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든든하軍/생생! 병영탐구

육군사관학교를 가다 上편


지난 1월 25일, 유난히 추운 아침 나는 용산역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나 기다림은 나로 하여금 설레이게 한다. 잠시후 대전발 KTX가 도착하였고, 육군본부에서 근무하는 박대위가 해맑게 웃으며 걸어나왔다.

"오랫만이예요 박대위님!"

"가츠씨 잘 지냈어요! 얼레? 군복은 왜 안 입고 왔어요?"

"헐! 전 예비역이라구요! 이러지 마세요!"

"오호 잘됐네! 이참에 입대해서 A급 보급품으로 딱 지급해줄게요! 앜ㅋㅋㅋㅋ"
 
어느덧 예비역 3년차인 내가 왜 현역 군인을 만난 것일까? 정말 재입대라도 할려는 속셈인가? 아쉽지만 아니다. 올해부터 박대위와 함께 생생한 군부대를 취재하러 간다. 사실 그간, 군대이야기만 작성하다보니 몸이 근질근질하였다. 유쾌한 경험이 될 듯 하였다.




김교수님의 차량을 타고 오늘의 목적지로 다시 이동하였다. 나의 첫미션은 대한민국 국군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육군사관학교였다. 군 시절, 육사 출신의 장교는 대대장, 연대장, 사단장급만 보았다. 이미 함께 하기에는 너무 먼 지휘관과 병사와의 만남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직 입학도 하지 않은 파릇파릇 꿈나무 예비 생도들과의 만남이다. 일반 군대로 치면 자대로 가기 전, 신병교육대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쉽겠다. 이들 또한, 생도 이전에 민간인이기에 혹독한 기초군사교육 훈련을 받아야만 한다.

"지못미!"




부대에 도착하자, 이미 예비 생도와 가족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오랫만에 위병소 근무를 서고 있는 군인들을 보자, 반가웠다. 특히, 오늘처럼 차량출입이 많은 날은 여간 피곤한 게 아니다.

"그래도 지금은 행복한거야! 형 때는 차량번호까지 다 기록했어!"

"..........."




"자네 눈빛이 살아 있군!"

"저 초상권 있거든요?"

위병소 옆에 위치한 안내소에서 신분을 확인하고 출입증을 받았다. 평소에도 언론에 노출되지 않는 곳으로 유명한 육군사관학교이기에 확인 절차는 철두철미하였다.




안내소에는 이미 많은 예비 생도들이 설레임 반, 아쉬움 반으로 가족들과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니, 5년 전 입대하던 때가 떠올랐다. 공교롭게도 나 또한 1월 25일에 102보충대로 입대하였다. 부모님과 마지막으로 먹은 닭갈비, 그 맛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맛있는 춘천닭갈비를 먹었음에도 반도 먹지 못하였다.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군!"




"강당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잠시후 우리들은 강당으로 이동하였다. 그 곳에서 예비 생도의 신원을 확인하였고 자신이 5주동안 생활하게 될 중대를 확인하였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중, 나의 시야에 딱 포착된 그녀, 거침없이 렌즈를 들이대기 시작하였다.




"현시간부로 전원 이상없이 다 입장하였습니다!"

시크한 그녀는 인원현황을 유선으로 보고하고 있었다. 나보다도 훨씬 앳되 보이는 데, 그녀의 견장에는 대위계급이 반짝반짝 거리고 있었다. 순간, 옆에 있는 박대위와 눈이 마주쳤다.

"우린 왜 이리 늙은걸까요?"

"아나! 왜 우리예요! 가츠님만!"

"..........."




내부로 들어가자 행사가 시작되었다. 학교관계자분들의 환영인사를 시작으로 예비 생도와 가족들에게 5주간의 기초군사훈련과 앞으로 생도로서의 생활 과정에 관한 전반적인 설명이 계속 되었다.




"과연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구나!"

육군사관학교 생도가 되면, 파격적인 혜택이 뒤따른다. 생도들에게는 의식주를 포함한 각종 생활비와 학비는 물론, 품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소정의 급여(22~34만원)까지 국비로 지급되며, 생도 일인당 입교시부터 졸업시까지 약 2억여원의 양성비가 소요된다. 또한 생도들은 4년간 교양 및 전공/군사교육 이외에도 졸업 전까지 고급 영어 회화능력과 PCT 전산능력, 운전면허, 태권도, 유도, 합기도, 검도 등 무도 1단 이상의 자격증을 취득한다.

그리고 국내 유수의 사립대학에 버금가는 최고 수준의 교수진, 도서관, 강의 시설, 기숙사 시설, 다양한 체육·레저 시설, 각종 편의시설 등 종합적인 교육환경 등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다. 물론, 개인 노트북, MP3, 전공서적 또한 무상으로 지급된다.

"나도 여기 갔으면, 우리 엄마가 제일 기뻐하셨을텐데!"
 



하지만 이 모든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당장 첫번째로 기초군사훈련을 무사히 통과하여야 한다. 일반 군대와는 다르게, 모든 교육과정에서 훈육조교는 바로 선배 생도들이었다. 그들이 걸어가야할 길을 똑같이 걸어왔기에, 최고의 조교가 아닐까 싶다. 물론, 예비 생도들 입장에서는 최악의 조교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아는 놈들이 더 위험해!"




이어서, 선배 생도들과 함께하는 질문시간이 이어졌다. 군대로 치면, 말년 병장이랄까? 역시 표정에 여유로움이 철철 흘러 넘쳤다.

항상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보낸 탓일까? 한결같이 훈훈한 외모와 건장한 육체가 돋보였다. 남자인 내가 봐도 멋있었다.




"연예인 빰칠 외모잖아!"

아니나 다를까? 가까이서 클로즈업 해보니 정말 멋있고 아름다웠다. 일순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하며 여성분들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어머! 괜찮다! 상큼하다!"

옆에 예비 생도 남자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흑, 세상은 그런거다. 그렇게 한동안 질문시간을 가졌다. 주로, 부모님들의 질문이 주를 이루었다. 바로 그때!




이 날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예비 생도가 조심스레 일어나서 질문을 하였다. 한껏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그는, 아직은 수줍은 듯이 자신의 질문을 말하였다. 훗날 멋진 장교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당당하게 밝히며 말이다.

"저 잘 할 수 있을까요?"




"잘할 수 있습니다. 아니 잘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이 질문에 여생도는 귀엽다는듯이 미소를 머금고 말하였다. 순간, 예비역인 나로서는 5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이 결코 녹록치 않겠다는 것을 예감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는 가족들과 이별도 하지 않은 꿈나무 예비 생도, 군기 또한, 전혀 들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선택한 길이기에 더욱 강하게 육성되는 그들의 삶!

To be continued

posted by 악랄가츠(http://realog.net)