들은 무엇보다도 때론 형처럼, 때론 친구처럼 함께 공감하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부분을 가장 큰 장점으로 손꼽았다. 이들에 대한 같은 간호장교들과 군의관들의 평가 역시 매우 높다. 남성 간호장교들만이 처리할 수 있는 업무가 많기 때문이다. 남성 간호장교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그 미래는 매우 밝다. 한편 간호장교가 되는 길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일반 4년제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간호사 면허증을 취득한 뒤 간호장교로 임관하는 경우와 국군간호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간호장교로 임관하는 방법이다. 전자의 경우 성별에 관계없이 간호장교에 지원할 수 있으며 후자의 경우에는 국군간호사관학교의 특성 상 성별의 제한이 있다. 현재까지 남성 간호장교가 되는 방법은 간호장교에 지원해 서류·면접·체력 측정을 통과하고 12주간의 군사 훈련을 이수한 후 소위로 임관하는 방법뿐이다. 그러나 군 내부에서 조차도 금남, 금녀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만큼 국군간호사관학교 역시 남자 생도의 선발을 추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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