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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의 무더위도 문제없다! 육군52사단 번개부대, 유격훈련 현장을 가다


비가 오지 않는 이상한 장마와 전국을 강타한 무더위에 숨쉬기조차 쉽지 않은 요즘입니다. 아직 본격적인 무더위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흐르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음료수가 간절하게 생각납니다. 하지만 이열치열(以熱治熱)! 무더위 정도는 문제되지 않는다며 우렁찬 함성과 함께 유격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장병들이 있다고 합니다. 수도방위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육군52사단 번개부대 장병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입니다. 정오의 태양보다도 더 뜨거운 열정으로 유격훈련에 임하고 있는 육군52사단 번개부대 장병들의 생생한 모습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오늘의 주인공들을 만나기 위해 수도권 인근에 위치한 육군52사단 유격훈련장을 찾았습니다. 도심에서 가까운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수목이 울창한 숲 속에 위치한 유격훈련장은 여느 전방사단의 유격훈련장 못지않은 완벽한 훈련여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비교적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유격훈련장 이곳저곳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는 장병들의 우렁찬 고함소리가 쩌렁쩌렁 숲속에 울려 퍼집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외나무다리 건너기, 기초 장애물 훈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병사들이 순서대로 외나무다리를 건너갑니다. 보기에는 쉽지만 실제로 외나무다리 위에 올라가 보니 중심잡기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교관의 짧고 명확한 설명과 조교의 숙련된 시범에 따라 병사들이 차례로 훈련에 임하는 모습이 믿음직해 보입니다.


이들의 훈련 모습을 뒤로하고 이번에는 뒤에서 계단오르기, 기초 장애물 훈련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정예 육군장병이라면 누구라도 예외 없이, 복무 중 최소 2회 이상의 유격훈련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유격훈련에 임하는 장병들의 모습만 보아도 고참과 신병의 차이가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경사진 계단을 뒤에서 오르기란 말처럼 쉽지 않지만 고참 병사들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척척 계단을 올라 힘차게 두 팔을 양 옆으로 뻗습니다. 하지만 처음 유격훈련을 받는 신병들의 모습은 마치 처음 걸음마를 땐 아기처럼 모든 것이 어설프고 위태로워 보입니다. 하지만 번개부대 장병들에게 포기란 있을 수 없습니다. 다른 전우들의 박수와 응원에 힘을 얻어 장애물을 하나씩 극복해 나갑니다. 이렇게 신병은 강인한 전사로 단련되어 갑니다.


이번에는 엮어가기, 기초 장애물 훈련장입니다. 보통 병사들은 꽈배기 훈련장이라 부르는 곳이지요. 각각의 봉을 차례로, 위아래로 통과하는 모습이 마치 꽈배기와 같다 해서 붙여진 별명입니다. 역시 책임교관이 짧고 명확한 설명과 함께 직접 시범을 보입니다. 봉 위로 올라갔다 다음 봉 아래로 내려가고, 다시 봉 위로 올라갔다 다음 봉 아래로 내려가기를 반복합니다. 역시 보기에는 쉬워 보입니다. 열심히 교관의 설명을 듣고 있는 병사들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스쳐지나갑니다. 무더운 날씨에 숲속에 위치한 유격훈련장 주변은 습도까지 높아 가만히 있어도 구슬땀이 흘러내립니다. 때문에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은 유격훈련을 받는 병사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돕는 자연의 선물입니다.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이거,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곳곳에서 안전망 그물 위로 떨어지는 병사들이 속출합니다. 하지만 유격훈련을 포기하는 병사들은 단 한명도 없습니다. 유격훈련을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하는 병사들에게는 이번 훈련을 꼭 통과하겠다는 스스로의 목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꾸만 손이 미끄러지고 실수를 연발하지만 병사들은 이를 악물고 훈련에 임합니다. 교관과 조교들도 병사들의 훈련을 적극적으로 돕습니다. 필요하다면 1대1로 병사들을 지도합니다. 유격훈련에 최선을 다하는 병사들의 모습을 보니 마음 한편이 든든합니다.


정신없이 유격훈련을 취재하다 보니 어느새 오전 훈련이 모두 끝났습니다. 유격훈련장 한편에 마련된 숙영지로 병사들이 복귀합니다. 숙영지 한편에서 배식준비가 이루어지고 오늘 배급을 담당한 병사들이 다른 전우들의 식판에 밥과 맛있는 반찬을 나누어 줍니다. 유격훈련 후 먹는 점심은 누가 뭐라고 해도 꿀맛입니다. 빈말이 아니라 조리병들이 마음껏 솜씨를 부린 밥과 반찬의 맛은 집에서 먹던, 어머니가 직접 해주신 밥과 반찬 못지않게 맛있습니다. 맛있는 점심을 배부르게 먹은 병사들은 오후 훈련을 위해 잠시 재충전의 시간을 갖습니다.


꿀맛 같은 휴식도 잠시, 이제 본격적인 오후 훈련이 시작됩니다. 오후 유격훈련의 시작은 바로 인공암벽 오르기, 기초 장애물 훈련장과 본격적인 산악 장애물 훈련에 앞서 실시되는 종합장애물 훈련장 입니다. 불의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장구를 착용하고 교관은 로프와 안전 고리의 연결 상태를 다시 한 번 꼼꼼하게 확인합니다. 종합 장애물 훈련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높은 곳에서 훈련이 이루어지는 만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철저한 감독이 이루어집니다. 훈련에 임하는 병사들 역시 긴장을 풀지 않고 진지한 자세로 훈련에 임합니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바로 유격훈련의 꽃이라 불리는 줄타기 훈련장입니다. 줄타기 훈련장은 통과하는 훈련과정의 줄 개수에 따라 외 줄, 두 줄, 세 줄로 나뉘어 있습니다. 푸른색 안전망이 설치되어 있지만 줄 위에 매달린 상태로 아래를 내려다보면 까마득한 높이에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득해 집니다. 전우들의 우렁찬 응원 소리도 잘 들리지 않습니다. 교관이나 조교들도 이때만큼은 유격훈련에 임하는 병사를 도울 수 없습니다. 진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허공에 뜬 다리는 덜덜 떨리고, 아무리 움직여도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낙오자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유격훈련은 곧 자기 자신과의 싸움, 진정한 대한의 남아가 되고자 하는 장병들에게 결코 지면 안 되는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군 경험이 있는 대부분의 대한민국 성인 남성에게 유격훈련은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유격훈련과 혹한기훈련을 2대 지옥훈련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막상 해내고 나면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는 훈련 또한 유격훈련입니다. 그늘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끊임없이 땀방울이 흘러내릴 정도의 무더위와 모기와 벌레들의 공격, 체력의 한계를 느끼게 하는 훈련과정에도 불구하고 유격훈련에 임하는 육군52사단 번개부대 장병들의 얼굴에는 자신감과 꼭 유격훈련을 완료하겠다는 의지가 서려 있었습니다. 6·25전쟁 60주년을 맞은 올해, 어떠한 적과 맞서 싸워도 이길 수 있다는 육군52사단 번개부대 장병들. 이들은 오늘도 국가방위의 최전선에서 제2의 6·25전쟁은 용납할 수 없다는 각오로 훈련에 임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