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의 선봉, 육군환경대대

연초부터 시작된 폭설이 3월까지 계속되더니 이제는 꽃피는 4월이라는 말도 무색할 정도로 싸늘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남의 일로만 여겨지던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이제 우리 주변에서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환경문제가 범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이때 우리 군에 환경문제를 전담하는 부대가 있다고 해 찾아가 보았습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한민국 육군에만 있다고 하는 환경대대의 활약상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출동명령이 떨어지자 병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곧 장비와 병력을 가득 실은 군용차량들이 굉음을 울리며 부대 정문을 벗어납니다. 여느 군부대의 비상출동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무엇인가 다른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바로 무기와 방탄복 대신 다양한 종류의 오염방제장구를 갖춘 세계 유일의 환경전담부대, 육군환경대대 병사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수정화처리 시설에서 환경오염물질이 대량으로 유출돼 하천에 유입되고 있다는 가상훈련상황을 부여 받고 사고현장으로 달려가는 이들의 모습은 사뭇 비장하기까지 합니다.

비록 가상훈련상황이지만 사고현장에 투입된 장병들의 모습은 한 치 빈틈을 찾을 수 없습니다. 소대장의 지휘아래 일단 전투복과 군화를 벗고 방제복과 방수화, 안전모와 마스크를 빈틈없이 착용합니다. 이들 안전장비야 말로 환경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병사 자신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기 때문입니다. 장병들이 안전장구를 착용하고 오염방제장비를 준비하는 동안 새로운 훈련 상황이 부여됩니다. 새로 부여된 훈련 상황에 맞춰 소대장이 각각의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립니다.

우선 환경오염물질이 하천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형 오일펜스가 2중으로 설치됩니다. 병사들이 힘을 합쳐 움직이니 순식간에 오일펜스가 거대한 반원모양으로 펼쳐집니다. 오일펜스를 고정하기 위해 병사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동안 다른 한편에서는 진공청소기처럼 환경오염물질을 강제로 빨아들이기 위한 유류회수기와 호스가 설치됩니다. 주로 기름과 같이 물보다 가벼워 수면에 떠오르는 오염물질을 제거하는데 아주 유용한 장비라고 합니다.

그런데 두 번째 오일펜스는 첫 번째 오일펜스보다 더 크게 설치되어야 합니다만 오일펜스의 길이가 짧아 반대편까지 닿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환경대대 병사들에게 이러한 돌발 상황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환경대대 병사들은 지퍼 형태로 되어 있는 오일펜스의 끝자락을 서로 맞붙여 2개의 오일펜스를 하나로 연결합니다. 불과 10분도 채 되지 않아 완벽한 형태의 2중 오일펜스가 설치됩니다. 이제 어떠한 환경오염물질이라도 환경대대 장병들이 설치한 차단선을 뚫을 수 없을 것입니다.

환경오염물질의 하천 유입을 완벽히 차단하자 본격적인 정화활동이 시작됩니다. 병사들은 각각 임무를 분담해 일부는 각종 환경오염물질을 미생물 분해할 수 있는 친환경 특수 용액을 오염지역에 살포하고 또 다른 일부는 흡착포와 같은 환경오염물질 제거장구를 사용해 오염물질을 제거합니다. 장병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니 순식간에 상황이 정리됩니다. 만약 더 큰 규모의 환경오염이 발생했다고 해도 환경대대가 투입 된다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비록 적과의 전투가 아닌 환경오염을 예방하고 오염된 환경을 정화하는 것이 환경대대 장병들의 임무이지만 이들에게 환경정화는 또 다른 형태의 전투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환경대대는 반환 미군기지 환경오염 초기대응 및 군 환경사고 지역 초동조치 임무를 위해 지난 2007년 6월 21일 공병대대에서 환경대대로 임무 전환되었고 공교롭게도 같은 해 겨울 발생한 태안 기름 유출사고 당시 군 최초로 사고현장에 투입되어 정화활동을 실시했습니다. 33일간 진행된 방제작전을 통하여 환경오염 정화에 특별한 능력을 보인 환경대대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태안군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으며 이후 3군 지역 내 이전 예정인 18개 미군기지에 대한 토양오염도 조사 및 유류회수 임무를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과 국토를 환경문제와 환경재앙으로부터 지키는 부대, 바로 환경지킴이 환경대대가 있는 한 환경오염으로 인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